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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벽 근무, 결혼 퇴직, 전봇대 근무…노동자 수난시대"

사회 일반

    "면벽 근무, 결혼 퇴직, 전봇대 근무…노동자 수난시대"

    <김00 농협="" 직원="">
    -'어차피 못 버틴다' 퇴직 종용
    -사무직 직원 정육코너로 배치
    -금융사고 방지차원? 전례 없어

    <하종강 성공회대="" 주임교수="">
    -생소한 업무 배치로 퇴직 몰아
    -감독관 1명당 1700개 사업장 할당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강원 원주 모 농협 직원), 하종강(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

    사내에서 결혼을 할 경우 신랑, 신부 둘 중에 한 명은 퇴사를 해야 하는 상황. 예전에야 공공연하게 있었다지만 설마 요즘도 그런 곳이 있을까 싶은데요. 웬걸요, 있는 정도가 아니라 적지 않답니다. 우선 강원도 원주의 한 농협에서 벌어진 실제 사례부터 들어보죠. 인터뷰 대상의 신원보호를 위해서 익명과 음성변조를 한다는 점 미리 말씀을 드립니다. 농협직원이세요. 김 모씨를 연결해 보겠습니다. 나와 계십니까?

    ◆ 김○○> 네.

    ◇ 김현정> 사내 결혼을 언제 하셨어요?

    ◆ 김○○> 2014년도 9월이요.

    ◇ 김현정> 농협에 어떤 파트에서 근무를 하셨어요?

    ◆ 김○○> 은행쪽 금융업무나 아니면 사무직을 주로 했었어요.

    ◇ 김현정> 그런데 결혼을 하고 나서 언제부터 회사 측의 압박이 들어오기 시작한 거죠?

    ◆ 김○○> 결혼하고 나서 한 임신 9개월쯤이었던 것 같아요. 부부 사원이 대상으로 포함돼 있는 명예퇴직 안내문을 전직원한테 보내더라고요. 그리고 전직원의 월례회의가 있었는데 전직원이 모인 자리에서 책임자분이 ‘부부 사원에 관한 부분은 어느 회사나 명예퇴직 명단에 포함되는 것이기 때문에 부부 사원들보고 나가라는 얘기는 아니다’, 이렇게 말을 했어요. 그래서 저희는 안심하고 있었던 상황이었죠.

    ◇ 김현정> 네, 그런데 거기서 이야기가 끝난 게 아닌가 보군요?

    ◆ 김○○> 네. 그렇게 하고 며칠 뒤에 부부사원 중에 남직원들을 불러서 ‘부부사원들은 나가야 된다. 그런 게 관례이고 사무소 방침이고 아내를 설득시켜라. 퇴사를 하면 남직원들 인사고과 평정에 관해서 우대를 주겠다. 그리고 어차피 여직원들 회사를 다녀봤자 책임자로 승진이 되지 않을 것이다. 퇴직을 받아들이지 않는 건 조합장 의견과 사무실 방침에 반하는 거다. 너네는 버텨봐야 못 버틴다, 아내를 엉뚱한 곳에 발령내면 어떻게 할 거냐?’ 이렇게 계속 압박을 가했어요.

    ◇ 김현정> 버텨봐야 끝까지 못 버틸 거다, 엉뚱한 곳으로 발령내도 괜찮느냐? 이런 압박들이요.

    ◆ 김○○> 네.

    ◇ 김현정> 아니, 그 정도 압박이 구체적으로 들어오면 사실 버티기가 쉽지 않으셨을 텐데 그래도 꾹 참고 견디셨네요?

    ◆ 김○○> 네. 일단은 제가 이렇게 그만두면 그 다음 여직원들은 버텨보지도 못하고, 퇴사하는 것에 대해서 당연하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다른 사원들은 이런 일을 안 겪게 해야한다고 생각해서 시작했죠.

    ◇ 김현정> 네, 부당한 것에 내가 무릎 꿇으면 그다음에도 계속 이런 일들이 버젓이 벌어지겠구나 싶어서 버티고 버텼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버티자 회사에서는 어떤 추가 조치가 또 들어왔다고요?

    ◆ 김○○> 저는 출산휴가가 끝나서 복직을 해야 되는데 부서 관계자가 압박했던 말대로 원래 근무하던 곳이 아니라 마트에 정육파트 쪽으로 발령을 내더라고요.

    ◇ 김현정> 잠깐만요. 원래 금융 업무를 담당하셨다고 했잖아요.

    ◆ 김○○> 네.

    ◇ 김현정> 그런데 금융 업무하고는 전혀 업무 연관성이 없는 마트의 정육파트로요?

