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년만의 출근, 신입생같은 느낌
- 사실대로, 정유라 보고서 후회없다
- 조윤선 입막음 자리 제안 2번 거부
- 체육계 블랙리스트도 살펴볼 것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노태강(문체부 2차관)
'참 나쁜 사람'이 화려하게 복귀했습니다. 바로 문화체육관광부의 신임 차관으로 임명된 노태강 전 국장 얘기입니다. 2013년이었죠. 최순실은 정유라가 승마대회에서 2등을 하자 불만을 품습니다. 그리고는 대통령을 통해서 승마협회에 대한 감사를 하게끔 합니다. 이때 그 감사를 책임졌던 사람이 바로 노태강 당시 문체부 국장이죠. 최순실과 대통령 입맛에 맞으려면 그 감사보고서는 승마협회가 잘못했다. 정유라는 억울하다 이렇게 나왔어야 하는데 노태강 국장은 있는 그대로 감사 결과를 적은 겁니다. 그걸 본 박근혜 대통령이 '참 나쁜 사람'이라고 찍었고 곧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좌천이 됩니다. 그리고는 사표를 냅니다. 돌아온 나쁜 사람, 노태강 문체부 2차관 직접 만나보죠. 노태강 차관님, 안녕하세요.
◆ 노태강> 네, 안녕하세요. 노태강입니다.
◇ 김현정> 오늘이 첫 출근날이죠?
◆ 노태강>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4년 만에 다시 출근하시는 소감이 어떠십니까?
◆ 노태강> 고등학교 졸업한 후에 대학교에 첫 등교하는 느낌이 들어요. 뭔가 불안하지만 나름대로 또 기대감도 들고 잘해낼 수 있을까 하는 큰 걱정. 그런 것들이 지금 현재 기분입니다.
◇ 김현정> 걱정과 설렘이 교차하는. 인생사 새옹지마라더니. 공교롭게도 그 2차관 자리는 김종 전 차관이 맡았던 그 자리죠?
◆ 노태강>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2차관 자리에는 그 이전에 훌륭한 선배님들, 차관님들이 굉장히 많이 일하셨던 자리입니다. 그래서 지금 현재 딱히 그 자리가 김종 차관하고 연관성은 제 마음에 크게 와 닿지 않는 그런 상황입니다.
◇ 김현정> 김종 차관의 2차관 자리는 좀 잊어 달라 이런 부탁처럼 들리기도 하네요.
◆ 노태강>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노태강 차관님. 이제는 좀 편하게 옛날 얘기 질문 드려도 괜찮으시겠죠?
◆ 노태강> 네, 괜찮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잠시 2013년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승마협회를 감사해 봐라,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게 최순실로부터 떨어진 오더 그러니까 명령이라는 걸 아셨어요, 모르셨어요?
노태강 신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 노태강> 그때 처음 당시에는 전혀 그런 생각은 가질 수도 없었고요.
◇ 김현정> 전혀?
◆ 노태강> 네, 오히려 왜 이렇게 개별단체에 관심을 가지실까 큰 우리가 모르는 뭐가 있나. 오히려 궁금했었고요. 박근혜 전 대통령께서 취임 이후에 체육계에 사실 관심을 처음부터 많이 보이셨기 때문에 대통령이 직접 내린 지시라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놀라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대상과 내용이 개별 경기단체 그리고 전통적으로 승마협회는 사실 정책적 관심이 있었던 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조금 놀랐었죠.
◇ 김현정> 더 대중적인 종목이 얼마든지 있는데 왜 대통령이 유독 승마만 챙길까 이런 생각을 하셨다는 거예요?
◆ 노태강> 네, 그뿐만 아니고 승마와 관련된 다른 지시들도 꽤 많았었습니다.
◇ 김현정> 예를 들면 어떤 것들이 또 있었습니까?
◆ 노태강> 예를 들면 말 산업 활성화 방안을 찾아보라고 하셨는데 사실은 말 산업 자체는 그 당시에 농림수산부 소관 사업이었는데, 특이하게 생각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 김현정> 대통령이 하나하나 개별적으로 챙길 문제는 아닌데 왜 이럴까, 이런 생각?
◆ 노태강>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여하튼 의아해하면서 감사를 하셨습니다. 그리고 있는 그대로 감사보고서를 작성하신 거죠?
◆ 노태강> 네.
◇ 김현정> 그랬더니 결과가 어떻게 나온 겁니까?
◆ 노태강> 그때는 사실 박원오 지금 모든 분들이 알고 계시지만 박원오 전 승마협회 부회장을 만나서 그 얘기를 들어보라는 게 지시 내용이었고요.
◇ 김현정> 그러니까 그 사람이 알고 보니까 최순실 측근이었던 거죠?
