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이 각 기차역의 매표창구를 폐쇄해 인력감축에 나서려 한데 이어, 이번에는 자회사 코레일네트웍스가 기차역 주차장을 무인화하는 사업을 추진해 166명의 비정규직 직원들이 직장을 잃게 됐다.
◇ 166명 직원 3개월의 '시한부 직장'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코레일네트웍스의 '무인화 주차시스템 구축(안)'에 따르면 회사는 현재 운영 중인 전국 철도주차장을 무인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재 2차 사업이 진행중이며 3차 사업까지 완료되면 전체 108개의 철도주차장은 정산원이 없는 무인주차장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3단계가 완료되면 전국의 108개 주차장 무인화가 완료된다는 계획이 나와있다. (사진=정석호 기자)
문제는 이 계획으로 인해 기간제로 근무중인 비정규직 정산원들 대부분이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초부터 전국 기차역 주차장을 무인화 해온 사측은 오는 8월에 본격적인 무인주차장 가동을 앞두고 대규모 인력감축을 추진해 이미 65명의 직원을 감축한 바 있다.
또, 지난해 기준 259명에 달하는 주차사업처 인력을 올해 안까지 109명으로 대폭 감소하기로 했다.
이에따라 현재 남아있는 주차사업처 소속 기간제 직원 166명을 7월 1일부터 3개월간 '초단기'로 근무시키기로 인사발령을 냈다.
기간제 근로자 166명이 9월 3일까지 3개월짜리 '초단기' 계약을 맺고 있다. (사진=정석호 기자)
그러나 인력 감축 외에 직원들을 다른 곳을 전환배치하는 등의 계획은 전혀 세우지 않았다. 내부문건에 따르면 사측은 이들에 대해 "대부분이 주차요금 정산원으로 근무해 무인화 이후의 근무를 대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측 관계자는 "고객 편의를 위해 무인화를 진행하면 인원감축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 "무인화를 하더라도 사용 안내를 할 인원이 필요하니 각 주차장의 상황에 맞게 고려할 예정이다"고 해명했다.
166명의 주차요금 정산 근로자가 무인화 이후 근무를 맡을 수 없다는 보고서 내용(사진=정석호 기자)
◇'이 나이에 어딜 가라고'...막막한 직원들일방적으로 계약만료를 통보 받은 직원들은 회사로부터 무인화 사업에 대해 전혀 전달받지 못해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대부분의 직원들이 관리소의 소장을 통해 일주일 전에 통보 받거나 심지어 당일에 계약만료를 통보받기도 했다.
주차장에서 요금 정산 업무를 맡던 A 씨는 "올해 초 주차장에 기계를 설치하던 작업자로부터 무인화 사업에 대해 처음 들었다"며 "회사 측에 우리는 어떻게 되냐고 물어봐도 모른다는 얘기 뿐이었다"고 한숨 쉬며 말했다.
입사 2년을 채워 무기계약직 전환 심사를 앞둔 A 씨는 회사로부터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는 계약만료 통보를 받았다.
A 씨는 "50대인 이 나이에 내가 어디 가서 일할 수 있겠나"며 "자식 둘을 키우는 가장으로서 눈 앞이 캄캄한 심정이다"고 무겁게 말했다.
오래 근무한 직원들을 저성과자로 몰아 계약만료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6년을 주차장에서 근무한 B 씨는 "6년동안 한결같이 일했는데 얼마전에 갑자기 근무태도가 좋지 않아 재계약이 안됐다고 통보받았다"며 "더 황당한 건 말이 끝나자마자 시급제 아르바이트로라도 일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하더라"고 황당해 했다.
이어 B 씨는 "이제 대학교에 복학하는 늦둥이 생각하면 다시 일자리를 찾을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이 일자리를 위해 노력한다는데 공기업에서 직원들을 부당하게 계약해지하는게 말이 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3년을 근무한 C 씨도 황당한 이유로 재계약이 거절됐다.
C 씨는 "작년 가을에 주차장에 쌓인 낙엽을 덜 치웠다는 이유로 소장한테 꾸지람을 들었는데 그걸 꼬투리 삼아 재계약을 안 해주더라"며 "작년 말 재계약할 땐 가만히 있다가 올해 무인화 사업을 하니까 핑계 삼아 자른 것이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C 씨는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너무 힘들다"며 "회사에 아무리 전화를 걸어 물어봐도 무인화 경영 방침상 어쩔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한편 코레일은 경부선 기차역 64곳의 매표창구를 1곳씩만 남기고 모두 폐쇄하겠다는 계획을 비밀리에 세워 노조의 강한 반발을 산바 있다.
(관련기사: 코레일, 비밀리에 매표창구 '폐쇄' 계획…속타는 직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