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음성 친환경농장 르포] '밀집사육' 바꾸니.. AI걱정도 끝

기업/산업

    [음성 친환경농장 르포] '밀집사육' 바꾸니.. AI걱정도 끝

    AI 감염에 강한 동물복지사육 VS AI 감염에 무방비 공장식 밀집사육

     

    해마다 되풀이되며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있는 조류인플루엔자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으로 떠오르고 있는 동물복지사육을 하는 국내 1호 동물복지농장 인증을 받은 동일농장 홍기훈(57) 대표를 만났다.

    면역력이 취약한 공장식 밀집사육이 대부분인 우리 양계농가 가운데 일찌감치 동물의 본성에 맞게 습성대로 닭을 키우는 동물복지사육을 시작한 국내 동물복지농가들은 AI안전지대로 남아 있다.

    유럽국가들은 2012년부터 밀집사육을 법으로 금지했다.

    국내 동물복지농장 1호인 동일농장 홍기훈 대표를 찾아가는 충북 진천과 음성, 충남 지역 등의 곳곳에서 여전히 AI 차단 방역과 살처분이 이뤄지고 있었다.

    강원 횡성과 충남 아산에서 조류 인플루엔자가 의심신고가 접수되는 등 주말에도 AI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충남 아산시 둔포면에서는 6일 다시 AI가 발생해 방역당국이 16만여 마리를 매몰 처분하기로 했다.

    음성의 동물복지농장 주변에서 기자를 만난 홍 대표는 "AI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현재의 공장식 밀집사육에서 면역력이 강한 친환경사육으로 신속히 전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동물복지농장... 동물 습성에 맞게 사육

    동물복지농장은 동물의 공장식 밀집 닭장에 닭을 가두어 키우는 것이 아니라 동물의 본성에 맞게 닭의 습성대로 닭을 키우는 친환경 사육을 시도하는 농장이다.

    넓은 공간에서 닭의 습성에 맞게 톱밥도 깔아주고 모래 목욕을 할 수 있는 장소도 제공하며 횃대를 설치해 닭의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알을 편하게 낳을 수 있도록 산란장도 마련해준다.

    닭들에게 8시간 이상의 충분한 수면을 주고 적당한 기온 유지를 위해 매일 시간대에 맞춰 꾸준히 관리한다.

    국내 양계농가의 98.5%는 공장식 밀집 사육을 하고 있다. 통상 A4용지 크기의 좁은 폐쇄형 닭장 안에서 닭을 키운다. 축산법 규정에 산란계를 기준으로 닭 1마리의 최소 사육 면적이 0.05㎡로 규정돼 있어 이것만 갓 넘긴 면적이다.

    움직이기도 힘든 비좁은 공간에서 고문을 받듯 사육받고 스트레스가 치솟아 면역력이 떨어져 AI가 발병하면 그대로 전염이 돼 해마다 발병과 전염, 폐사, 집단 살처분이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동물복지농장에는 10배 정도의 면적이 더 확보돼 있다. 홍 대표의 농장에는 폐쇄형 케이지를 찾아볼 수 없다. 1㎡당 9마리 이하를 키우게끔 조성돼 있다.

     


    ◇ 유럽 밀집사육 2012년 법으로 금지 VS 국내 98.5% 밀집사육

    홍 대표는 "해태제과에 근무하면서 과자등에 많이 들어가는 계란에 관심을 갖다 동물복지에 앞서가는 유럽을 보고 이젠 우리도 동물복지농장이 필요하다는 인식으로 국내
    1호의 동물복지인증농장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가금류 등의 사육역사가 100년이 넘는 유럽국가들은 광우병, 구제역, AI 등의 파동을 겪고 나서 동물 본성을 거스르고 인간의 욕심만을 앞세운 공장식 밀집사육의 폐혜를 깨닫고 사육방식을 완전히 전환했다.

    10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2년부터 EU 국가들은 공장식 밀집사육을 법으로 금지했다.

    지난 2003년부터 밀집사육비율이 11%인 독일은 AI 발생이 8건, 21%인 스웨덴은 1건, 52%인 영국은 3건에 그쳤다.

    밀집사육비율이 98.5%인 한국이 112건, 90%인 중국에서 130건인 것과 비교해 극히 대조적이다.

    AI가 전국적으로 창궐하고 있지만 유럽 국가들처럼 국내 동물복지농장들도 비교적 안전한 청정지대로 남아있다.

    국내에는 2012년 동물복지농장 제도가 도입됐다. 2012년 산란계를 시작으로 2013년 돼지, 2014년 육계, 2015년 한우,육우,젓소,염소, 2016년 오리로 인증대상이 확대됐다.

    올해 1월 현재 동물복지 축산인증을 받은 농장은 114곳이고 산란계 89곳, 돼지 12곳, 육계 11곳, 젓소 2곳의 농장이 동물복지인증을 받았다.

