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자료사진/박종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7일 결국 구속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아닌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의 설립과 통합을 주도한 정황이 포착된 게 결정적인 변수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를 목전에 둔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가 한층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날 특검팀이 청와대를 압수수색하게 해달라며 낸 가처분이 법원에서 각하돼 사실상 청와대 압수수색은 물 건너갔지만, 박 대통령 대면조사에선 압박 수위가 높아질 전망이다.
이 부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았던 서울중앙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판사는 이날 새벽 5시 30분쯤 "새롭게 구성된 범죄혐의 사실과 추가로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종합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함께 기소된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에 대한 구속 영장은 기각됐다.
박 사장의 지위와 권한 범위, 실질적 역할 등에 비추어 볼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결국 이 부회장이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건넨 '몸통'으로 법원이 일단 강한 의심이 든다는 걸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특검은 지난 14일 오후 이 부회장에 대해 혐의와 죄명을 추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특검이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을 재청구한 배경에는 박 대통령과 삼성이 함께 미르·K스포츠 재단을 설립·통합한 정황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이 먼저 대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만들어진 '재단'이라는 큰 그림을 그린 뒤 전경련을 통로로, 설립 자금은 박 대통령에게 흘러들어 가는 그럴듯한 구조를 설계했다는 것이다.
삼성이 재단 통합을 주도했다는 것은 그동안 '청와대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재단에 출연금을 냈다는 삼성의 기존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 부회장은 삼성 경영권 승계 지원 대가로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여기에 횡령과 국회에서 거짓 증언을 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이 2차 영장에 추가한 혐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재산국외도피죄와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이다.
이같은 추가 죄명은 이 부회장이 최씨 측 독일 업체 지원, 기존의 말을 처분하는 것처럼 위장해 최씨 딸 정유라씨에게 스웨덴 명마 '블라디미르'를 사줬다는 의혹에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대한승마협회장인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에 대해서도 동시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사장은 ‘승마 지원’의 창구로 지목된 상태다.
그동안 특검은 추가로 확보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 수첩 39권 등 핵심 증거물을 바탕으로 청와대와 삼성의 '주고받기'식 거래 관계를 더욱 명확히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해왔다.
이를 통해 청와대의 압력 속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후 순환출자 문제 해소 차원에서 삼성SDI가 처분해야 할 삼성물산 주식을 1천만 주에서 500만 주로 줄여줬다는 의혹이 새로 드러났다.
삼성 뇌물죄 보강 수사를 통해 혐의를 구체화해 법원에서 소명에 성공한 특검은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 강압 수위를 더욱 높일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게 수사 기간 연장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 영장이 발부된 만큼 수사 기간 연장론도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