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정 전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피소된 정명훈 전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피고소인 및 고소인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박현정(54) 전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피소된 정명훈(63) 전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검찰에 출석했다.
정 전 감독은 14일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이근수 부장검사)의 조사를 받기 위해 피고소인 및 고소인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정 전 감독은 이날 검찰청사에 들어가면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는 대신 "드릴 말씀이 있다"면서 "2년 전, 직원 여러 명이 (박 전 대표 때문에) 굉장히 고통을 받고 있다면서 한 명씩 나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무슨 일이냐고 했더니 못 견디겠다고 하더라. 너무 힘들다며 제발 좀 도와달라고 요청하기에 할 수 없이 도와줄 뜻으로 (돕다가)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10년 같이 일한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기에 믿어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전 감독은 "그런데 지금은 다 거짓말이라고 한다. 엉뚱한 소리"라며 "법적으로 밝혀져야 하는 부분인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면서 "저는 이 상황에 대해 진실만 밝히면 된다"고 강조했다.
시향 직원들이 먼저 자신에게 박 전 대표의 성추행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에 정 전 감독으로서는 사실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검찰은 정 전 감독을 상대로 박 전 대표의 성추행 의혹을 사실로 믿을 만한 근거가 있었는지, 어떤 의도에서 이 사실을 외부에 공개했는지 등 경위를 확인할 방침이다.
서울시향을 발칵 뒤집어놓은 '성추문 사건'은 지난 2014년 12월 서울시향 사무국 직원 10여명이 "박 전 대표가 단원들을 성추행하고 폭언과 성희롱했다"고 폭로하면서 불거졌다.
경찰은 수사 끝에 서울시향 직원들이 박 전 대표를 물러나게 하기 위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이라고 결론 짓고 지난 3월 해당 직원들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또 허위사실 유포를 지시한 배후에 정 전 감독의 부인 구모씨가 있었다고 잠정 결론 내리기도 했다.
이에 박 전 대표는 정 전 감독이 서울시향 단원들에게 보낸 편지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성추행 의혹이 사실인 것처럼 표현했다며 정 전 감독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박 전 대표는 지난달 고소인 자격으로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았다.
정 전 감독도 박 전 대표를 무고와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하면서 성추문 사건은 '진실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서울시 등을 상대로, 정 전 감독 측은 국가를 상대로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상태다.
정 전 감독은 오는 15일에는 서울시향 재직 시절 항공료를 횡령했다는 의혹으로 고발된 사건과 관련해 서울 종로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