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아파트 주민 이광우 씨
지난 토요일 오전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났습니다. 꽤 큰 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한 명도 다치지 않았고요. 모두 무사히 대피를 했는데요. 알고 보니 이 아파트의 경비원이 무려 15층의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뛰어다니면서 불이야 불이야 대피하라 외친 덕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화마에 목숨을 거뒀습니다. 이제는 텅 빈 그 경비실엔 주민들의 추모 쪽지와 국화가 쌓이고 있다고 하는데요. 오늘 화제 인터뷰, 그 불이 났던 아파트 5동의 주민 이광우 씨 직접 연결을 해 보죠. 이 선생님, 나와계세요?
◆ 이광우>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몸은 좀 괜찮으세요?
◆ 이광우> 네네. 괜찮습니다.
◇ 김현정> 지난 토요일 불이 났던 그 시각에 집에 계셨던 겁니까?
◆ 이광우> 네, 그렇죠. 있었죠.
◇ 김현정> 몇 시쯤이었어요, 오전?
◆ 이광우> 갑자기…. 한 8시 전이었던 것 같아요. 8시쯤 됐나요?
◇ 김현정> 오전 8시?
◆ 이광우> 네, 전기가 갑자기 나가면서 그러면서 밖에 나가보니까 연기가 막 이렇게 나고 매연이 나고 그렇게 시작된 겁니다.
◇ 김현정> 그렇게 된 거군요. 그러니까 지하 1층 기계실에서 급수판 교체작업 중에 났다고 하더라고요. 연기가 매캐하게 올라고 있는 상황?
◆ 이광우> 연기가 그냥 매캐한 타는 냄새가 비슷하게 나다가, 소방관들이 대피하라고 방송할 때쯤 돼서는 역겹더라고요.
◇ 김현정> 역겨울 정도로?
◆ 이광우> 숨쉬기가 힘들 정도로 굉장히 역했죠.
(사진=자료사진)
◇ 김현정> 그런데 토요일 오전 8시면 사실은 늦잠 주무시는 분들은 주말에 한껏 잠들어 있을 시간이고, 우리 이 선생님이야 그래도 깨서 그 연기를 목격한 분이시지만 그냥 주무시는 분들한테는 화재인지 뭔지 연기가 나는지 뭔지 감지 못할 상황이었던 거잖아요.
◆ 이광우> 아무래도 문을 닫고 있는 상황에서는 그런 냄새만 조금 났을 뿐이지 누가 그 시간에 나가서 확인할 생각을 했을까요, 과연?
◇ 김현정> 그렇죠. 그런데 한 분도 안 다쳤습니다. 그게 다 5동의 경비아저씨 덕분이었다고요?
◆ 이광우> 그러니까 아저씨께서 연기가 막 위로 올라오고 점점 농도가 짙어지니까, 사람들은 많이 잠들어 있잖아요. 잠들어 있고 상황을 모르는니까 왔다갔다 하시면서 소리도 치고 그러셨나 봐요, 빨리 나오라고.
◇ 김현정> 빨리 나오라고?
◆ 이광우> 당장 대피하라고 내려가라고.
◇ 김현정> 그럼 돌아다니면서 문도 두드리고 소리도 지르시고 그러신 거에요?
◆ 이광우> 네, 아저씨가 그렇게 돌아다니면서 주민들 깨웠고 두들겼고 나오라고 대피하라고 말씀을 하셨는데, 불과 몇 분 사이에 아저씨가 실신하셨다고.
◇ 김현정> '아저씨가 깨워서 나는 내려왔어요.' 그런데 조금 있다가 '그 아저씨는 안 보인다 실신하셨다.' 이 얘기를 들으신 거예요?
◆ 이광우> 네, 실신하셨다고요.
◇ 김현정> 어떻게 되신 거예요, 알고 보니?
◆ 이광우> 9층에서. 이제 다시 내려오셨다 올라가신 걸로 알고 있어요.
◇ 김현정> 한 바퀴를 돌고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가셨어요?
◆ 이광우> 엘리베이터에 사람 갇혔다고 해서 다시 올라가신 것 같아요. 거기서 매연 때문에 실신을 하신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질식을 한 거예요. 질식을 하시고 그 길로 그냥 쓰러져버리신. 평소에 심장질환을 앓고계셨다고도 해요. 병원으로 급히 옮겨졌습니다마는 옮기는 도중에 안타깝게도 숨을 거두신 건데 결국은 그분 덕분에 그 동에 그때 잠들어 있었던 70여 명이 다 목숨을 건지신 거 아니겠습니까?