    홍 대표의 동일농장은 음성과 진천에서 4개의 동물복지인증 농장을 가지고 8만여 마리의 닭을 기르며 친환경 계란을 생산하고 있다.

    음성군 삼성면에 있는 홍씨의 농장 중 한 곳도 바로 인접한 농장에서 살처분이 20여일 이상 진행되면서 AI 2차 감염으로 이번에 만 3천여마리가 살처분됐다.

    하지만 나머지 3곳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올해 유일한 동물복지농장 피해이다.

    홍 대표는 "친환경농장의 닭은 면역력이 강해 AI 감염이 거의 없지만 인근 일반농장의 AI 살처분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감염됐다"며 "동물복지농장이라고 AI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라"며 아쉬워 했다.

    ◇ 정부의 축산현대화가 "AI창궐 자초"

    홍 대표는 "AI가 해마다 이렇게 되풀이 되는 것은 우리 제도와 시스템 면에서 자초한면이 크다"고 안타까워 했다.

    "FTA와 농축산물 수입개방에 대응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다며 정부가 대대적인 축산현대화 사업을 통해 농가수는 줄이고 사육수를 늘리면서 개인이 밀집사육으로 200만 마리까지 기르는 농가가 나오는 등 공장식 밀집사육이 오히려 확대됐다"고 밝혔다.

    "방역대를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축산허가로 사육농가들이 밀집되면서 한번 AI가 발생하면 피해가 겉잡을 수 없이 커지고 차단방역이 힘든 면도 있다"고 언급했다.

    우리나라처럼 일본도 국토가 좁아 공장식 밀집사육을 허가하고 있지만 농가가 밀집이 않돼도록 조정하고 AI가 발생하면 24시간안에 강력한 초기 대응체제를 갖추고 있어 우리보다 피해가 눈에 띄게 적다.

    ◇ 지금이라도 동물복지농장으로 전환 시급

    홍 대표는 "해마다 되풀이되는 AI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AI에 무기력한 공장식 밀집사육에서 AI에 강한 동물복지형 농장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장 전환이 힘들다면 유럽처럼 유예기간을 주고 정부에서 집중 지원을 해 동물복지형 케이지, 개방형 케이지 등 전환기를 거쳐 동물복지형 농장으로 단계적으로 옮겨 가야 한다"고 밝혔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축산 선진국인 유럽국가들이 왜 밀집사육을 금지했는지 심각하게 검토해보고 우리의 사육체제도 전환이 필요한 시기가 됐다는 것이다.

    홍 대표는 "동물복지 농장의 계란 생산비가 일반 농장에 비해 1.8배 ~ 2배 비싸지만 친환경 사육이 활성화되면 생산비를 더 낮출수 있다"고 밝혔다.

    "동물복지인증 농장에서 생산한 제품이 정당한 가격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의 농장에서 생산한 계란도 동물복지 인증 마크를 50% 밖에 못달아 출하하고 있다"며 "친환경 건강한 축산물에 대해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지금도 정당한 가격 등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동물복지 인증을 받지 않고 있지만 제도가 활성화되면 200여 농가는 바로 동물복지로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동물복지농장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관심, 홍보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홍 대표는 "유럽연합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케이지사육, 실내 방목 사육, 실외 방목 사육 등 포장지에 따로 표시를 해 소비자가 선택을 하도록 돕고 있다며 이 부문이 우선 시급하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동물복지를 소비자들이 알고 선택할수 있는 환경이 돼 내년에는 전국의 양계장이 AI 고통을 겪지 않고 닭을 사육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 AI 살처분 비용 등 1조원... 친환경사육에 투자했다면

    지난 2003년 12월 국내에 AI가 처음 발생한 뒤 지금가지 살처분 보상금과 생계소득 안정자금 등으로 8,500억원의 정부 예산을 썼고 올해는 1조원이 넘는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피해 뒷수습에 들어가는 막대한 예산을 친환경사육을 위해 투자했다면 피해를 크게 줄일수 있고 피해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다.

    홍 대표는 이와함께 "동물복지에 앞서 우리가 심각하게 생각해야 될 것은 AI는 인수공통감염병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러스와 싸워 이기려는 태도를 버리고 바이러스와 공생하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지금은 양계농가만이 힘겹게 싸우고 있지만 우리 국민 건강까지 위협받을 수 있는 인수공통감염병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해마다 강력해지는 AI에 근본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양계산업의 틀을 바꾸지 않는다면 국민 건강까지 위협받을 수 있는 때가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미 중국에서는 2014년 이후 17명이 AI에 감명돼 10명이 목숨을 잃었다.

    홍 대표는 "3천만 마리든 5천만 마리든 살처분하면 바이러스가 살 수 있는 숙주가 없어져 AI가 잦아들겠지만 그렇다고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면역체제는 붕괴돼 있고 내년에 AI가 유입되면 또다시 전염이 만연하고 살처분에 의존하고...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