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등 일부지역의 과열만 잡을 수 있는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까. 부동산 시장 상황은 그 어느때보다 복잡하다. (사진=자료사진)
"과거와 지금의 부동산 시장이 다른 점은 되는 곳만 된다는 것입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송인호 선임연구위원의 말이다. 주택 보급률이 이미 100%를 넘은 상황에서 과거처럼 강남에서 불이 붙어 전국 방방곳곳의 집값이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실제로 강남 3구의 재건축 단지를 비롯해 수도권 일부 신도시와 부산, 제주, 세종 등 일부 지역에서, 그것도 신규 분양시장을 중심으로 투기가 집중되고 있다. 다른 지방 도시들도 말 그대로 '돈 되는' 일부 단지에서만 청약 열풍과 분양권 전매 투기가 이뤄지는 형국이다.
부동산 정책의 측면에서 보면, 항암치료에서 정상세포는 놔두고 암세포만 공략하는 치료약을 찾듯이 과열이 나타난 지역만 골라 정확히 작용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뜻이다.
국토교통부 강호인 장관이 지난 14일 국정감사장에서 "단계적이고 선별적인 시장 안정시책...각 지역의 시장상황에 대한 맞춤형 처방이 적합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 "부총리 한마디에 재건축 시장 얼음"…허약한 경기 상황이런 상황에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서울 강남 등 재건축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지역을 중심으로 투기과열지구를 설정하는) 그런 것을 포함해...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발언이 나왔다.
강남 지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설정될 것이라는 시장의 관측이 나오면서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 순식간에 얼어붙는 현상이 나타났다. 실제 대책으로 연결될 경우 부동산 시장의 급격한 위축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사진=자료사진)
대학생, 무직자까지 가세한 '묻지마 청약' 열기와 암암리에 이뤄지는 불법 전매로, 인기지역의 신규 아파트는 입주도 하기 전에 가격이 치솟고 있다. 실수요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 돼가고 있는 상황에서 집값 안정 대책이 시급한 상황.
그러나 현재 경기 상황이 매우 미약한 점은 큰 부담이다. 과도하게 부동산 시장을 위축시키는 결과로 연결될 경우, 내수와 수출 동반 부진으로 상당부분 건설경기에 의존하고 있는 경기가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도 유념해야 한다.
과열을 진정시킬 대책을 내놓을 수도, 그렇다고 안 내놓을 수도 없는 '햄릿의 딜레마'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주택 당국이 일단은 부동산 시장의 추이를 지켜보자며, 매우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전매제한 일부 강화, 집단대출 DTI 적용 등 국지대책 가능성 높아 전문가들도 과거 2006년 부동산 과열기에 내놨던 고강도 대책들을 내놓는 것은 지금 부동산 시장 상황에서는 무리가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 한다.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꺼내는 형국이 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정부가 강남 등 특정지역에 투기과열지구를 지정하는 것과 같은 고강도 대책은 내놓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일부 지역에 한해 분양권 전매 제한을 강화하는 등, 부분적, 국지적 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영산대 부동산학과 심형석 교수는 "섣불리 대책을 내놓기보다 정밀한 진단을 위해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분양권 전매제도는 근본적으로 비정상적인 제도라서 과열이 심한 지역을 골라 단계적으로 전매 제한을 강화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조언했다.
KDI 송 위원도 "분양에서 입주까지 걸리는 기간을 감안해, 전매제한 기간을 대략 30개월 정도로 늘리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여기에 더해 송 위원은 아파트 중도금 대출에 DTI(소득대비부채상환비율)를 적용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소득이 없는 대학생이나 무직자들이 무분별하게 청약에 나서는 것을 방지해 청약과열을 잡고 실수요자들의 당첨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대안이라는 것이다.
전반적인 경기가 미약한 가운데 저금리로 갈 곳 없는 자금이 분양시장으로 몰리면서, 부동산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과연 환자의 체력(경기)을 고갈시키지 않으면서도 환부만 정확히 공략하는 치료제(선별적 맞춤형 대책)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인지, 고심에 빠진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