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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급 '최순실' 위세…"이럴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문화 일반

    대통령급 '최순실' 위세…"이럴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뇌물죄', '인사개입', '연설문 수정' 증언 나와 … 심지어 '허위증언 지시'까지



    최순실 씨 없는 '최순실 청문회'는 사실 앙꼬 없는 찐빵이나 다름 없지만, 그나마 소정의 효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최순실의 두 남자' 고영태 씨와 차은택 씨 덕분이다.

    두 사람 모두 최 씨의 최측근으로 활동했다. 고 씨는 최 씨가 실소유주였던 더블루케이의 이사였고, 수족이나 다름없었다. 차 씨는 창조경체추진단장을 맡는 등 최 씨를 등에 업고 현 정권에서 문화계 황태자로 군림하며 각종 이권 사업에 개입했다.

    7일 열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위 2차 청문회에 나란히 증인으로 출석한 고 씨와 차 씨는 작심한 듯 최 씨에 대한 폭로를 쏟아냈다.

    이는 '모르겠다, 기억이 안 난다'로 일관하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종 전 문화부 차관과는 상반된 모습이라 눈길을 끌었다.

    '최순실의 두 남자'의 증언으로 최 씨-박근혜 대통령 사이의 '뇌물죄' 정황이 드러났고, 최 씨의 '인사개입', '대통령 연설문 수정'이 재차 확인됐으며, 심지어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입 맞추기' 지시를 한 것도 포착됐다.

    최순실의 두 남자 고영태 씨와 차은택 씨. (사진공동취재단)

     



    ◇ 박근혜-최순실 뇌물죄 단서…"崔가 朴 옷·가방값 4500만원 지불"

    '최순실 게이트'의 포문을 연 일등공신은 고영태 씨다. 때문에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 씨에 대해 "이유야 무엇이든 판도라의 상자를 연 사람"이라며 "고 씨가 없었다면 오늘의 이 자리는 없었을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고 씨는 2012년 대선 직후 지인의 소개로 최순실 씨를 만난다. 당시 '빌로밀로'라는 이름의 가방회사를 운영했던 고 씨는 "지인에게 새 가방을 보여달라는 연락이 왔고, 가방을 보여주러 간 자리에 최순실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후 고 씨와 최 씨는 돈독한 관계가 됐다. 고 씨는 최 씨의 주문으로 가방 30~40개와 옷 100여 벌을 만들었다.

    이 제품들은 최 씨와 이영선 당시 청와대 행정관을 통해 박 대통령에게 전달됐다. 고 씨는 도매가로 해당 제품이 4500만 원어치이며, 계산은 최 씨 개인이 했다고 밝혔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박근혜 대통령과 최 씨의 혐의에 뇌물죄를 추가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최 씨가 개인 돈으로 구매한 옷과 가방을 박 대통령에게 제공했고, 대통령은 최 씨를 사업적으로 도왔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고 씨는 최 씨와 박근혜 대통령의 관계에 대해 “최 씨가 대통령의 옷을 고르는 것, 이영선 전 행정관과 동행하는 것 등을 보고 최순실이 대통령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또 최 씨가 박 대통령의 배후 조종자 같이 보였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조종은 모르겠고, (대통령에게) 이럴 수 있는 사람이 있구나 생각했다"고 밝혔다

    (사진공동취재단)

     



    ◇ 판도라의 상자 연 고영태, 崔와 관계 틀어진 계기는 '강아지'

    고 씨와 최 씨의 돈독했던 관계가 어긋난 것은 2014년 말부터다. 고 씨는 "(최 씨가) 2년 전부터 모욕적인 말과 밑의 직원들을 사람 취급을 안 하는 행위를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불만이 폭발해 언론에 '최순실 자료'까지 건넨 계기는 '강아지' 때문으로 드러났다. 고 씨는 "최 씨가 저에게 (최 씨의 딸) 정유라의 강아지를 맡아달라고 했는데 제가 강아지를 잘…"이라고 말했다. 정유라의 강아지를 찾으러 온 최 씨는 고 씨가 당시 골프를 치느라 연락을 못 받아 서로 싸웠다는 것이다.