◆ 이광우> 그렇죠. 굉장히 고마운 분이시죠. 정말.
◇ 김현정> 그러니까요. 그렇게 해서 이분이 세상을 떠나고 나서 경비실에 다닥다닥 포스트잇이 붙기 시작했죠? 저도 봤습니다마는. 누가 그렇게 붙이기 시작하신 거예요?
(사진=자료사진)
◆ 이광우> 아이들이 먼저 붙이기 시작한 것 같아요. 그리고 일부 주민들도 붙이기 시작한 것 같고. 다들 감사합니다, 감사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다 이런 내용이고요. 저 같은 경우는 집사람하고 같이 조문을 다녀왔어요.
◇ 김현정> 그러셨어요. 장례식장까지?
◆ 이광우> 네. 다녀왔는데 유가족분들이 말씀하시기를 그분 전직이 그 아저씨 전직이 양장을 하셨대요. 양복을 만들거나 이런 일을 하셨나봐요.
◇ 김현정> 양장일을 하신 거군요?
◆ 이광우> 네네.
◇ 김현정> 그러다 경비일 하신 지는 얼마 되셨대요?
◆ 이광우> 얼마 안 되신 것 같아요. 퇴직하시고... 저도 한 1년 정도 뵌 것 같은데요. 퇴직하시고 경비일 하시게 됐다고 해서 좋아하셨다고 유가족들이 말씀하시더라고요.
◇ 김현정> 퇴직을 했는데 내가 집에서 그냥 쉬어야 될 판에 경비일 하게 됐다, 아주 좋아하시다가 1년도 채 안 돼서 이렇게 되신 거군요?
◆ 이광우> 네, 맞습니다.
◇ 김현정> 아이고….
◆ 이광우> 너무 안타깝습니다.
◇ 김현정> 너무 안타깝습니다. 쪽지들 내용 보니까 '열심히 도와주시던 모습이 생각나서 더 속상하고 눈물 납니다. 몇 년이 지나도 기억하겠다.' 이런 글들이 빼곡히 올라오던데. 사실은 이제 경비원 분들과 관련된 뉴스가 여러 가지가 함께 나오고 있어요. 이제 무인경비시스템 이런 게 도입이 되면서 경비원들이 대량 해고되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이분들 갈 곳이 없다, 이런 이야기들 들으면 어떠세요?
◆ 이광우> 사실 아파트 관리 차원에서는 경비 인력은 반드시 필요한 것 같고요. 앞으로도요. 무인 시스템 같은 경우는 과연 비상상황에 얼마나 대처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런 시스템이. 경비원분들의 어떤 처우개선은 예전에도 많이 회자되어왔던 얘기 아닙니까? 몸으로 하는 어떤 노동뿐만 아니고 감정노동까지 겸한 아주 힘든 일이라고 저는 생각을 해요. 처우개선이 확실히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번 일을 계기로.
◇ 김현정> 처우개선도?
◆ 이광우> 네네.
◇ 김현정> 처우개선도 필요하고 또 무인경비시스템이 된다면 말씀대로 이렇게 사람 구하러 누가 로봇이 뛰어다니겠습니까, 이거 어떻게 하겠습니까?
◆ 이광우> 그렇죠.
◇ 김현정> 사람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는 것도 기억해야 될 것 같고요.
◆ 이광우> 솔직히 요즘에 시국이 본인이 할 의무를 제대로 안 하고 책임을 지지 않는 어떤 이런 것 때문에 나라 전체가 다 어렵잖아요. 경비 아저씨한테는 상당히 감사드리죠.
◇ 김현정> 그러게요.
◆ 이광우> 책임을 질 줄 아는 그런 분이셨다고 봅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요. 참 나 하나 살자고 남이 어떻게 되든 신경 쓰지 않는 사회. 나의 의무, 책임은 뒷전으로 하고 나만 생각하는 사회인데…. 이렇게 경비원, 그것도 처우가 좋지 않은 을이라고 불리는 경비원 한 분이 희생으로 많은 주민들이 살았다는 거 감사드리고요. 이광우 선생님. 주민들과 함께 이 뜻을 기리는 다른 활동들도 좀 이어가주시기를 부탁드리고요.
◆ 이광우> 네.
◇ 김현정> 오늘 고맙습니다.
◆ 이광우> 별 말씀을요. 감사합니다.
◇ 김현정> 지난 주말 화재가 났던 서울 노원구의 한 주민 이광우 씨 연결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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