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서울청사 인사혁신처에 침입해 7급 공무원시험 성적과 합격자 명단을 조작한 송모(27)씨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송씨의 대학시절 부정행위 여부에도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지난 1월23일 치러진 지역인재 선발시험(1차)과 3월5일 치러진 7급 공무원시험(2차)에서 문제지를 훔치고 성적을 조작한 만큼 송씨의 대학시절 학과수석 성적도 믿을 수 없다는 취지다.
앞서 CBS노컷뉴스는 송씨가 단순히 지역선발 시험 응시자격인 성적 상위 10%에 포함된 게 아니라 전 학기 학과수석을 차지해 대학 시험성적도 조작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4월11일자 CBS노컷뉴스 '[단독]신출귀몰 공시생은 '학과수석'…대학성적도 조작됐나')
송씨가 재학중인 제주 A대학 관계자는 "송씨의 전학기 평균점수가 학과수석이어서 지역인재 선발시험 응시자격이 주어졌다"고 확인했다.
경찰은 송씨의 끈질긴 시험성적 조작과 문제지 유출 행위에 주목하고 있다.
7급 공무원시험 점수와 합격자 명단을 조작하기 위해 정부서울청사에 5차례나 침입한데다, 지역인재 선발시험을 앞둔 1월8일부터 3일간 시험문제 위탁 학원을 배회하다 끝내 문제지와 답안지를 절취한 송씨가 전학기 학과수석이라는 사실이 석연찮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11일 오전 제주 A대학에 수사관들을 급파해 송씨의 학과 성적이 사실인지 여부와 시험관리 감독 등을 어떻게 시행했는지 조사했다.
수사관들은 학과 교수는 물론 조교들도 만나 송씨의 평소 행적과 성적 등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대 협조를 얻어 압수수색이 아닌 임의제출 형식으로 송씨의 시험 성적과 채점표 등을 확보한 경찰은 송씨를 상대로 학과 성적 조작 여부도 강하게 추궁하고 있다.
또 이와 별개로 송씨가 1월10일 절취한 지역인재 선발시험 문제지와 답안지를 어느 곳에 버렸는지, 다른 시험 응시자들과 공유하지 않았는지도 집중적으로 살피고 있다.
경찰조사에서 송씨는 학과시험 조작 의혹은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송씨가 재학중인 A대학교는 교수실 문이 인사혁신처 채용관리과와 마찬가지로 디지털 비밀번호 도어락으로 운영되고 있어 송씨가 학과시험 문제지를 유출했을 가능성은 적지 않다.
송씨는 지난달 24일과 26일 벽면에 씌여져 있는 비밀번호를 누르고 인사혁신처 채용관리과 사무실에 침입해 시험성적을 조작했다.
하지만 경찰은 당시 송씨가 다른 방식으로도 사무실 문 비밀번호를 해제하려 시도한 정황을 포착하고 학과장실이나 교수실 비밀번호도 같은 방식으로 해제해 침입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앞서 CBS노컷뉴스는 송씨의 지역인재 선발시험 점수와 본시험 점수가 크게 차이가 나 선발시험에서 부정행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고, 경찰은 송씨를 집중추궁해 선발시험 문제지와 답안지를 훔쳤다는 자백을 받아냈다.(4월8일자 [단독] 정부 턴 공시생, 지역선발 시험도 조작의혹)
◇ 채용관리과 비밀번호 삭제 과정도 집중 조사
경찰은 인사혁신처 채용관리과 벽면에 씌여졌던 비밀번호가 경찰 수사착수 직전 지워진 부분에 대해서도 수사력을 모으로 있다.
송씨에게 허를 찔린 인사혁신처나 청사 방호책임을 맡고 있는 행정자치부 고위 관계자의 지시로 비밀번호를 지웠다면 '증거인멸' 혐의를 적용할 수는 없다. {RELNEWS:right}
하지만 경찰 수사가 시작되기 전 송씨 침입의 중요 단서가 될 비밀번호가 아무도 모르게 삭제된 이유를 청사 보안사고 재발 방지 차원에서라도 밝혀낸다는 계획이다.
경찰은 비밀번호 삭제에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인사처나 행자부 직원들도 불러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조사한 뒤 필요하면 해당 기관에 징계통보 조치를 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