    ◆ 김○○> 네, 대부분 고기를 칼로 다듬고 썰고 포장하고 이런 일들이 많았고요. 정육코너가 업무 특성상 근무환경이 추워요. 그래서 제가 출산한 지 얼마 안 되고 왔는데 아무래도 저한테는 더 춥게 느껴지고 또 손목을 많이 쓰고 이러다 보니까 너무 아파서 항상 보호대를 끼고 일했어야 됐고. 혹시 나 때문에 나를 도와주는 직원들한테 피해가 가지 않을까, 그렇게 항상 눈치를 보게 되더라고요.

    ◇ 김현정>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다 힘들게 버티고 버텼습니다. 그런데 회사측에서는 이런 반론을 합니다. ‘부부 사원의 경우에는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서 둘 중에 한 명은 퇴사하는 관례가 있다. 그래서 의견을 제시했던 것뿐이지 이게 문제가 될 일은 없다.’라고 밝혔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 김○○> 부부사원이 금융사고를 냈다는 뉴스를 본 적도 없고요, 물론 전례도 없고요. 그렇게 따지면 금융권에 있는 모든 부부사원들은 잠재적인 범죄자로 본다는 건데 이게 말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정말.

    ◇ 김현정> 이게 도대체 무슨 근거에 의해서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는 말씀이세요.

    ◆ 김○○> 그렇죠. 구차한 변명으로밖에 안 들려요.

    ◇ 김현정> 제가 뒤에 전문가를 연결하니까요. 노동법 관련해서 이 부분 한번 질문드려보도록 하죠. 어려운 증언 고맙습니다.

    ◆ 김○○>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사내결혼을 한 이후로 인사 불이익을 당했던 농협직원의 이야기, 실제 증언 직접 들어봤습니다.

    원주의 한 농협에서 오랜 시간 사내결혼을 한 여직원에 대해 퇴사 요구가 이어진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사진=박정민 기자)

     

    ◇ 김현정> 그런데 이런 일이 과연 이곳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게 지금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하종강 교수 연결해 보죠. 하 교수님 나와 계세요.

    ◆ 하종강> 안녕하세요.

    ◇ 김현정> 먼저 회사측에서 얘기한 얘기. 부부사원의 경우에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서 원래 둘 중 한 명은 퇴사하는 관례가 있다, 이거 노동법상 얘기가 되는 겁니까?

    ◆ 하종강> 전혀 말이 안 되는 얘기이기는 한데요. 그동안 어떤 법률해석이 있었느냐면 ‘부부사원은 한쪽이 경제적 능력을 상실해도 다른 부부보다는 타격이 적기 때문에 정리해고 대상자를 선정할 때 합리적 기준이 될 수 있다’ 이런 해석은 있었어요. 물론 외환위기 때 이런 일이 엄청나게 많았거든요.

    당시 한 보험회사에서는 사내부부가 88쌍이나 있었는데 그중에 한쪽 배우자, 대부분 여성이었죠. 86쌍이 1년 만에 퇴사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사건에 대해서 법원이 ‘부당해고다, 아니다’ 판결이 오락가락하다가 최종적으로 대법원에서 부당해고다, 이렇게 판결을 했거든요. 그 뒤에 이런 일이 뜸하다가 가끔 터지곤 하죠.

    ◇ 김현정> 저는 이 얘기 듣고서 아직도 전근대적인 일이 벌어지는구나. 그냥 회사에서 좋아서 결혼했는데 그게 퇴사의 이유가 되다니... 많이 놀랐는데요.

    ◆ 하종강> 이게 법률적으로는 ‘비진의의사표시’ 이런 용어를 판결문에 사용했는데요. 퇴사하는 것은 본인의 진정한 의사일 때에만 효력이 있다는 거죠. 그걸 어려운 표현으로 ‘비진의의사표시에 해당한다’ 이렇게 보는 겁니다.

    ◇ 김현정> 교수님, 이번 사례가 아주 특수한 겁니까? 아니면 비슷한 사례들이 여전히 많이 존재하나요?

    ◆ 하종강> 외환위기 때 굉장히 많이 발생했다가요. 그 뒤로 뜸했습니다. 이게 법원에서 그런 판결을 확립한 다음에요. 그래도 간간이 이런 일이 계속 생기기는 합니다.

    ◇ 김현정> 어떤 사례들 보셨어요?

    ◆ 하종강> 대개 회사에서는 명예퇴직을 종용할 때 근무경력이 오래된 여성들에게 이런 조치를 많이 취하거든요. 그래서 심지어 한국을 대표하는 한 통신회사에서는 명예퇴직을 거부하는 직원들을 저성과자로 분류해서 퇴직시키도록 하는 매뉴얼이 공개되는 바람에 큰 문제가 된 적이 있었는데요. 거기에 보면 실제로 저성과자로 분류해야 할 사람의 업무능력이 상당히 탁월한 경우에는 업무분장을 바꿔서 감당할 수 없는 일로 배치해서 저성과자로 분류하라, 이런 내용도 있었고요. 실제로 안내원이나 상담업무를 하던 여직원을 전신주에 올라가서 인터넷이나 전화선 가설을 해야 되는 보직으로 발령을 낸 적도 있었습니다.

