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9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모(33) 검사가 생활하던 자취방. 맥주캔과 담배 등을 볼 수 있다.
'금지옥엽'처럼 키운 아들이 세상을 떠난 지 6일 만에 어머니 이기남(57) 씨는 서울 남부지검에 있는 아들 사무실을 찾았다.
고향(부산)으로부터 300여km 떨어진 타지에서 하루하루를 아등바등 버티며 살았을 아들을 생각하니 이 씨는 눈물이 고였다.
유품을 정리하기 위해 사무실에 들어선 순간 이 씨는 오열했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일어날 수 없었다.
아들 책상 위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컵라면 하나.
명색이 '대한민국 검사'라는 아들이 끼니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했을 것이란 생각에 이 씨는 괴로워했다.
"제가 가족들 건강을 유난스럽게 챙기는 편이에요. 가끔 부산에 내려와서 '엄마, 라면 한 개만 끓여 줘'하면 '라면은 많이 먹지 말아라'는 잔소리와 함께 항상 식초를 넣어서 라면을 끓여줬어요. 근데 우리 애가 이렇게 바빠서 밥도 못 먹고... 라면 하나 놓고...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하니 눈물이 계속 납니다."
이 씨는 컴퓨터 옆에 놓인 담배 두 갑에 다시 한 번 목놓아 울었다. 30년 넘게 아들의 흡연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등학생 때 주변 친구들이 담배를 피워도 쳐다보지도 않던 아이가 담배를 피운다는 게... '얼마나 힘들고 괴로웠으면 그랬을까' 싶습니다"
오열속에 탈진한 이 씨는 아들의 유품 한 번 제대로 정리해보지도 못하고 사무실을 떠났다. 이 씨를 모시고 간 친구들이 남아 유품을 정리했다.
◇ 퇴근 후 다시 사무실로…마지막 순간 무엇했나?
김 검사가 사무실 컴퓨터에서 마지막으로 작업한 파일과 그 시각.
김모(33) 검사는 자신의 방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직전까지 업무에 시달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 검사 유족 측에 따르면, 그가 죽기 전날 퇴근한 시각은 오후 7시쯤. 그는 편의점에 들러 맥주 몇 캔을 사 들고 집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약 3시간이 지난 뒤인 오후 10시쯤 김 검사는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다. 미처 끝내지 못한 업무를 마치기 위해서였다.
김 검사가 사용하던 컴퓨터에는 그가 마지막까지 업무에 시달렸다는 정황을 보여주는 흔적이 남아있었다.
가장 마지막에 열어본 파일은 '16년 5월 월간업무보고 회의자료'. 그는 다음날 있을 보고를 위해 진땀을 흘려야 했다.
상습적으로 폭언을 들었다는 A 부장 밑에서 김 검사가 얼마나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파일이 닫힌 시각은 다음날 오전 1시 34분으로 김 검사는 퇴근 후에 다시 사무실로 돌아와 최소 3시간 30여분 동안 작업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김 검사는 녹초가 돼 집으로 돌아갔고, 얼마 후 자신의 방 안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김 검사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 얼마 전까지 친구들에게 "매일매일 부장(검사)한테 욕먹으니 진짜 살이 쭉쭉 빠진다", "맨날 욕을 먹으니, 진짜 가끔 자살충동 든다" 등의 메시지를 보내며 과다한 업무량과 A 부장검사의 폭언에 대한 고통을 호소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