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현상에 대해 현실적이고 철학적인 관점에서 재미있게 재조명해낸 책 '또라이 트럼프'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도널드 트럼프라는 인물을 스스로 특권을 누릴만한 자격이 있다고 여기며 다른 사람의 비판은 아랑곳하지 않는 뻔뻔한 철면피로 규정하고, 어쩌면 그가 철면피이기 때문에 대중들의 지지를 더 받는지도 모른다는 전제하에, 트럼프 현상이 왜 일어났는가에 대해 파헤치고 있다.
저자 애런 제임스는 트럼프를 여러 가지 표현들로 빗대어 지칭한다. 흥행사요, 허풍쟁이요, 단순화의 달인이자, 관심종자고, 남의 생각은 안중에도 없는 성차별주의자에, 인종차별주의자, 외국인 혐오자이며, 어떤 면에서는 무지하고, 독재자에다 대중선동가이며, 공화국에 위협적인 존재고 철면피라고 말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어떻게 미국 국민들의 새로운 희망으로 급부상했는가에 대한 물음이다.
미국인들의 정치 혐오와 냉소가 극에 달하고 있는 지금, 미국 정치 체제 안에 ‘철면피 자본주의’가 만연되어 있다는 점은 ‘트럼프 현상’의 원인이자 시발점이다. 이미 정치체제와 규정을 만드는 정치인들이 부패한 철면피들로 가득하다는 점, 그렇기에 기존 정치 체제에 환멸을 느낀 대중들의 무력감이 트럼프야말로 강력한 통치자로서 현실을 뒤엎고 질서를 회복할 것이라 느껴지게 한다는 것이다.
타락한 현실 속에서 진정한 진보란, 철면피 대 철면피 경쟁에서 이기는 것으로 보여질 수도 있다. 철면피 중의 으뜸이자 최고인 거물 철면피, 트럼프가 대중을 위해 정치계의 협치를 회복시키는 과업을 해내지 않을까? 그렇기에 그를 지지하는 대중들은 그의 행실을 모두 이해하지는 못해도 쉽게 용서한다. 그는 선을 구현할 힘의 상징이며, 그는 한다면 하는 사람이니까.
이 책의 저자는 짤막하지만 강렬한 통찰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견해를 피력하기 위해 루소나 프로이트, 플라톤, 홉스 등 여러 정치철학자들의 이론과 견해를 빗대어 트럼프에 대한 철면피 이론을 끌고 나간다.
저자는 트럼프야말로 곧 경고음이라고 말한다. 트럼프 덕분에 기존의 정치질서가 흐트러진 지금이 새로운 변화를 위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한다. 그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요소가 될 수 있음을 우려하는 시각을 보내면서도 저자는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 또한 함께 귀 기울일 필요가 있음을 설파한다.
“부분적으로는 트럼프 덕분에 기존의 정치질서가 흐트러졌고 대대적인 정치 지각변동의 길이 열렸다. 정치 변화는 산사태처럼 찾아올 수 있다. 미국 유권자들 사이에서 전 방위적으로 일어나는 변화들로 인해, 기존의 부패한 정치질서는 더 이상 지탱하기 어려워졌다. 기존의 질서가 무너지고 더 나은 질서가 구축될까?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병든 민주주의는 실제로 회복 가능하다. 절체절명의 위기는 천재일우의 기회이기도 하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