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때 이른 '예비내각 구성 루머'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2월 "완전한 형태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어떤 분들이 함께 국정을 수행하게 될지에 대한 부분을 가시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적절한 시기에 '섀도 캐비닛(Shadow cabinet·예비 내각)'을 제시하겠다고 밝힌 이후 잊을 만 하면 예비내각 관련 루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한 언론사에서 문 전 대표의 예비내각 보도를 한 직후 김경수 대변인이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국민들에게 혼돈을 줄 뿐만 아니라, 기사에 거론된 당사자들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는 기사"라며 해당 언론사에 강한 유감을 표한 이후에도, 문 전 대표가 17개 정부부처별 1급 이상 간부명단을 추려 차관 감을 물색하고 있다는 보도 등이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23일 '문재인 정부 내각-청와대'라는 제목의 출처불명의 명단까지 SNS 등에 유포되자 문 전 대표 측은 "명단 내용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법적 조치를 포함한 강력한 대응 방침을 밝혔다.
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아직 탄핵 결정도 이뤄지지 않은 시점에 (나온 SNS 유포는) 문 예비후보를 음해하려는 불순한 의도이며 당사자들에겐 심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며 "문 후보 캠프는 최초 유포자에 대한 수사의뢰 뿐 아니라 이를 무책임하게 보도하는 매체에 대해 강력한 법적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문 전 대표 측이 예비내각 관련 루머에 이렇게 기민하게 대응하고 나선 것은 실제로 캠프 내 관련 논의가 전무한 것은 물론 탄핵 전 관련 논의가 이뤄지는 것이 부적절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문 전 대표가 섀도캐비닛을 시사 한 뒤 여권과 국민의당에서는 "정권을 다 잡은 것이냐"는 비판이 쏟아졌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국민들에게 오만하게 들릴 수 있다"(김부겸 의원)는 등의 비판이 적지 않았다.
대선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남은 상황에서 예비내각 명단을 발표했을 때, 거론되지 않은 대상자는 물론이고 거론된 대상자들까지 불필요하게 도마에 오른다는 점도 문 전 대표 측이 우려하는 지점이다.
익명을 원한 한 민주당 고위관계자는 "입각 욕심이 있는 전문가들의 경우 자신이 예비내각 명단에서 제외된 문 전 대표를 도울 동력이 떨어지고, 선의로 문 전 대표를 돕는 전문가들의 경우도 명단에서 제외되면 아무래도 힘이 빠지지 않겠냐"며 "예비내각 공개가 신중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예비내각 하마평에 올랐던 인사들 역시 "입각을 위해 캠프에 이름을 올린 것"이라는 근거 없는 논란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다. 문 전 대표 측이 "거론된 당사자들에게 심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강력하게 항의하는 이유다. 하마평에 오른 한 인사들 역시 "나를 음해하려는 사람들이 퍼트린 소문"이라며 농담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 전 대표 측은 당 후보로 선출되기 전까지는 예비내각 구성논의를 할 계획이 없고, 당 후보로 선출되더라도 내각은 당과 상의해 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총리나 장차관 등에 대한 인선기준을 발표할 수 있겠지만 구체적으로 이름을 거론할 수 있겠느냐"며 "예비내각 구성논의는 앞서가도 한참 앞서간 이야기"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