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기환송심에서 징역 4년에 자격정지 4년을 선고받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30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30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한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공직자'로서 원 전 원장의 범죄를 강하게 비판했다. 또 국정원이 국민 전체에게 봉사하는 조직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고법 형사7부(김대웅 부장판사)는 이날 국가정보원법 위반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4년 형을 선고하면서 원 전 원장의 선거개입을 준엄하게 꾸짖었다.
재판부는 "국정원 직위를 이용해 정치관여 행위를 하고, 대선과 관련해서는 여당 후보를 지지하고 야당 후보의 낙선 목적으로 공무원 지위 이용해 선거운동을 한 것"이라며 "피고인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정면으로 위반했다. 법령 위반 정도가 매우 중하다"고 밝혔다.
또 "(심리전단을 통해) 조직적으로 범행했고 일상적으로 반복했다. 국가기관이 대규모로 선거에 개입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아울러 원 전 원장의 행위가 개인과 정당의 정치활동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 결과인 데다, 국정원 직원들의 양심의 자유마저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원 전 원장에 대해 "'이전 정권부터 유사한 업무가 진행돼왔고 그 연장선에서 벌인 일'이라고 주장하는데, 오히려 이런 부당한 일은 타파했어야 했다. 그럼에도 강화했다"며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의 헌신'이라는 국정원 원훈을 무색케 하는 행위"라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국정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헌신을 염원으로 갖고 있다. 이를 계기로 국정원이 거듭나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 국가안보를 위한 기관이 돼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