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가짜 백수오인 '이엽우피소'에 독성이 확인됐음에도 관련 제품들에 이엽우피소가 미량으로 들어갔으니 "위해 우려가 없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식약처 자신이 과거 전수조사에서 100% 이엽우피소만으로 만들어진 제품을 공개하기도 했지만, 이제 와서 건강기능식품만 언급하며 책임을 피하고 있다.
22일 공개된 이엽우피소와 백수오에 대한 식약처의 독성시험 결과에 따르면, 가짜 백수오인 이엽우피소는 뜨거운 물로 추출하더라도 독성이 나타났다. 특히 분말형태는 저용량(500mg/kg)에서도 생식기와 간에 독성 부작용을 일으켰다.
◇ 독성물질 100%인 제품도 판매됐는데…"미량 혼입이라 괜찮다" 거짓말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이 처장이었던 2015년 당시의 식약처는, "이엽우피소를 섭취해도 무해하다"는 입장을 강변했었다. 그러나 독성이 확인된 이후 식약처는 "2015년 검찰 조사 시 백수오에 실제 혼입된 이엽우피소 혼입비율(3%)을 적용하면 위해 우려가 없다"고 슬쩍 말을 바꿨다.
명백한 거짓이다. '3%의 혼입비율 적용' 자체가 지난 현실을 왜곡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백수오 열풍이 불었던 2013년부터 2년 동안 분말이나 환 형태의 제품은 널리 판매됐다. 가루나 환 등 원물 형태의 이 제품들에 혼입된 이엽우피소는 당연히 3%일 수가 없다. 이엽우피소가 미량으로 혼입됐으니 괜찮다는 식약처의 주장은, 2015년 논란 이후 검찰조사 시점의 '일부' 시료에만 해당되는 얘기다.
당장 2015년 4월 식약처 발표를 보면, 수거해 조사한 13개 제품 모두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됐고 그 중 절반이 원물 형태였다. 그 다음 달인 5월표된 백수오 제품에 대한 식약처의 전수조사 결과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된 40개 제품 중 17개 제품에는 백수오가 아예 없었다. 이 제품들에선 독성물질인 이엽우피소가 100%였다는 말이다. 당시 소비자들은 식약처의 말만 믿고 독가루를 들이킨 셈이다.
2015년 5월 식약처의 백수오제품 전수조사 발표자료 일부. '검출'이라고 적힌 제품은 이엽우피소가 백수오와 혼입됐다는 의미의 '혼합검출'과는 달리, 독성물질인 이엽우피소가 100%라는 의미다. (자료=식약처 제공)
과거의 거짓말이 드러난 상황이지만 식약처는 독성시험 결과에서 "건강기능식품 원료는 모두 열수추출한 것으로 이엽우피소 혼입에도 섭취 시 안전한 것으로 판단"한다는 '과감한' 입장까지 내놨다. 이엽우피소가 특수처리된 건강기능식품만 언급하고 나머지 기타가공품은 없었던 일인양 넘어가는 셈이다.
◇ 진짜 백수오까지 독성 확인됐지만…식약처는 "건강기능식 괜찮아"
식약처의 거짓말이 야기한 문제는 과거의 피해 구제를 포기한 데서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양산한다는 데까지 나아간다.
이번 독성시험에서 가짜는 물론 진짜 백수오의 독성까지 확인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열수추출 방식을 거쳐 독성이 줄어든다 해도 부작용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식약처조차 백수오 독성과 관련 "섭취량, 섭취기간, 섭취빈도 등 개인별 차이에 따라 위해 우려 여부는 달리 판단될 수 있다"고 썼을 정도다.
하지만 저용량에서도 독성이 확인된 이엽우피소까지 일정한 조건을 갖추면 안전하다고 식약처가 보증하는 상황에서, 진짜 백수오의 독성은 문제거리도 아닌 게 됐다. 2015년 논란 당시 검찰조사까지 받았던 내추럴엔도텍은 "신뢰 회복을 위한 피나는 노력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도 하다.
이미 피해 사례는 나오고 있다. 최근 판매 재개로 TV홈쇼핑에서 대박을 터뜨린 '백수오궁'을 지난 4월부터 2달 동안 섭취했다는 이모(57)씨의 경우 간독성 증세로 병원 신세를 졌다. 이씨가 논란이 됐던 백수오 제품을 구입한 건 "그렇게 난리를 겪었으니 이제는 당국이 제대로 관리를 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이씨는 "병원에서 백수오가 맞지 않는다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곧바로 제품 섭취를 중단했고 업체로부터 환불도 받았다"며 "섭취를 끊자 한 달이 안돼 상태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일관되게 "잘못한 게 없다"는 입장이다. 23일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년 전 과학적 근거도 없이 섣부르게 '안전하다'고 발표한 것부터 사과해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계획에 없는 일이라고 한다. 논란 당시 식약처 책임자였지만 지금은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인 김 전 처장은 이 자리에서 관련 발언이 일절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