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습키스 거부하는 여주인공 뒤로 로맨틱한 배경음악이 웬 말?
- ‘여성의 거부는 한번 튕겨보는 것'… 참 나쁜 교육 효과까지
- 스토킹과 데이트 폭력마저 여성에 대한 구애로 정당화
- 여성 혐오적인 대사 만연…"너는 내가 싸고싶을 때 싸는 변기"
- 유명무실한 심의규정… "방송 종사자, 성교육부터 받아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19:55)
■ 방송일 : 2018년 3월 21일 (수) 오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황경희 (YWCA 여성참여팀 간사)
◇ 정관용> 지금 우리 사회에는 미투운동이 한창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매일 쳐다보고 있는 TV 속 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들에서는 여전히 성폭력, 성희롱을 정당화하는 내용들이 넘쳐나고 있다고 하네요. 지난 2014년부터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과 함께 대중매체의 양성평등 모니터링을 지금 진행해 오고 있는 서울 YWCA 황경희 간사에게 이야기를 듣겠습니다. 황 간사님, 안녕하세요.
◆ 황경희> 안녕하세요.
◇ 정관용> 어떤 프로그램이 제일 심해요. 드라마, 예능 이렇게 분류별로 본다면.
◆ 황경희> 아무래도 이런 성폭력이나 이런 성희롱을 정당화하는 내용은 드라마에서 은연중에 많이 나타나고 있고요. 예능프로그램에서도 많이 보여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MBC <왕은 사랑한다=""> 같은 경우에는 여자주인공한테 기습키스를 하는 장면에서 여자가 어깨를 밀면서 거부를 하는데도 그걸 무시하고 계속해서 키스를 시도하고 결국에는 음악이 나오면서 그 장면이 굉장히 로맨틱해지면서 여성이 이제 키스에 응하는 이런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런 것들이 여성이 거절 의사를 분명하게 밝히고 있음에도 계속해서 스킨십을 진행하는 이런 것은 이 드라마 외에도 다른 드라마에서도 굉장히 많이 나타나는 그런 장면인 것 같습니다.
◇ 정관용> 말씀하신 것처럼 드라마 속에서는 기습키스를 하는데 밀쳐냈다, 또 한다. 그런 식이 몇 번이 반복되다가는 로맨틱한 음악과 함께 여성이 응한다고 지금 말씀하셨죠?
◆ 황경희> 네.
◇ 정관용> 그 얘기는 드라마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나도 저렇게 하면 여성이 응하겠구나 이런 식으로 유도하는 거 아닙니까?
◆ 황경희> 그렇습니다. 그런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굉장히 많은 장면인 거죠.
◇ 정관용> 흔히 말하는 여성이 노, 노라고 하는 것은 노가 아니다, 예스다. 이런 식의 엄청난 사회적 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 것 아닙니까?
◆ 황경희> 그렇습니다. 좀 더 예를 들면 MBC의 <도둑놈 도둑님="">이라는 프로그램, 드라마가 있었는데요. 여기에서도 여성이 계속 거절을 하는데도 남성이 매번 따라다니면서 결혼을 하자고 구애를 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또 다른 방식으로 스토킹 혹은 데이트폭력에 해당하는 내용일 수도 있는데 이런 것들을 계속 여과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이렇게 방송에 나오는 이런 상황들이 있습니다.
◇ 정관용> 우리가 스토킹, 데이트폭력 이거 근절해야 한다, 처벌 강화하자 막 이러고 있는데 드라마에서는 매일 그런 게 또 나온다는 거죠?
◆ 황경희> 그렇죠. 여성의 거절을 그냥 거절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고 튕기니까 내가 한 번 더, 한 번 더 이렇게 계속 하는 이런 식의 드라마 내용들이 일상에서도 계속 반영될 수 있다라고 생각이 듭니다.
SBS '리턴'
◇ 정관용> 그런 행동 말고 말로 성차별적인 발언이나 여성 혐오적인 그런 말 이런 것도 또 많죠?