    ◇ 김현정> 전신주 위로 올려보내요, 사무직 하던 사람을? 그런 일도 있고.

    ◆ 하종강> 그래서 전직원이 보는 앞에서 마당에 있는 전신주에 올라가는 시범을 보이도록 하기도 하고. 실제로 전신주에 올라가서 일하던 여성 노동자는 다리에 쥐가 나서 드라이버로 허벅지를 찌르며 일하기도 했고요. 떨어져서 산재를 당한 경우도 있고요. 이게 그 회사의 퇴직한 노동자들의 증언입니다.

    ◇ 김현정> 그리고 이번 농협 사태처럼 부부라는 이유로 한 명은 그만둬라라고 종용하는 사례들도 종종 접수되고요?

    ◆ 하종강> 그렇죠.

    ◇ 김현정> 다 불법이죠?

    ◆ 하종강> 물론 제 생각을 물으면 당연히 불법이라고 보는데요. 문제는 이걸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우리나라 검찰이나 법원에서 불법으로 보느냐 마느냐는 논란이 있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 하종강> 이게 회사의 고유한 인사권에 해당한다는 해석과 부당한 인사발령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이 맞서고 있는 상황인데요. 저는 이런 일이 우리나라 법조인들이 노동법을 바르게 해석할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보거든요. 최근에 몇몇 대기발령이 문제가 된 사건이 있었잖아요?

    ◇ 김현정> 명예퇴직을 하라고 했는데 안 한다고 하니까 벽보고 하루 종일 근무해라. 혼자 딱 떨어뜨려놨어요, 마치 섬처럼요.

    ◆ 하종강> 그 당사자가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제기했어요. 그런데 노동위원회는 노동법원이 없는 우리 사회에서는 준노동법원 역할을 하는 기관이거든요. 저도 거기서 6년 정도 공익요원으로 일해 본 적이 있었는데, 거기서 결국 ‘부당한 인사발령이 아니다’ 이런 결론을 내렸거든요. 징계로 볼 수 없다는 건데 이유가 좀 궁색합니다. 근로기준법에 보면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는데 여기 대기발령이라는 항목이 없다는 거죠.

    ◇ 김현정> 그렇군요.

    ◆ 하종강> 제가 볼 때는 그밖의 징벌에 대기발령에 충분히 포함될 수 있다고 보는 게 당연히 옳은 거고요. 대기발령이 징계에 해당되지 않는 해석이 어느 때에 가능하냐면 그야말로 그 회사가 통상적 인사발령을 하다가 잠시 대기하는 기간이 있거나, 채용된 신입사원이 발령을 받기 전까지 대기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거든요. 이렇게 당사자에게 현저한 불이익이 있는 경우에는 당연히 이걸 징계로 봐야 합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지금 명예퇴직의 경우를 예로 드셨어요. 명예퇴직을 시키는 데 있어서 이번처럼 부부사원이라는 이유로, 또 여러 가지 이유들을 들어서 회사가 갑질에 가까운 유권해석을 하고 있다, 이 문제 지적을 하셨는데요. 그럼 어떤 대안이 가능할까요?

    ◆ 하종강> 물론 노동부 장관이 나서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 갑질 횡포를 막아보겠다’ 이런 발표를 했잖아요. 이렇게 사회문제가 크게 되면 노동부가 나서서 조사를 하기는 합니다. 그런데 근로감독해야 하는 업무량이 굉장히 많아서요.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한데 근로감독관 1명 담당 사업장 수가 1500개, 1700개씩 되기도 하거든요.

    실제로는 통상적인 감독이나 감시는 거의 불가능하고요. 작년 4월에는 어떤 근로감독관이 체불임금을 받게 해 달라고 찾아온 노동자들에게 ‘근로자는 사실상 노예다. 법에 그렇게 돼 있다’ 이렇게 얘기해서 물의를 빚은 적이 있었는데 그 근로감독관이 아마 자기 업무를 하나라도 줄여보려고 그렇게 말했을 것이라고 봅니다.

    ◇ 김현정> 결국은 현실적인 수의 근로감독관 확보부터 기본적으로 이루어져야 하지 않겠느냐.

    ◆ 하종강> 그것도 하나의 조치가 될 수 있겠고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우리가 관심 갖는 것부터 한 걸음 시작을 해야 되지 않는가 이런 생각이 드네요. 하종강 교수님, 고맙습니다.

    ◆ 하종강> 고맙습니다.

    ◇ 김현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하종강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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