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스 필리핀 전 대통령 기념우표.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필리핀이 최근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우표를 발행해 비난여론에 직면했다.
지난 29일 필리핀 스타 등 현지언론은 "필리핀 우정청이 9월 11일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얼굴과 서명이 담긴 우표를 5만 장 발행했다"며 "역대 대통령들의 탄생 100주년 우표를 발행하는 지침을 따른 것으로, 정치적 뜻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필리핀 누리꾼들은 기념우표 발행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한 누리꾼은 "조만간 히틀러, 폴 포트 우표도 나오겠군"이라고 했고, 또다른 누리꾼은 "우표를 사지 말고, 우정청도 보이콧해야 한다"고 했다.
"마르코스는 인권을 탄압한 독재자였다. 마르코스 정권 하에서 잡혀간 수 천 명의 사람들이 여전히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독일은 히틀러 기념우표를 발행하거나 기념비를 세우는 것을 금지한다"는 글도 있었다.
마르코스는 재임 기간(1966~1986년) 수 천 명의 정적을 고문하거나 죽였고, 100억 달러의 공금을 빼돌리는 등 부정 축재했다. 장기 집권을 위해 1972~81년까지 계엄령을 선포하기도 했다.
마르코스는 1986년 '피플파워'(민중의 힘) 혁명으로 사퇴하고 하와이로 망명해 1989년 72세를 일기로 숨졌다. 하지만 마르코스 일가는 여전히 건재하다.
'사치의 여왕'으로 유명한 마르코스의 부인 이멜다는 지난해 하원의원 3연임, 딸 이미는 일로코스 노르테 주지사 3연임에 각각 성공했다. 외아들 라코스 주니어는 지난해 부통령 선거에서 낙선했지만 곧 정계 복귀를 선언했다.
한편 두테르테 대통령은 작년 11월 마르코스 시신을 고향 마을에서 국립 '영웅묘지'로 이장하도록 허용해 논란을 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