◆ 노태강> 최순실 측근이라고는 당시에는 몰랐고 그분이 얘기하시는 내용이 지나치게 정책적인 면보다는 개인비리 내용이 주였고요. 그래서 개인 비리 내용에 대한 제보였기 때문에 이거는 일방적 얘기만 들을 수 없어서 전체적으로 다른 사람들 제3자 혹은 당사자들한테도 얘기를 들어봤고. 그 과정에서 최순실 씨 이름보다는 정윤회 씨 딸이라는 얘기는 들었습니다.
◇ 김현정> 정윤회 딸이 이야기가 거론이 됐고. 말하자면 박원오 부회장이 얘기하는 문제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 문제 있다고 썼으면 문제가 없는데 이쪽 이야기도 듣고 저쪽 이야기도 들어보니까 이게 파벌싸움이다 이런 결론이 난 거예요.
◆ 노태강>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이 옳고 그르다는 내용 이전에 파벌싸움 같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건 부적절하고 개인 비리 내용 쪽으로 접근하는 것보다는 제도적인 어떤 비리 발생 요소가 있는 제도부터 찾아서 제도적인 접근을 하자는 게 그 당시 저의 생각이었습니다.
◇ 김현정> 참으로 상식적인 보고서가 나온 건데 정유라가 희생양이다, 정유라 억울하다는 말을 안 썼다고 해서 결국은 좌천되셨는데 그 장소가 국립중앙박물관이에요. 국립중앙박물관으로 가라 했을 때 얼마나 황당하셨어요?
◆ 노태강> 그때 당시 생각은 제 상관되시는 분이 제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같이 일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다른 자리로 보낼 수 있다고는 그때 당시 받아들였고요. 오히려 그 상황이 벌어지자 저보다는 제 주위에 있던 당시 동료분, 선배, 후배들이 오히려 더 황당해했던 그런 기억이 있습니다.
◇ 김현정> 뭐라고 하셨어요, 그 주변의 동료들은?
◆ 노태강> 이건 뭐 보고서 이거 가지고 이럴 수 있느냐. 왜냐하면 이런 경우는 사실은 저도 당시 공무원생활 한 30년 했지만 처음 당하는 상황이었고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 김현정> 그렇죠, 그렇죠. 그렇게 해서 국립중앙박물관의 교육문화교류단장 이렇게 가신 거예요?
◆ 노태강> 네.
◇ 김현정> 거기서는 왜 또 사표를 내게 되셨어요?
◆ 노태강> 그때 당시는 국립중앙박물관하고 프랑스 장식미술관 사이에 한-프랑스 수교 130주년 기념전시회가 협의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주 순조롭게 협의되던 전시회가 프랑스 측에서 갑자기 당시에 시중에 판매되고 있던 고가의 사치품 제품을 전시품에 포함시키겠다 그러고 국립중앙박물관 내에서 그 제품 홍보행사를 하겠다고 주장하면서.
◇ 김현정> 기성제품을?
◆ 노태강> 네. 그래서 협의가 진행되지 않고 다투고 있었는데 갑자기 문체부 본부하고 청와대 측에서 프랑스 측 주장을 다 수용해라. 수용해서라도 무조건 전시회를 성사시켜라 그런 요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당시에 김영나 관장님을 비롯해서 박물관 직원들 전부가 이건 만장일치로 프랑스 측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
◇ 김현정> 없다?
◆ 노태강> 이건 우리 국립중앙박물관, 크게 나아가서는 한국 문화계 전체 자존심 문제다. 이렇게 주장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전시회 자체는 무산되어버렸고요. 그 후에 김영나 관장님 먼저 경질되고 이후에 저보고도 사표를 내라는 그런 요구가 있었습니다.
◇ 김현정> 그 과정에서 노태강 ‘그 사람 아직도 있어요’, 이 말을 했다는 걸 알고 계셨어요?
◆ 노태강> 나중에 들었고요. 사실 그 말 자체는 아직까지.. ‘나쁜 사람’이라고 얘기한 것은 직접 들은 분이 계시기 때문에 확실한데 아직 ‘이 사람이 있어요’라고 했던 건 소문으로만 들었습니다, 그 말을 직접 들으신 분은 없었고요.
◇ 김현정> 끝까지 소문이기를 바랍니다. 너무 기가 막혀서 말이죠. 여하튼 그 감사보고서를 시작으로 해서 모진 시련을 겪으셨어요. 감사보고서 그렇게 쓴 거 조금이라도 후회는 안 되십니까?
◆ 노태강> 후회는 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사안 자체는 굉장히 간단한 사안이고요. 사실대로 보고하는 것이 당연했었고 자꾸 소신 얘기들을 하는데 그거는 소신까지 갈 것도 없고 공무원으로서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 김현정> 제가 좀 우문을 던지는 건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다시 보고서를 써도 내용은 한 글자도 틀림없이 똑같이 또 쓰시겠습니까?
◆ 노태강> 모든 사항이 다 그렇다면 한 글자까지 똑같이 쓴다는 자신은 없고요, 솔직히. 단지 그 내용 자체는 있는 그대로 보고를 하되 표현방법이라든지 이거는 조금 고민을 할 것 같아요.