◆ 황경희> 그렇죠. 여성 혐오적인 발언 같은 경우에는 MBC의 <밥상 차리는="" 남자="">에서 “여자가 늙으면 뱃살과 얼굴만 두꺼워진다, 당신이 작부야? 천박하게시리,”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남편이 아내에게 하는 대사였고요. 그리고 최근의 SBS <리턴>에서는 불륜을 하는 여성에게 “너는 변기야, 내가 싸고 싶을 때 아무 때나 싸는 변기.”
◇ 정관용> 이거는 정말 심하네요.
◆ 황경희> 그렇죠. 이게 남성 캐릭터의 악랄함 이런 것들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로 이런 대사를 하는데 사실 이 대사를 보면 너무나 여성 혐오적이고 굉장히 성차별적인 이런 내용들을 담고 있습니다.
◇ 정관용> 예능도 이런 것들이 꽤 있어요?
◆ 황경희> <라디오 스타=""> 같은 경우에 여성 모델이 출연한 적이 있었어요. MC들이 이 여성 모델이 SNS에 자기 수영복 사진 올린 것을 이제 사진을 보면서 특정 부위를 이렇게 확대하는 손짓을 하면서 집에 가서 이렇게 하면서 봐야지 하고 이런 식으로 말을 합니다. 이 특정 부위를. 그래서 굉장히 성희롱적인 발언일 수도 있거든요. 그런데 이런 내용들이 그냥 개그의 소재로 이렇게 사용됐던 그런 경우들이 있었고요.
그리고 <믹스나인>이라는 JTBC의 한 방송에서는 이게 이제 연습생들을 양현석 대표가 연습생들을 데뷔시키고 이런 프로그램인데요. 그래서 이 준비생에게 28살이다라고 말하니까 은퇴할 나이다라고 말을 하고 또 섹시하게 춤추는 연습생들을 보면서 우리 소속사 여성가수들은 왜 나한테 이렇게 안 해 주지 이런 형태의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여성을 상품화하고 이런 하나의 인간이 아닌 상품처럼 대하는 이런 모습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Jtbc '믹스나인'
◇ 정관용> 말씀해 주신 내용들이 보니까 직장에서 성폭력 예방교육할 때 이렇게 하면 안 됩니다라고 하는 행동들을 하는 거군요.
◆ 황경희>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이런 프로그램을 만드는 제작진들도 이거는 문제가 될 거라는 것을 알면서 계속 집어넣는 것 아닙니까?
◆ 황경희> 글쎄요, 문제가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사실은. 성평등에 대한 감수성 없이 방송들을 제작하고 그거에 대한 충분한 고민 없이 이것들을 편집하고 이런 과정에서 이런 문제적인 내용들이 계속 방송에 내보내지고 있다고 생각이 되고요. 그래서 제작진들의 이런 성평등 의식이 좀 더 많이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생각을 합니다.
◇ 정관용> 방송심의위원회에서 이런 거 제재 안 합니까?
◆ 황경희> 규정에도 양성평등 조항이 있기는 있어요. 그래서 그 안에서도 분명하게 성폭력을 정당화하거나 불필요하게 자세히 묘사하는 것은 제재의 대상이다라고 명시를 하고 있는데. 이런 것들이 있음에도 그래서 저희가 계속 그 부분에 대해서 심의 요청을 하고 있는데 이렇게 문제제기를 계속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제재조치가 가해진 경우는 굉장히 드문 상황입니다.
◇ 정관용> 차제에 엄격한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겠고 우선. 그 기준을 가지고 방송사 종사자들한테 우선 교육부터 필요하겠다 이런 생각이 드는군요.
◆ 황경희> 네.
◇ 정관용> 오늘 여기까지 들을게요. 고맙습니다.
◆ 황경희> 감사합니다.
◇ 정관용> 서울YWCA 황경희 간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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