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00대 기업의 절반 가까이가 설립된 지 40년이 지난 '중장년 기업'인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설립 20년 이하의 '청년 기업'은 18%에 불과했다.
500대 기업군에 활발한 진입과 퇴출을 통한 물갈이가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대신 기업 고령화가 심화한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 최고령 기업은 유일하게 100세를 넘긴 우리은행이고 환갑을 넘긴 곳도 44개사(12%)나 됐다.
업종별로는 제약·은행이 60대로 고령화했고 여신금융과 서비스, 통신, 에너지, 유통은 20대로 비교적 젊었다.
6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가 매출기준 국내 500대 기업의 업력(業歷)을 조사한 결과 평균 나이는 37.6세인 것으로 집계됐다.
설립연도는 기업의 현재 사명이나 전신 등 기준점을 어디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등기부등본상 법인번호 등록 시점으로 계산했다. 분할·합병으로 신설된 법인과 공기업은 조사에서 제외했다.
나이가 가장 많은 기업은 105세의 우리은행으로 1911년 조선상업은행 시절 법인 등록번호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법인번호가 남아 있지 않은 조선상업은행의 전신 대한천일은행(1899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은행 나이는 117세가 된다.
메리츠화재는 94세로 2위였는데 1922년 조선화재해상보험으로 세워진 뒤 동양화재해상보험을 거쳐 2005년 현재의 사명으로 바뀌었다.
이어 유한양행(90세),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87세), CJ대한통운(86세), 두산(83세) 순으로 80대를 넘었다.
대림산업(77세), 기아차(72세), 고려제강(71세), 한화생명·한화손해보험·롯데손해보험·대원강업(각 70세)은 설립 70년 이상이다.
한화(64세), LG상사(63세), 하이트진로(62세), 신세계(61세)는 환갑을 넘겼다.
가장 많은 기업이 분포한 연령대는 20년 이상 40년 미만으로 현대모비스(39세), 삼성엔지니어링·이랜드리테일(각 38세), KT(35세), SK텔레콤(32세), 아시아나항공(28세) 등 139곳(36.8%)에 달했다.
이어 40년 이상 60년 미만이 127곳(33.6%)이었다. 삼성전자(47세), 현대차(49세), 포스코(48세), 현대중공업(43세), 롯데쇼핑(46세), GS칼텍스(49세), 삼성생명(59세) 등 현재 한국 경제를 이끄는 대표 기업이 대부분 포진했다.
60년 이상 80년 미만은 38곳(10.1%), 80년 이상 100년 미만 5곳(1.3%), 100년 이상 1곳(0.3%)이다.
500대 기업 중 설립 20년 이상 기업은 전체의 82%에 달했다. 또 40년 이상 된 기업도 절반에 가까운 45%에 달했다. 대기업 중심 고착화로 진입과 퇴출이 거의 없이 고령화가 진행되는 모양새다.
1년 이상 20년 미만의 청년 기업으로는 LG유플러스(20세), 엔씨소프트(19세), 네이버·홈플러스·CJ CGV(각 17세), 현대백화점·지오영(각 14세) 등 68곳(18%)이 속했다.
500대 기업 중 가장 업력이 짧은 곳은 동두천드림파워(5세)였고 노무라금융투자·에이치원글로벌(7세), 한국스티롤루션(8세) 등도 10년 미만이었다.
업종별로는 제약이 63.3세로 평균 나이가 가장 많았고 은행(61.3세), 보험(45.6세), 식음료·철강(각 44.4세), 건설·증권(각 41세) 순이었다. 생활용품도 38.1세로 500대 기업 평균보다 높았다.
여신금융은 25.1세로 가장 적었고 서비스(25.6세), 통신(29세), 에너지(29.4세), 유통(29.6세) 등도 20대로 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