    이후 고 씨는 "2014년 말인가, 2015년초에 TV조선을 찾아갔다. 대통령 순방일정이나 차은택의 기업 자료, CCTV 자료 등 여러가지를 가져 갔다"고 했다.

    이날 고 씨의 입에서는 최 씨에 대한 여러 의혹을 입증할 만한 핵심적인 증언들이 쏟아졌다.

    요약하면, "사무실에서 PC에 팩스가 잘 안된다, 스캔이 안 된다 해서 (최순실 씨) 사무실 들어갔을 때 컴퓨터를 얼핏 보니 그게(연설문) 있었다.", "(최순실 씨의) 대포폰을 2개 정도 봤다", "(프로포폴) 약물 중독보다는 같은 말을 또 하고 같은 말을 또 하고 하는 것을 경험한 적 있다" 등이다.

    '세월호 참사 당일 최 씨가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과 함께 있지 않았느냐'는 질문도 나왔지만, 고 씨는 "오전에 원단 때문에 컨펌(확인) 받으러 연락했기 때문에 그 안에는 안 들어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 차은택, 崔 보며 "이럴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생각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CF감독 차은택 씨를 최 씨에게 소개한 것은 고영태 씨였다. 2014년 최순실 씨는 광고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있으면 소개해달라고 고 씨에 요청했다. 고 씨는 직원 중에 가까운 사람이 있던 CF 감독 차 씨를 소개했다.

    최 씨는 차 씨를 만난 지 한두 달 만에 문화계 인사를 추천해달라고 했다. 둘의 관계가 급속히 가까워졌다는 정황이다. 차 씨의 추천으로 김종덕 전 문화부 장관,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송성각 전 콘텐츠진흥원장이 임명됐다.

    다른 분야의 고위직 역시 최 씨가 추천을 받아 인사가 이뤄졌을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차 씨는 "제가 추정해서 말하기는 힘들 것 같다"면서도 "제 의견으로는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차 씨는 최 씨의 지시로 김기춘 전 실장을 만나기도 했다. 이 일로 차씨는 "최순실 씨와 대통령이 굉장히 가까운 관계로 생각했다"면서 "이럴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 씨는 차 씨와 김 전 실장을 만나게 함으로 써 자신이 이 정도의 사람임을 과시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정작 최 씨는 김 전 실장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차 씨는 "최 씨가 김 전 비서실장을 지칭하면서 사실 별로 좋은 이야기를 한 적이 별로 없다. 고집이 세다는 이야기를 푸념식으로 한두 번 했던 것을 들었다"고 밝혔다.

    차 씨는 자신이 추진한 행사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것도 최 씨의 영향이었다고 증언했다. 차 씨는 자신이 먼저 대통령이 참석해줄 것을 부탁한 적은 없었지만 어떤 행사를 연다고 최 씨에게 언급하면 그 행사에 박 대통령이 참석할 것이라고 답했다.

    고영태 씨와 마찬가지로 차 씨는 최순실 씨가 박 대통령의 연설문을 수정했다는 의혹을 확인해 주는 증언을 했다. 최 씨가 요구해서 문화 콘텐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써서 줬더니, 그게 대통령의 연설문에 반영됐다고 했다.

    ◇ 崔 만남 후회하는 차은택 "대한민국에 다시는 이런 일 생겨서는 안 돼"

    소위 잘 나가던 CF 감독이었던 차 씨는 최 씨를 만나면서 한국 문화융성을 이끄는 창조경제추진단 단장이 되며 승승장구하는 것 같았지만, 결국 바닥으로 곤두박질을 했다.

    자신의 인생을 바꾼 최순실 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대한민국에 다시는 이런 일이 생겨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후회했다.

    한편 최 씨가 검찰 출석을 앞두고 공범들과 입 맞추기 시도를 한 정황도 차 씨의 증언에서 드러났다.

    차 씨는 "일본에서 최순실 씨와 한번 통화한 적이 있다. 최 씨 일을 봐주던 사람이 전화를 해보라고 전해왔다"면서 "최순실 씨가 본인과의 관계는 커피숍 프랜차이즈 사업을 위해 만난 거고, 문화 쪽은 본인은 잘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차 씨뿐만 아니라 다른 관련자들에게도 전화가 갔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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