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세면대도 없는 숙박업소?' 관광 대한민국에 먹칠

사회 일반

    '세면대도 없는 숙박업소?' 관광 대한민국에 먹칠

    시설관리·위생상태 엉망…단속해도 처벌은 미비

    고시원 (사진=자료사진)

     

    고시원이나 오피스텔을 운영하면서 숙박업종 신고 없이 버젓이 투숙객을 받는 업소가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숙박업소가 지켜야할 규정을 무시해도 이들이 받는 법적 처벌은 미미해 외국인 관광객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 '객실에 세면대도 없어'…고시원 탈 쓴 숙박업

    지난해 12월, 인터넷 호텔예약사이트를 통해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A 레지던스를 찾은 튀니지 여성 림(Rim) 씨는 난방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악몽같은 한겨울 밤을 보내야만 했다.

    다음날 남은 숙박 기간에 대한 환불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림 씨는 A 레지던스 운영자를 경찰에 신고했다.

    지난 12일, 서울에서 아이돌 가수 공연을 보기 위해 강원도 원주에서 온 정모(25·여) 씨는 숙소 문을 열어보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2평 남짓한 방에 샤워시설은 커녕 손을 씻을 세면대조차 없었던 것. 정 씨는 어두컴컴한 복도를 지나 4층 공용화장실에 가는 것이 무서워 밤새 소변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

    정씨가 레지던스에 입실하기 위해 작성한 글. '단기고객'과 '장기고객'으로 나눠져 있다. (사진=김기용 기자)

     

    정 씨는 "이불에 머리카락이 있었고 베개와 침구류에 누리끼리한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면서 숙소의 위생상태도 지적했다.

    서울 서초구청에 따르면, 림 씨와 정 씨가 머문 A 레지던스는 숙박업소가 아닌 고시원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숙박업 신고를 하지 않은 고시원이 '레지던스'라는 간판을 걸고 사실상 단기 투숙객들을 받고 있는 것이다.

    법원에서도 "레지던스의 경우 1~2일의 단기투숙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공중위생관리 등 적절한 규제가 필요한 숙박업으로 볼 수 있다"는 판례가 나온 바 있다.

    공중위생관리법상 숙박업종은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위생관리기준을 지키고 객실별로 욕실, 또는 샤워실을 설치해야한다.

    ◇ 고시원은 자유업종…'벌금 200만원'이 전부

    이들의 편법영업을 단속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고시원 자체가 숙박업소 영역에 포함되지 않는 '자유업종'에 속하기 때문에 애초 공중위생관리법 준수 대상에 잡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구청에선 숙박업미신고혐의로 고발할 수 있는 게 전부"라고 했다.

    고발이 접수돼도 사법당국의 처벌은 미약한 실정이다.

    지난 5월 서울지방경찰청 관광경찰대가 A 레지던스 운영자 B 씨를 미신고숙박업영업 혐의로 체포해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했지만 검찰은 200만원 벌금형을 내리는 데 그쳤다.

    경찰과 구청 관계자들은 "상황이 이렇다보니 벌금만 내고 계속 영업하는 사례가 많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확정판결 전까진 이들 업소의 영업을 중단시킬 수 없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B 씨와 같은 업주들은 계속 단기 투숙객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B 씨는 지난 6월 서울중앙지법에 정식재판청구서를 접수,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한 호텔예약 사이트에 올라온 A 레지던스 관련 평가. 화장실과 샤워실 위생상태와 다른 객실에서 넘어오는 담배연기 문제 등을 지적하고 있다.

     

    ◇ 관광대한민국 얼굴에도 먹칠

    공중위생관리법 규제 대상에서 벗어난 미신고숙박업소들이 관광대한민국의 체면을 구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은 지난 22일까지도 A 레지던스에서 외국인 투숙객의 민원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러한 미신고숙박업소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

    지난 4월, 문화체육관광부와 경찰이 서울시 6개구 관광객 대상 도시민박업소 58개소를 조사한 결과, 23개소가 숙박업종으로 신고하지 않고 외국인 관광객을 받고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숙박업종미신고영업 혐의로 입건된 건수가 2014년 140건, 2015년 406건, 2016년 8월(현재) 537건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경찰 관계자는 "고시원뿐만 아니라 서울 홍대나 마포 인근 오피스텔과, 일반가정집에서도 불법 숙박업이 활개를 치고 있다"며 "처벌법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