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해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우 수석 장남의 '의경 보직 특혜' 의혹과 우병우 가족회사인 ㈜정강을 통한 '생활비 떠넘기기' 의혹 등 2건을 각각 직권남용과 횡령 혐의 등으로 김수남 검찰총장에게 수사의뢰한 것이다.
이제 남은 건 우병우 민정수석이 수사의뢰에도 불구하고 계속 버티면서 대통령에게 부담을 줄것이냐 하는 문제와 검찰이 우병우 민정수석 관련 의혹에 대해 제대로 수사를 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우병우 민정수석,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수사의뢰에도 버틸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우병우 민정수석이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하는 거냐?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 그렇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김수남 검찰총장에게 수사의뢰한 만큼 수사를 피할 수는 없게 됐다. 김수남 검찰총장이 서울중앙지검으로 사건을 내려보내 곧 배당을 하게 될 것이다. 검찰에서는 내사를 벌인 뒤 수사에 착수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지만 특별감찰관이 처음으로 수사의뢰한 사건을 뭉개기는 어려울 것이다.
특별감찰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으로 만들어졌는데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1호이고 수사의뢰는 우병우 민정수석이 1호이다.
우병우 민정수석이 사퇴하지 않고 계속 버틸 경우 현직 민정수석이 검찰에 소환돼서 조사 받는 사상 초유의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 고발과 수사의뢰 어떤 차이가 있나?=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두 건 중 우 수석 가족회사인 ㈜정강과 관련된 횡령이나 탈세에 대해서는 고발하고 의경인 아들과 관련되 직권남용은 수사의뢰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두 건다 수사의뢰했다.
고발과 수사의뢰는 증거나 범죄의 개연성에서 차이가 난다. 고발은 증거가 명백하거나 개연성이 높을 때 하고 수사의뢰는 의심을 들지만 명백한 증거가 부족할 경우에 하게 된다. 고발을 할 경우 곧바로 형사 입건이 되고 원칙적으로 3개월 안에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 수사의뢰는 그 제한이 없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수사의뢰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우병우 민정수석의 감찰 비협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다보니 고발이 아닌 수사의뢰를 선택하게 된 것이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우병우 민정수석이 사퇴할까?= 정치권과 청와대에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대통령에게 누가 되고 청와대와 정부에 부담이 되니까 사퇴할 것이라는 전망과 우병우 수석의 스타일상 절대 스스로 물러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우병우 민정수석을 잘아는 검찰 쪽 인사들은 사퇴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전망한다.
그 이유는 우병우 민정수석이 그동안 조직이나 대의를 위해서 행동하기 보다는 자신의 보신을 위해 행동해 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 수석을 잘아는 검찰의 중견간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임채진 검찰총장과 이인규 중수부장이 책임을 지고 검찰을 떠났지만 우병우는 대검 요직인 범정기획관과 수사기획관으로 영전했다"면서 "노 전 대통령 사망에도 일말의 책임조차 지려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는데 지금이라고 다르겠냐?"고 말했다.
검찰고위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진경준 검사장 사건으로 우병우 수석관련 의혹이 제기된 이후 우병우 민정수석이 사퇴를 표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우 수석은 끝까지 버티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별감찰관의 감찰이 시작된 이후에도 사퇴하지 않고 버텨왔는데 수사의뢰를 했다고 해서 물러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 사퇴할 가능성이 있다는 쪽은 왜 그렇게 보는거냐?
(사진=자료사진)
= 대통령에게 너무 큰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새누리당 친박계는 우병우 수석을 흔드는 것이 대통령을 흔드는 것으로 여론몰이를 하고 있지만 우병우 수석과 관련된 의혹은 개인적인 문제지 청와대나 박근혜 대통령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검사장 출신의 원로변호사는 "우 수석이 그동안은 버텨왔지만 특별감찰관이 수사를 의뢰하는 상황은 대통령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더이상 버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출신으로 청와대 재직 경험이 있는 중견변호사도 "우 수석 문제는 "개인적인 문제다. 우 수석이 충성을 다하는 참모라면 더이상 버텨서는 안 된다"면서 "자신의 문제로 대통령에게 직접적인 부담을 주는 것은 참모로서 도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검찰의 한 중견간부도 "개인적인 문제로 수사의뢰까지 된 마당에 더 이상 버틴다는 것은 개인적인 욕심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대통령이 결심하기 전에 스스로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
▶ 사퇴할 가능성보다는 스스로 그만둬야 한다는 얘기들이 더 많은 거냐?= 그렇다. 우병우 민정수석의 친정인 검찰에서도 우 수석이 그만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검사 출신이면서 우병우 민정수석과 잘아는 사이인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수사의뢰까지 결심할 정도면 수사대상으로 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김영한 전 민정수석시절 후보로 추천됐지만 우병우 민정수석이 임명된 뒤 검증절차를 거쳐서 임명됐다. 우 수석과 이 특별감찰관은 검사 초년병시절 경주지청에서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고 평소에 우 수석이 '형'이라고 부를 정도로 가까운 사이다.
