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철 특검보가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에서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박영수 특검팀이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에 대해 "조만간 가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히면서, 대면조사 시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검의 1차 수사 기간은 오는 28일까지다.
특검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는 20일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 대면조사가 필요하다는 원칙을 특검에서는 갖고 있다"며 "수사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점을 고려해 조만간 대면조사 가부 등이 결정되면 그때 말씀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영장이 발부된 만큼, 그 전처럼 특검이 박 대통령 대면조사에 목맬 이유가 없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언뜻 보기에는 기존 입장과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특검보의 발언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 부회장 영장 발부 전에는 항상 따라 다녔던 "반드시"라는 수식어가 사라졌다. 또 '대면조사 성사 여부'가 아니라 '대면조사 가부'를 결정하겠다는 것도, 특검의 입장이 이제는 할지 말지에 대한 판단으로 한 걸음 물러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검 입장에서는 수사 기간이 연장되지 않으면 대면조사 없이 박 대통령에 대해 '시한부 기소 중지'조치를 하고 검찰로 넘기면 된다.
이런 맥락에서 특검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수사 기간 연장 여부를 빨리 결정해줄 것을 공개적으로 촉구하며 압박하는 모양새다.
이규철 특검보는 '황 권한대행으로부터 수사 기간 연장 요청에 대한 답변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받지 못했다"면서 "가급적 빨리 답변해주시면 남은 수사 기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이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 특검 "안봉근 피의자로 신분 바뀔 수 있어"아울러 특검은 이날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청와대 비선진료'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이 특검보는 "원론적으로 안 전 비서관의 신분이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변동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사 과정에서 안 전 비서관의 신분이 바뀔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날 오후 1시 55분쯤 출석한 안 전 비서관은 '청와대에 비선 진료진을 출입시켰느냐'는 질문에는 대답이 없다가 '청와대 출입관리가 담당업무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예"라고 짧게 답했다.
이어 '최순실에 대해 아냐', '경찰 인사 개입했다는 의혹은 어떻게 생각하냐', '헌법재판소 출석은 왜 안했냐'는 질문에는 묵묵부답으로 조사실로 향했다.
담당 업무 부분에 대해서는 다른 국정농단 관계자들과 마찬가지로 인정하면서도, '비선실세' 최순실씨와의 관계나 국정농단 연루 의혹 등에 대해서는 선을 긋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특검은 안 전 비서관을 상대로 '청와대 비선진료' 의혹을 받는 김영재 원장과 김상만 전 녹십자아이메드 원장 등이 보안손님으로 청와대 출입에 관여했는지 등을 캐물을 계획이다.
최씨와 가까운 일명 '주사아줌마' 등이 청와대를 출입하며 박 대통령에게 각종 주사시술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과 관련, 안 전 비서관이 이들의 출입도 도왔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안 전 비서관은 제2부속비서관 시절 최씨가 이영선 제2부속실 행정관의 차를 타고 자유롭게 청와대를 출입할 수 있도록 도왔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이 행정관은 안 전 비서관의 고교 후배로 '최순실 의상실' 동영상에서 휴대전화를 자신의 옷에 닦아 최씨에게 건넸던 인물이다.
이밖에 안 전 비서관은 경찰 고위직 인사에도 개입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아울러 지난 2015년 경찰 제복 교체 과정에서 강신명 전 청장을 움직여 최씨의 지인이 운영하고 있는 섬유 회사에 이권을 주도록 한 게 아니냐는 의심도 있다.
안 전 비서관은 최씨에게 공무상 비밀문서 47건을 유출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과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과 함께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며 박근혜 대통령을 20여년간 가까이서 보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