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이틀에 걸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마무리하면서 증세논란과 관련해 "증세를 하더라도, 대상은 초고소득층과 초대기업에 한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반 중산층과 서민들, 중소기업들에게는 증세가 전혀 없다. 이는 5년 내내 계속될 기조다. 중산층과 서민, 중소기업들이 불안해 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말도 덧붙혔다.
문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전날 연소득이 2천억 원을 초과하는 초대기업과 연소득이 5억 원을 초과하는 초고소득자에게 적용되는 세율을 올리자는 제안과 궤를 같이 한다.
문 대통령이 '짜고 쳤다'는 의심을 받을 정도로 추 대표와 같은 발언을 한 데서 한발 더나아가 '중산층과 서민, 중소기업의 세부담 증가는 없다'고 한 것은 자유한국당 등 일부 야당과 보수언론의 '증세 프레임'에 갇히지 않겠다는 포석으로 받아들여진다.
전날 추미애 대표가 초고소득자,초대기업 증세 필요성을 언급한 이후 일부 보수 언론은 '문재인 정부 증세 시동' '부자증세…조세형평성 논란' 등의 제목을 붙여가며 증세 논쟁에 불을 붙였다.
자유한국당도 "무리한 공약을 위해 세금 인상으로 국민에게 부담을 전가시키는 증세는 신중히 할 것을 정부에 엄중히 촉구한다"(이현재 정책위 의장)고 공세에 나서는 등 증세 논란을 키울 움직임을 본격화 했다.
하지만 이런 논란은 문재인 정부로서는 전혀 원치 않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70여일만에야 인사와 조직, 추경의 토대를 갖추고 이제 본격적인 '100대 국정과제' 이행에 착수하려는 상황에서 증세논란은 국정동력을 갉아먹는 소모적 논쟁일 뿐 아무 도움이 안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불필요한 논란의 싹을 미리부터 자르기 위해서 한 의도적인 발언이라는 게 여권의 분석이다.
민주당 김태년 정책위 의장은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자꾸 증세 얘기를 하면 국민들이나 기업들이 불안하다. 연소득이 2천억원인 초대기업과 5억원인 초고소득 개인에게 한정된다.일반 국민들은 피해 보는게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여권은 초대기업, 초고소득자에 대한 과세 강화를 '증세'가 아닌 '조세 형평성'과 '조세 정의'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 김태년 의장도 "이 정도는 증세가 아니다"면서 "만약 증세라는 표현을 쓸거면 '착한 증세'라고 쓰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증세대상을 초고소득자와 초대기업으로 한정하면서 증세논쟁의 '가르마'를 탄 것은 참여정부 당시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도입된 종부세가 '세금폭탄'으로 인식되면서 정권의 힘을 빼고 종국적으로는 종부세 자체도 형해화된 데 따른 반성적 성찰로도 읽혀진다.
문 대통령의 발언으로 증세논란은 수그러들 것으로 보이지만 100대 국정과제를 이행하는데 필요한 재원마련 대책의 실효성 논란과 야권의 시비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비과세.감면 축소 등 세법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증세 논란이 간간히 고개를 들 수도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포용적 복지국가', '국가가 책임지는 보육과 교육', '공정사회' 등을 위해서는 '소득주도 성장'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증세 담론이 진보진영에서도 제기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