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최호영 기자)
"남편이 워낙 아이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는터라 고르다 골라 솔잎 첨가라는 천연 제품이라는 애경 가습기 살균제를 사서 아이를 위해 사용했는데…"
엄마 이모(47) 씨의 얘기다. 10년 전 소중한 첫 딸을 가슴에 제대로 품어 보지 못한 채 하늘나라로 보냈다. 100일이 갓 넘길 때다. 지금 살아 있었다면 어제(19일)가 생일이었다.
아이의 건강을 위해 가습기 살균제를 남편과 꼼꼼히 고르다 천연 제품이라는 애경 가습기 메이트를 골라 사용했다.
한 통도 채 사용도 하지 못했는데 딸은 기침과 고열, 호흡곤란으로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지금 사는 곳의 나쁜 공기가 원인일까 공기 좋다는 곳으로 이사도 했다.
대형 병원의 의사들도 금방 나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 바람과 달리 딸은 인공호흡기를 달고 사경을 헤매다 끝내 제 숨을 쉬지 못했다. 숨진 원인도 알 수 없어서 서울의 큰 병원이라도 데려가지 못한 원망과 자책감으로 부모는 하루하루를 보냈다.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제품이 문제로 드러나면서 엄마는 억장이 무너졌다. 그런데 검찰은 수사를 이제 마무리 지으려 한다.
이 씨는 "아무것도 밝혀진 것이 없고 드러난 것도 없는데 수사가 마무리 된다"며 "국민을 위한 정부라고 믿었고, 정부가 우리를 위해 뭔가 해 줄 수 있을 거라 믿었고, 안전하게 살 수 있게 해 줄 것이라 믿었는데 지금은 자신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모든 게 염려스럽고 '천연'이라는 말도, 정부의 말도 하나도 믿지 못하겠다"며 "한 줌의 흙도 안 나오는 아이를 보내면서 그 조그마한 폐로 숨도 못 쉬고 떠난 아이가 엄마한테 어떠한 말을 하고 싶었는지, 이 아픔이 다시는 재연되지 않도록 하는 게 우리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김모(55) 씨도 지난 2010년 겨울 고등학생 막내 아들을 잃었다. 신경모세포종 진단을 받아 병원에 입원했는데 차츰 병이 나아지는가 싶더니 끝내 폐출혈로 숨졌다.
김 씨는 아들이 숨진 이유로 가습기 살균제를 꼽았다. 그 해 11월 달에 애경 살균제 제품을 넣은 가습기를 한 달 간 튼 이후 아들이 숨졌기 때문이다.
김 씨는 "아들을 위해 마트에서 애경 살균제를 사다가 가습기를 틀었는데 한 달 만에 숨졌다"며 "주치의한테 항의를 했더니 원인도 몰랐다. 그런데 뒤에 알고보니 애경 제품이 원인이었다. 엄마가 24시간 간호를 하며 독극물이 든 가습기를 코 앞에 튼 게 원인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 씨는 "독극물을 소비자 손에 쥐어 준 애경은 아무 사죄도 없고, 검찰은 조사도 않고 있다. 재벌의 로비인가"라며 "시작도 안했는데 검찰은 왜 수사를 마무리 하냐"며 원통해 했다.
경남에서 현재까지 드러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사망 16명을 포함해 모두 86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경남환경운동연합, 경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등은 20일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접수된 피해자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인구가 1천만 명으로 추산되고 이 가운데 29만 명에서 많게는 227만 명이 잠재적 피해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때문에 가만히 앉아서 피해 접수를 기다리지 말고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찾아내는 국가적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전국의 2,3차 병원 내원자들에 대한 가습기 살균제 사용여부 전수조사, 전국민 대상 역학조사, 전국의 자치단체와 보건소 신고센터 설치 등이 적극 검토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