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류석춘 혁신위원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자유한국당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연일 탄핵 불복(不服)을 시사하는 류석춘 혁신위원회 체제에 비박(非朴)계 및 바른정당 복당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뒷말이 무성하다.
혁신을 최우선 과제로 떠안은 홍준표 대표도 정작 류 위원장을 혁신위원장 자리에 앉힌 데다가, '의전 장화 신기'로 당밖에서 논란만 키우고 있어 홍 대표에 대한 불만도 응축되고 있는 형국이다.
◇ '류 혁신위' 우려…이틀 걸쳐 회동한 복당파류 위원장이 혁신위원 10인의 명단을 발표한 지난 19일에 이어 20일 한국당 내 바른정당 복당파 의원들이 이틀에 걸쳐 회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회동한 핵심 이유는 홍 대표와 류석춘 체제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다. 류 위원장에 대해서는 탄핵 불복성 발언을 두고 '극우', '우(右)경화' 논란이 제기된 데다가 새로 발표된 혁신위원의 명단에서도 탄핵 불복 성격이 강하게 드러나면서다.
한 복당파 의원은 CBS노컷뉴스와 만나 "몇몇 의원들이 아침 일찍부터 모여서 이야기를 나눴다"며 "홍준표 체제와 류 위원장의 혁신 방향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고 말했다.
수면 밖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이같은 우려는 복당파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홍 대표에 상대적으로 고분고분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초선 의원들에게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한 초선 의원은 류 위원장에 대한 우경화 논란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그의 발언을 지적하며 "류 위원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발언을 하니까 우경화 지적이 나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도 통화에서 "류 위원장의 혁신은 혁신이 아니라 일종의 정풍 운동(整風運動)인 것 같다"며 "일단은 혁신 로드맵이 없기 때문에 지켜보고 있지만 우려가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한 비박계 의원은 통화에서 "우리가 말을 안 하지만 의원들이 또 분열하고 싸우고 있고, 그 단초를 준 것은 혁신위원장"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홍 대표도 잘못하고, 최고위원들도 잘못하고 있는데 잘못 하면 크게 (싸움이) 나온다. 크게 곪아 터진다"고 경고했다.
◇ 류석춘 '해고'까지 요구할까
자유한국당 류석춘 혁신위원장(좌측 네번째)과 혁신위원들이 19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혁신위 첫 회를 갖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류석춘 혁신위원회에 한국당이 술렁이는 것은 그가 명백한 탄핵 불복성 인사기 때문이다. 그는 취임 첫날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은 정치적 탄핵"이라고 규정했다.
21일 '연합뉴스TV'와의 인터뷰에서는 "탄핵에 앞장 선 분들의 잘잘못을 따지겠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새누리당이 탄핵에 찬성만 하지 않았으면 (탄핵까지) 안 갔다"며 "당은 그동안 가치를 추구하는 정치를 해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가 고른 혁신위원들의 면면을 보면 탄핵 불복 성향이 더 짙어진다. 위원 중 한 명인 황성욱 변호사는 탄핵 심판 당시 박 전 대통령 측 법률 대리인으로 활동했다. 여명 전 자유경제원 연구원은 탄핵 정국 당시 태극기 집회에 참석해 "법의 탈을 집어 쓴 떼법"이라며 "시민 불복종 운동을 전개해야 할 때"라고 외친 바 있다.
이에 3선 이상 의원들 사이에서는 '류석춘 해고 요구' 의견까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복당파들에게는 이같은 '반(反) 탄핵' 기조가 정체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RELNEWS:right}
탄핵 정국 당시 새누리당에서도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의원이 적지 않은데, 류 위원장의 혁신위원회는 이를 부정하고 이들을 청산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사실상 겉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의원이 거의 없고 행동으로 옮기기 위한 당내 동력도 충분치 않아 분노가 밖으로 터져나오기 보다는 안으로 곪아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친박(親朴)계는 여전히 당내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데다가,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의원이 많으면 3~40명 정도인 데 반해 탄핵 반대파는 그를 제외한 6~70명으로 당내에서 수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어 동력 확보가 쉽지 않은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