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우던 햄스터가 죽었을 때 어지러웠고 세상이 온통 붉은색으로 보였어요. 제가 손에 피를 묻힌 채로 햄스터를 안고 있는 꿈을 일주일도 넘게 꿨어요. 아이를 묻어주고 온 날에는 엄청나게 많이 울어서 호흡곤란도 약간 왔었어요. 그 이후로는 영화나 드라마, 혹은 작은 상처에서조차 피를 쳐다볼 수가 없어요."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4년을 함께한 햄스터를 하늘로 떠나보낸 20세의 한 여성이 들려준 이야기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5년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21.8%인 457만 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매 해 꾸준히 늘어나는 반려동물의 수만큼이나 늘어나는 것이 바로 남겨진 사람들이 떠안아야 할 상실감, '펫로스(pet-loss) 증후군'이다.
키우던 반려동물이 떠나면서 생겨난 빈자리로 인해 남겨진 사람들이 느끼게 되는 극도의 스트레스, 상실감, 죄책감 등을 일컬어 '펫로스 증후군'이라고 한다. 이는 그 정도가 다양해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덤덤하게 상황을 받아드리는가 하면 아주 깊은 슬픔에 빠지기도 한다.
# "16년을 함께 살고 있어요. 미리 예행연습이라도 하듯 가끔 상상해보는데, 상상만으로도 눈물이 뚝뚝 떨어져요. 있어야 할 자리에 없다고 생각하면 심장이 쿵쾅쿵쾅거려서 힘이 들어요."# "일상생활이 많이 힘들 것 같아요. 두 마리를 키우다가 한 아이를 3년 전에 하늘나라로 보낸 거라 남은 아이와 지내면서 슬픔을 많이 극복했었거든요. 나중에 이 아이도 보낼 거라고 생각하면 어떻게 견디고 일상으로 돌아와야 할지 상상이 잘 안돼요."# "너무 힘들 것 같아서 아예 그 상황 자체에 대한 생각을 회피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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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모두는 아직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었지만 그 깊은 상실감은 마치 펫로스 증후군을 미리부터 경험하고 있는 것과 같았다.
반려동물이 죽으면 남은 가족들은 생전에 찍어 놓았던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며 떠난 반려동물을 추억한다. 혹은 사진을 보는 것조차 힘이 들어 사진을 비롯해 모든 용품들을 태워버리고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장소는 피하며 애써 잊으려 노력하기도 한다.
◇ 반려동물 추억만들기…펫코노미 업종 증가"반려동물 사진을 여러 각도에서 찍어서 보내주면 사진을 보고 똑같이 인형으로 만들어주더라고요. 블로그에서 후기를 보고 괜찮겠다 싶어서 저도 주문을 했던 건데 아이가 정말 제 곁에 있는 것만 같았어요."양모를 뭉쳐 반려동물과 똑 닮은 인형을 만들어주는 개인 사업가의 물품을 받아본 한 여성의 후기이다.
이처럼 반려동물의 모습을 한 인형을 만들거나, 그림을 그려 열쇠고리를 만들거나, 모습을 본 떠 석고 방향제를 만드는 등의 아이디어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개인 펫코노미(pet-conomy) 사업도 다양한 분야에서 그 공급과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펫코노미란 애완동물을 뜻하는 pet과 경제를 뜻하는 economy의 합성어로 애완동물과 관련한 모든 경제적 이익을 취할 수 있는 사업들을 일컫는다.
개인이 직접 수작업으로 물품을 제작해 판매하는 소규모 팻코노미 사업에서 더 나아가 공식적으로 사업등록을 해야만 운영을 할 수 있는 비교적 큰 규모의 기업형 펫코노미가 등장했고 점점 그 수를 늘려가고 있다.
애완동물 전문 호텔, 수영장, 스튜디오, 장례식과 납골당 등이 그 예다. 상대적으로 많은 비용이 들지만 오랜 세월을 함께 지낸 반려동물들을 동물이 아니라 가족의 일원으로 보는 사람들은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고령의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한 남성은 이렇게 말을 전했다.
"잘해주지 못했다는 미안한 마음이 커요. 나중에 가는 길이라도 편하라고 장례식을 치러줄 계획이에요. 납골당에 보관해서 종종 찾아가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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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형 펫코노미 업체들, 돈벌이 악용사례도 속출이처럼 반려동물 장례업체와 같은 기업형 펫코노미 사업체들은 점점 전문화되고 있고 소비자들의 수요 또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펫코노미가 애초에 반려동물을 사업의 수단, 즉 돈벌이로 보고 생겨났기 때문에 이를 악용하는 사례들 역시 적지 않다.
반려동물 장례업체는 반드시 사업자 등록을 해야 하지만 무허가 업체도 있고, 소비자들의 눈을 속이는 불량 행위도 보고되고 있다.
반려동물 장례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허가를 받지 않고 운영을 하거나, 뼛가루를 섞어 전달하는 등의 비양심적인 업체도 있다"며 "이런 업체들은 철저한 조사를 통해 영구 퇴출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서비스업의 특성 상 부르는 게 값이기 때문에 업체가 고급화 전략을 빙자해 터무니없는 가격을 매긴다고 해도 소비자들은 믿고 반려동물을 맡길 수밖에 없다.
반려동물 커뮤니티에는 "납골당을 이용해봤지만 납골당에 있는 동안은 계속 슬픔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돈은 돈대로 들고, 그냥 자연스럽게 시간이 경과하면서 잊는 것이 더 좋은 것 같다", "좋은 시설들이지만 가격이 비싸다. 동물들에게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는 글들이 자주 게시된다.
반려동물 500만 시대를 바라보고 있는 지금, 돈벌이에만 급급해 소비자들을 울리고 있는 펫코노미 업체들에 대한 실태 파악과 단속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