우병우 수석을 잘 아는 법조계의 한 중진인사는 "우 수석이 권력에 취한 것 같다"면서 "차적을 조회한 경찰관과 기자를 입건을 한다는 건 권력을 남용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수도권에 근무하는 한 부장급 검사는 "이 특별감찰관이 수사의뢰를 했다는 건 이미 수상한 게 많이 나왔다는 의미로 밖에 해석이 안 된다"며 "이 정도면 우 수석은 사퇴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안에서 우 수석이 시간을 끌어봤자 본인에게도 도움이 안 되고 결과적으로 대통령에게 부담만 줘서 레임덕을 가속화시킬따름"이라면서 "본인이 떳떳하다면 (야인의 신분으로)성실히 수사 받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민정수석은 정부 사정기관 지휘 책임은 물론 공직기강 확립, 공직자 검증, 국민 여론 동향 파악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라면서 "특별감찰관의 수사의뢰가 제기된 상황에서 직책을 계속한다는 것은 법리상 국민정서상 불가하다고 생각된다"며 사퇴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야당의 입장은 더 분명하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18일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특별감찰관의 활동을 무력화시키려는 의도가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면서 "대통령이 임명한 특별감찰관마저 무력화시킨다면 특검을 갈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페이스북에 "민정수석 신분으로 '황제 감찰' 중에도 위세를 떨쳤지만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도 민정수석직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어차피 대통령을 위해서도 검찰을 위해서도 '우병우' 개인으로 돌아가세요"라며 사퇴를 촉구했다.
▶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수사의뢰, 의외의 강수 아닌가?
이석수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정치권에서 감찰내용을 누설했느니 감찰에 대한 물타기니 하는 논란이 이는 상황에서 신속하게 수사의뢰 했다는 건 상당한 강수로 보인다. 처음에는 우병우 수석관련 의혹에 대한 물타기니 시간벌기니 그런 얘기들이 나왔지만 이석수 특별감찰관으로서는 고심 끝에 수사의뢰라는 선택을 한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오랜 공안검사의 감으로 적절한 타이밍을 선택했다는 그런 평가도 나온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MBC의 보도가 나오기 전인 지난주 주말 전부터 우 수석에 대한 수사의뢰 여부를 고심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우병우 수석 관련 의혹이 까도까도 계속해서 나오는 상황인데다 민정수석 교체설이 파다했기 때문이다. 우 수석이 경질 되는 게 당연한 수순이라면 특별감찰관이 수사의뢰를 하거나 고발을 하는 건 '부관참시'로 여겨질 정도로 부담스럽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거꾸로 특별감찰관의 감찰을 무력화시키려는 일종의 '물타기작전'으로 여겨질 일이 벌어졌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감찰내용을 누설했다는 MBC의 보도에 이어서 새누리당 친박계가 이석수 특별감찰관에 대한 파상적인 공격에 나선 것이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수사의뢰하지 않고 감찰기간 연장을 요청할 경우 청와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고, 조사를 연장하더라도 우병우 민정수석과 관련기관들이 협조하지 않는 이상 추가적인 사실확인은 어렵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특별감찰관은 누구의 지시에따라 움직이는 기관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한 감찰을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착수했다고 한다.
이 특별감찰관이 독자적인 판단으로 청와대 최대 실세로 불리는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다는 건 고발이나 수사의뢰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기 때문일 것이다. 이 특별감찰관은 "나올 구멍도 보지않고 민정수석에 대한 감찰에 들어갈 수 있겠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 우병우 민정수석이 감찰에 비협조적이었다는데 검찰수사는 제대로 될 수 있을까?
