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한국여자 말많고 명품좋아하고… 취업못해서 자판 두들기는…"(남성 네티즌 A씨)
"상대적으로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면서 못난 남자들이 여성혐오로나마 여성을 무시하고 싶은 자격지심"(여성 네티즌 B씨)
강남역 살인사건으로 촉발된 남혐·여혐(혐오) 현상이 각종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과 포털 뉴스 댓글난을 오염시키고 있다.
정신병력이 있는 피의자의 '묻지마'식 살인사건을 놓고 성별 갈등이 도를 넘자, 경찰은 건전한 인터넷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방송통신위원회에 게시글을 삭제요청 하고 있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다보니 혐오성 게시글을 근절하기 위한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이달 1일부터 14일까지 2주간 인터넷 게시글(댓글 포함) 모니터링을 통해 모두 63건의 글을 삭제해달라고 방통위에 요청했다.
경찰은 해당 글이 게시된 사이트나 포털에 삭제요청을 하고도 조치가 안 된 경우에 한 해 방통위에 삭제를 요청하고 있다.
경찰이 건전한 인터넷 환경을 위해 강제성 없이 이렇게 방통위 요청만 하는 것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욕설 게시글은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과거 경찰은 인터넷에 게시된 욕설 등에 유언비어(허위 내용)가 포함된 경우 전기통신기본법 위반 혐의를 적용, 처벌해왔지만 미네르바 사건을 계기로 2010년 12월 해당 법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나면서 처벌은 불가능하게 됐다.
미네르바 사건은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대성(38)씨가 2008년 보유 외환이 고갈돼 외화예산 환전 업무가 중단된 것처럼 허위 내용의 글을 인터넷에 게시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당시 박씨는 재판을 받던 중 헌법소원을 냈고 2010년 전기통신기본법 해당 조항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위헌결정을 받아냈다.
경찰 관계자는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 설비를 이용해 공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는 조항이 위헌결정이 났다"며 "이외 모욕 혹은 명예훼손은 각각 친고죄, 반의사불벌죄라서 특정된 누군가가 피해 사실에 대한 소를 제기해야 수사할 수 있는데 여성 혹은 남성 등 불특정 다수를 향한 욕설은 형사적으로 어찌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경찰은 인터넷에 올라온 도 넘은 혐오 글을 모니터링하고도 방통위에 삭제요청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번에 삭제 요청된 63건은 대부분 남성 혹은 여성의 성기를 지칭하는 저속한 표현과 욕설 등이다.
경찰은 모니터링 과정에서 검색된 혐오성 글도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를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심사숙고해 삭제요청하고 있다.
범죄 전문가들은 국가기관이 나서 처벌할 근거를 마련하는 것은 오히려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는 만큼 거시적인 측면에서 성숙한 인터넷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창무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교수(전 한국경찰연구학회장)는 "최근 남혐·여혐 현상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며 "하지만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의 표현까지 국가권력이 나서 처벌하기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커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처벌을 한다고 해도 그 효과가 어찌 될 지 장담할 수 없는 만큼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자정기능을 갖도록 인터넷 문화를 유도해 나가는 방법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혐오성 글, 욕설 댓글에 대한 처벌 조항이 마련된다면 합법과 불법간 그 경계가 불명확하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소지가 있다"며 "처벌 구도로 가는 것이 적절치 않을 수도 있는 만큼 교육이나 계도 등을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건전한 인터넷 문화를 위한 단순 계도뿐 아니라 범정부적 차원에서 성별 갈등 해결을 위한 대책을 고민해야 할 때다"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