◇ 김현정> 어쨌든 그러니까 내용에서는 그대로 나는 밀고 나가겠다 이 말씀이시죠?
◆ 노태강> 네, 왜냐하면 사실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일어난 사실을.
◇ 김현정> 그렇죠. 이런 공무원이기 때문에 돌아온 나쁜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노태강 2차관. 문체부 차관 지금 만나고 있는데요. 그나저나 박근혜 전 대통령 지금 재판받고 있습니다만 혐의 중에 부당인사개입 혐의가 있어요. 이거 노태강 차관님 건으로도 해당이 되는 건데 박 전 대통령은 일관되게 부인을 하고 있습니다. 나는 직접 지시한 게 아니라는 얘기죠. 그러니까 나쁜 사람이다 이런 얘기도 말은 한 적이 있어도 그게 직접 좌천시키라는 의미는 아니었다, 이런 겁니다. 이 논리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 노태강> 사실 본인의 인정여 부하고 상관없이 실제로 그 일은 일어났던 일이고 그 당시에 좌천에 참여하셨던 김종덕 전 장관님이라든지 김상률 당시 교문수석들이 헌법재판소 재판과정이나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서 증언도 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냥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그래도 한때는 한 나라의 국가원수였던 분이 지금 있는 이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자기방어의 어떤 심리상태가 아니겠는가 저는 그 정도로 이해를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자기방어 심리상태. 하지만 아까 감사보고서가 그랬듯이 이것도 사실은 사실이다 이런 말씀이신 거죠. 아니, 그나저나 지난해 말에 그러니까 국정농단이 세상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조윤선 당시 장관이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자리를 주겠으니 좀 맡아다오 이런 회유를 했었다면서요?
◆ 노태강> 네, 두 번 정도 그런 제의를 받은 사실은 있습니다.
◇ 김현정> 두 번이나?
◆ 노태강> 네네.
◇ 김현정> 왜 거절하셨어요?
◆ 노태강> 제 자존심이 허락을 하지 않았고요. 그보다 더 중요한 거는 사실 그 자리는 문체부가 그렇게 제의해서는 안 되는 자리입니다. 체육회의 자율성을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행위가 되기 때문에 나중에라도 대한체육회가 국제올림픽위원회 IOC 징계를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고요. 실제로 한두 개 국가가 그런 식으로 체육회 인사에 개입해서 징계를 받아서 올림픽에 자국 국기를 대신해 올림픽기를 들고 입장하는 그런 징계를 받은 사실도 다 제가 알고 있는데 그 제의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 김현정> 기막힌 생각도 드셨겠어요?
◆ 노태강> 네, 그래서 제가 그 얘기를 했습니다. 당신네 큰일날 소리하고 있다, 지금. IOC가 이걸 알면 어떻게 할 거냐. 그렇게 제가 충고 아닌 충고까지 한 적이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런 사연이 있었던 거군요. 알겠습니다. 이제 차관으로서 문체부를 다시 바로세우는 임무를 맡으셨는데 어떤 과제가 제일 시급한가요, 문체부.
◆ 노태강> 문체부 지금 당장 제 입장에서는 평창 동계올림픽이죠. 사실 그동안 여러 가지 어려운 가운데서도 조직위와 강원도 그리고 문체부가 열심히 준비는 해 온 걸로 알고 있습니다. 만나 뵙고 상의하고 일단 당장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제대로 준비하는 게 제일 시급한 과제고요. 두 번째 문체부는 한 30, 40년 동안 다른 부처 공무원들이 보기에 좀 특이할 정도로 직원들 간에 장벽도 없고 소통이 아주 자유로웠습니다. 그만큼 그건 저는 직원들 간 신뢰관계라고 생각을 하는데 그 신뢰관계가 불과 3,4년 사이에 완전히 무너졌기 때문에 직원들 상호 간에 신뢰를 먼저 회복하는 것이 가장 급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조직을 추스르는 일이 시급한 거군요, 문체부는. 또 하나는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이미 실체가 드러났지만 체육계에도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 이런 소문이 무성했거든요, 국정농단 사태 거치면서. 이 부분 얘기 들어보셨어요, 노 차관님?
◆ 노태강> 저도 소문만 듣고 그 내용은 아직까지 어디서든 구체적인 제가 사례를 들은 적은 없어서 안 그래도 출근을 하게 되면 살펴볼 생각으로 있습니다. 만약 그런 일이 있었다면 그건 당연히 또 바로잡을 부분은 바로잡고 그래야 되겠죠.
◇ 김현정> 바로잡을 생각이 있으시다는 말씀? 실체를 조사해 볼 생각이 있으시단 말씀이군요. 이것도 지켜보겠습니다. 좋은 공무원, 좋은 사람으로 기억돼 주시기를 기대하겠습니다.
◆ 노태강> 감사합니다. 많이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 노태강> 네, 고맙습니다.
◇ 김현정> 문체부의 신임 2차관으로 돌아왔습니다. 노태강 차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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