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동빈 수습기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장비 일부가 국내에 도착했다는 소식에 시민사회는 곧바로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르면 올 4월부터 사드가 작전 운용에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여론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 탄핵심판 앞두고 시민단체들도 깜짝시민단체연합 '사드한국배치저지 전국행동'과 사드배치철회 성주·김천대책위 등은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 당국이 법적 근거도 없이 일방적으로 사드배치를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공동선언문에서 "한·미 당국은 탄핵 이후 정세 변화에도 사드 배치를 되돌릴 수 없게 하기 위한 불순한 의도로 이번 조처를 단행했다"고 성토했다.
대통령 탄핵 심판을 얼마 앞둔 상황에서 느닷없이 사드 배치가 시작된 배경에는 정략적 의도가 숨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면서 "사드 배치는 다수 국민의 요구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반민주적 폭거"라며 "'공동 실무단 운용결과 보고서'를 제외하면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추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드저지 전국행동 박성민 공동집행위원장은 "오늘 언론보도를 보고 저희 모두 깜짝 놀랐다"면서 "미사일도 막지 못하고 평화만 해치는 사드 배치는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 "차기정부 무시한 알박기 무기배치"
(사진=김동빈 수습기자)
시민·사회단체들은 사드 도입과 같이 여론의 극한 갈등이 충분히 예상되는 이슈의 경우 차기정부에서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았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이미현 간사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사실상 과도기 정부를 이끌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적으로 중대한 과제를 이런 식으로 강행하는 건 부적합하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전쟁반대 평화실현 국민행동' 함형재 사무처장은 "탄핵 이후에는 대선 국면으로 갈 텐데 사드배치가 차기정부를 무시하고 '알박기' 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지역민들 가운데는 아직 거리에 나와 싸우고 계신 분들이 있다"고 성토했다.
천주교인권위원회 김덕진 사무국장은 "정부가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며 "사드는 일단 배치되면 원상복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최소한 다음정부에서 논의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일갈했다.
정부의 이러한 방침은 대선 구도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 안보 문제를 일부러 전격 이슈화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 김흥규 소장은 "결국 사드이슈가 부각돼 안보정국이 되면 보수적인 후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하지만 차기정부의 대중국카드를 벌써 소진해버리면 외교 입지는 더 좁아질 수밖에 없지 않냐"며 "안정적으로 배치하기 위해서라도 졸속 진행은 문제를 일으킨다. 무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 찬반 엇갈리지만 졸속 우려엔 공감시민들의 경우 사드배치 자체를 두고는 찬반이 엇갈리는 가운데 갑작스러운 무기 도착 소식에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경기 과천시에 사는 박 모(49) 씨는 "국가적인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에서 굳이 서두를 이유도 없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별로 생각이 없어 보이는데 우리가 굳이 알아서 기고 있다"며 "굴욕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학생 최규현(25) 씨는 "생각보다 빨리 진행돼 당황스럽지만 일단 배치는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울 영등포구 이 모(28) 씨는 "졸속배치를 두고는 논란이 많지만 상존하는 북핵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사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