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윤창원 기자)
최순실 사태에 따른 들끓는 민심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탄핵 카드를 주저하는 데에는 실현 가능성과 역풍 우려 등 여러 이유가 있다.
이런 사정을 알고 있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차라리 탄핵 절차를 밟으라며 오히려 큰 소리를 치고 있다. 광장에서 하야를 외치는 것은 헌정질서를 해치기 때문에 법대로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탄핵 정국이 과연 여권에 유리하기만 할까?
◇ 탄핵 가결시 '가중처벌'물론 탄핵 심판은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국회 의결정족수(200석)를 채우는 것부터가 쉽지 않고 헌법재판소라는 2차 관문을 넘기는 더욱 어렵다.
그러나 헌재가 법리적 판단과 함께 정치적 고려도 해왔다는 점에서 100만 촛불의 성난 민심이 지속된다면 가결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정치권 관계자는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 이미 법원은 청와대 부근 시위를 허용했고 검찰내 기류도 달라진 것 같다"며 "헌재라고 다를 리 없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박근혜 대통령은 장기간 국정을 마비시킨 정치적 책임까지 더해지며 최악의 나락으로 떨어질 게 뻔하다.
퇴로를 열어줄 때 스스로 물러나지 않고 끝까지 버티다 끌려 내려온 대통령이 관대한 처분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다.
◇ 탄핵 부결시 ① 보수세력 전체에 역풍 가능성설령 탄핵이 부결된다 해도 여권의 승리로 보기는 어렵다.
탄핵 부결은 헌재 재판관 9명(내년초 퇴임하는 2명을 공석으로 놔두면 7명) 중에 6명 이상이 대다수 민심과 역행함을 의미한다. 국민들의 일반적 법 감정과 사법부 간의 심각한 괴리를 민낯으로 보여주는 셈이다.
이 경우 헌재를 비롯한 사법시스템 등 기존 질서에 대한 근본적 회의를 불러일으켜 보수 기득권 전체에 대한 변혁 요구로까지 확대될 공산이 크다.
박 대통령은 임기를 마칠 수 있겠지만 여권 전체를 동반 침체에 빠뜨리는 셈이다.
이 관계자는 "새누리당은 (더 큰 역풍을 피하기 위해) 빨리 리셋(reset) 해서 재출발하는 게 낫다"며 셈법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수 야당 의원들도 "민심에 비추어 어떤 경우에도 탄핵 역풍은 여당의 몫이며 우리에겐 오히려 순풍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반면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유력 대선주자가 없는 상황에선 하야나 탄핵이나 큰 차이가 없다"며 "그래도 시간을 끌다보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 아닌가"라고 말해 다른 인식을 나타냈다.
(사진=이한형 기자)
◇ 탄핵 부결시 ② 대선 지형도 악화여야의 궁극적인 승리는 탄핵심판에 따른 희비가 아니라 내년 대통령 선거 결과에 좌우된다.
탄핵이 좌절될 경우 야권은 잠시 의기소침할 순 있겠다. 하지만 헌재 재판관들의 구성상 '예상됐던 패배'인 만큼 곧 털고 일어나 총결집의 계기로 삼고자 할 것이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전투에는 이겼지만 정작 중요한 전쟁에선 불리한 형세를 자초한 결과가 된다.
물론 이는 박 대통령 국정지지율 5%(갤럽)와 사퇴‧탄핵 찬성 74%(리얼미터)와 같은 지금의 여론 상황이 유지된다는 전제 하에서다.
하지만 야당이 크게 지리멸렬하지 않는 이상 여권이 과거 '콘크리트 지지율'을 되찾기는 불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실장은 "이명박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문제를 헤쳐나오는 데에 1년 넘게 걸렸는데 이번에는 훨씬 충격이 크고 근본적인 문제여서 내년 대선과 내후년 지방선거에까지도 영향이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