= 우병우 민정수석이 특별감찰관의 감찰에 얼마나 비협조적이었는지 MBC가 보도한 '문건 자료'에 상세하게 나온다.
MBC와 일부신문사가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감찰내용을 유출했다고 연일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문건내용을 보면 감찰내용에 대한 언급은 이미 언론에 보도된 내용뿐이고 대부분 감찰의 어려움을 토로하거나 조직적인 방해에 대한 불만을 말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예를 들자면 "경찰에 자료 좀 달라고 하면 하늘 쳐다보고 딴소리 하고 그래"라거나 "경찰은 민정 눈치보는 건데 민정에서 목을 비틀어놨는지 꼼짝도 못한다. 지금 꼼짝을 못해. 요새 그래. 아들 자료 있지 않나. 구체적인 자료 좀 달라고 하는 것도. 와~굉장히 정말 힘들어해"라는 내용이다.
또 "마세라티는 그것도 정말 웃기는게. 그것도 리스회사 명의로 돼 있자나. 근데 산은캐피탈(우리가 확인하기는 신한캐피탈)인데 검사들에게 물었더니 달라면 주게 돼 있다고 검사들이 달라고 하면 준다고 하더라고. 그런데 우리가 달라고 하니까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해 줄 수 없습니다 했다는 거야. 아 정말. 벌써 여러군데 (민정이 손을 써서) 내가 감을 느끼는데…"라는 것이다.
특히 "우(우병우 수석)가 아직도 힘이 있다. 검찰이든 경찰이든 째려보면 까라면 까니까. 근데 뭘 믿고 버티는 건가. 여러 가지가 있는데 다 조금씩 문제가 있어 보이는데 전면적으로 파면 버틸 수 있을까. 저러다 부러지는 수가 있는데. 자기가 수석자리에서 내려서면 막을 수 없을까봐 저러는 건가. 이해가 안된다"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우병우 수석은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감찰 착수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문건에도 나오는데 "(감찰 시작할 때)우리 쪽에도 우의 불만이 들어오고 하더라고 좀 너무하는 거 아니냐는 취지로. 이렇게 일찍 들어와버리냐"는 그런 표현이 나온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감찰에 착수한 뒤 우 수석이 '형 왜이래', '어디 아파'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 이 문건 자료는 어떤 자료냐?= 이석수 특별감찰관과 A신문사 중견기자가 통화한 내용인데 해당기자가 정보보고 형식으로 내부망에 올린 것이 흘러나간 것으로 관측된다.
A신문사에서는 외부 유출경위를 추적하고 있는데 해킹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를 하고 있다. A신문사 내부에서 MBC에 자료를 유출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고 MBC가 정부기관으로부터 입수했다면 그 자체도 논란이 일 수 있을 것이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우병우 수석이 계속 버티면 어떻게 될까?
= 지금 상황으로서 우 수석 스스로 물러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지만 우 수석이 버티면 버틸수록 박근혜 대통령에게 부담만 줄 것이고 레임덕만 가속화 시키게 될 것이다.
청와대나 새누리당 친박계에서는 우병우 수석이 물러나면 레임덕이 가속화 될 것이라고 여론몰이를 하지만 거꾸로 우 수석이 버틸수록 박 대통령이나 여권이 더 어려워 질 것이다.
민정수석은 공직기강과 사정을 총괄해야 하는 자리다. 그런데 이미 권위를 상실했다. 여기에 검찰의 수사를 받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민정수석이 뭘 할 수 있을까? 이른바 우병우 사단이 사정기관 곳곳에 포진하고 있어서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다는 비판도 확산될 것이다.
우병우 수석과 관련된 의혹은 박 대통령과는 관계 없는 개인비리다. 우병우 수석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하듯이 탈탈 털면 어떻게 될까? 박근혜 대통령이 그 부담을 떠 안을 이유가 없다. 야당에서는 특검법안을 발의할 것이다. 특검을 거부 할 수 있을까? 특검이 가동되면 우 수석은 영어의 몸이 될 수도 있다.
검찰이 특별감찰관이 수사의뢰한 사건을 내사를 해야 한다고 시간을 끌거나 버티는 건 어려울 것이다. 곧 정기국회가 열릴 것이고 정부로서는 국회의 협조없이는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