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김현정> 김성완의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입니다. 오늘 뒤집어볼 뉴스의 행간은요?
◆ 김성완> 헤이그 국제 상설중재재판소(PCA)가 세계정세를 뒤흔들 판결을 내놨습니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중국-필리핀 영유권 분쟁에서 필리핀의 완승을 선언한 건데요. ‘역사적으로 남중국해는 우리의 영해였다'는 중국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판결한 겁니다. 중국 측은 판결을 수용할 수 없다면서 전쟁불사론까지 밝힐 정도로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는데요. 남중국해 판결 거부한 중국, 이 뉴스 행간을 짚어보려고 합니다.
◇ 김현정> 남중국해가 왜 이렇게 중요하죠?
◆ 김성완> 남중국해는 말 그대로 중국의 남쪽 바다입니다. 남중국해는 또 베트남, 필리핀, 대만,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 6개 국가의 앞바다이기도 한데요. 중국이 지난 2009년 이 바다 90%에 해당하는 면적, 인도의 면적과 비슷한데요. 여기에 둥그렇게 9개의 선을 그은 남해구단선이라는 걸 그었습니다. “이 바다 안쪽은 다 우리 바다야. 이 바다를 통과하라면 우리 허락을 받아야 해” 이렇게 선포했습니다. 여기는 세계 상선 통행량의 3분의 1, 세계 원유 수송량의 60%가 지나가는 길목이구요. 전 세계 석유 매장량의 13%에 해당하는 230억t의 원유, 그리고 498조 세제곱피트에 달하는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 김현정> 이 바다가 막히면 중국 경제와 안보 이익에 엄청난 영향 준다는 의미가 되는 거군요
◆ 김성완> 그렇죠. 또 거꾸로 ‘항행의 자유’를 주장하는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이 이 바다를 장악하면 동아시아에서 미국이 군사적 활동을 하기가 어려워져서 중국의 패권을 저지하기 힘들어진다는 뜻이 됩니다. 중국은 남중국해 안에 있는 난사군도의 7개 암초를 매립해서 인공섬으로 만들어 군사기지화했는데요. 필리핀 입장에선 난데없이 중국이 자신의 앞바다를 중국 영해라고 주장하니까 황당했겠죠. 놀란 필리핀이 2013년 1월 국제 중재재판소에 제소했습니다. 이곳을 전략적 요충지로 삼고 있는 미국도 항해의 자유를 주장하면서 태평양 함대를 이 바다에 파견해 놓은 상태입니다.
◇ 김현정>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판결 거부한 중국, 이 뉴스의 행간은 뭔가요?
◆ 김성완> 첫 번째 행간은 “말이 필요없다”입니다.
한마디로, 말, 법, 국제중재가 모두 소용없다는 말인데요. 유엔해양법에 따라 구성된 중재재판소에서 필리핀의 손을 들어줬다고 하면 웬만한 국가 같으면 꼬리를 내릴 겁니다. 따르지 않으면 국제 규범을 거스르는 게 되기 때문이죠. 그런데 중국은 애당초 재판 결과를 받아들일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재판관 추천도 하지 않고 인정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다이빙궈 전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헤이그 중재재판소가 선고할 판결은 휴짓조각에 불과하다”고 밝혔는데요. 한마디로 지금은 강대국이 옳다고 생각하면 곧 법이 되는 상황이 돼 있습니다. 당연히 주먹 대 주먹으로 맞부닥칠 상황이 올 수 있는 거죠.
◇ 김현정> 남중국해 판결을 거부한 중국, 또 어떤 행간이 있을까요?
◆ 김성완> 두 번째 행간은 “세계 전쟁이 일어난다면 이 바다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입니다.
◇ 김현정> 이거 너무 극단적인 얘기 아닌가요?
◆ 김성완> 아닙니다. 세계 대전, 미국 중국 패권전쟁, 일촉즉발 위기, 잠수함 드론 전쟁, 동아시아 미중 신냉전 결투장, 이런 말들은 제가 만들어 낸 말이 아닙니다. 언론이 기사로 낸 말이고 전문가 입에서 나오는 말입니다. 지금 남중국해를 두고 중국과 미국의 분위기가 얼마나 험악한지를 보여주는 건데요. 남중국해는 이미 화약고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재판 결과 나오기 전에 시진핑 수석이 인민해방군에게 전투태세를 명령했다는 언론 보도 나왔죠.
안 그래도 올해 들어 미국과 중국이 충돌 직전까지 간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3월에는 미국 핵 항공모함 스테니스호가 남중국해를 지나자 중국 군함이 추격전 벌인 바 있는데요. 중국 함선들이 스테니스호를 포위해서 두달 뒤에는 미군 정찰기가 난사군도 상공까지 비행한 적이 있습니다. 어제도 미군 항공모함 두 척이 필리핀해에 대기했는데요. 중국은 암초에 길이 3킬로미터 활주로 건설를 건설하고 방공포와 미사일 배치했습니다. 남중국해에서의 조그만 충돌은 진짜 세계 대전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겁니다. {RELNEWS:right}
◇ 김현정> 남중국해 판결 거부하는 중국, 마지막 행간은 뭔가요?
◆ 김성완> 세 번째 행간은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입니다.
당장 우리나라는 누구편을 들어야지? 너 누구편이야? 이렇게 밖에서 물어오면 답을 해야하는 상황인데요. 우리 외교부 어제 “깊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겠다”고 유보적 태도를 취했습니다. 게다가 요즘 우리는 사드 배치를 두고 시끌시끌한데요. 정부는 우리 안보이익을 위해서 배치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중국은 곧이곧대로 믿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용도라고 보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데요.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중국이 충돌하는 것처럼 한반도에서도 ‘한미일-북중러’가 힘을 겨루는 신냉전이 펼쳐질 것을 우려하는 전문가 들이 많습니다. 한반도가 제2의 남중국해가 되지 않도록, 현명한 외교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 김현정> 김성완의 행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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