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세종병원과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가 이어져 화재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대전에서 요양병원과 함께하는 첫 대형 화재 대피 훈련이 시행됐다.
"불이야!, 408호에서 화재 발생, 408호에서 화재 발생"
23일 오후 3시 대전 서구 갈마동의 한 요양병원 4층.
화재 대피 방송이 나오자, 2인 1조로 구성된 간호사들은 각자 맡은병실에 들어가 "불이야!"를 연신 외쳤다.
지하 1층, 지상 6층의 병원에는 현재 총 180명이 입원 중이다. 이번 훈련에는 30명이 참여했다.
실제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거나 뼈가 부러지는 등 거동이 어려운 중증 환자들이 입원해 있던 2층에선 주로 들것을 이용해 대피가 이뤄졌다.
환자들이 간호사의 부축을 받고 대피하고 있다. (사진=김미성 기자)
거동이 가능한 환자들은 간호사의 부축을 받아 비상계단으로 탈출했다.
대피 당시 환자들의 목에는 A, B, C의 표식이 걸려있었다. 화재 발생 시 환자 대피 유형을 나눈 것이다.
A급 환자는 중환자, 거동 불가능 환자이고, B급 환자는 도움받아서보행이 가능한 환자, C급 환자는 자립으로 거동 가능한 일반 환자를말한다.
대피 순서는 C, B, A 순이다.
병원 관계자는 "가장 위험한 중증 환자의 대피 순서는 가장 마지막"이라며 "걸어서 대피가 가능한 환자를 먼저 대피시키고, 의료진이 들것을 준비한 뒤 A급 환자를 이동하도록 소방 교육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취재진이 수직 구조대를 통해 탈출하고 있다. (사진=김미성 기자)
3층에는 9m에 달하는 피난용 수직 구조대가 설치됐다.
수직 구조대는 긴 자루 형태의 피난 기구로 화재 시 사용자가 그 내부로 들어가 피난할 수 있는 기구다. 공간이 부족한 곳에서 주로 사용된다.
취재진은 3층에서 수직 구조대를 타고 대피하는 역할을 맡아, 3층에서 1층까지 9m가량을 수직 구조대로 병원 밖으로 탈출했다.
훈련에는 서부소방서, 보건소, 구청, 경찰, 건양대병원DMAT(재난의료지원팀) 등 5개 기관, 75명이 참여했다.
환자들이 대피하는 사이 소방차와 건양대병원DMAT, 경찰, 보건소 등이 출동해 소방당국은 환자를 이송하고, 화재를 진압했다.
대피한 환자들이 병원 밖에서 상태에 따라 분류되고 있다. (사진=김미성 기자)
보건소장은 응급의료소를 지휘하고 부상자를 분류했으며, 경찰은 주민 및 차량을 통제하고 폴리스라인을 설치했다.
긴급, 비응급, 사망 등으로 분류된 환자 중 응급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재난의료지원팀의 이동형 병원에서 건양대병원 응급의학과 의사들에게 조치를 받았다.
화재를 발견해 알리고, 30명의 환자를 대피시키고, 불을 끄는 것까지의 훈련은 약 30분 안에 진행됐다.
다만, 대피 인력이 너무 적은 점과 훈련에 참여한 인력 대부분 거동 가능한 환자 위주였던 점, 대피 방송이 나오는데도 참여하지 않는 일부의 모습은 보완할 점으로 꼽힌다.
훈련에 참여한 환자 하모(85·여)씨는 "간호사들하고 소방관들하고 직접 연습을 해보니까 너무 놀랐다"며 "진짜 도움이 될 것 같고, 내가 제일 먼저 뛰쳐나갔다"고 소감을 말했다.
대전서부소방서 강위영 현장대응과장은 "이번 훈련이 병원 관계자들에게 실제 화재 발생했을 때 환자를 구조하는 방법과 이 곳의 시설을 이용하는 법, 피난 동선 등을 알려줬다"며 "또 관계 기관들의 활동 역할을 다시 한번 새기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대전소방본부는 병원과 함께하는 실제 화재 상황 훈련을 대전 전 지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