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시 서울시장 보좌관이 기자들 접대한 것으로 추정돼
- 구체적인 날짜와 금액 적시, 보수언론 더 신경쓴 듯
- 연수 격려금, 귀향비 명목의 촌지 확인
- 사법처리 쉽지 않을 듯, 뇌물죄 적용 가능하나 대가성 인정 어려워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19:55)
■ 방송일 : 2018년 3월 23일 (금) 오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정철운 (미디어오늘 기자)
◇ 정관용> 구속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영장청구서에 보면 다스로 확보한 불법비자금을 언론인 관리에도 썼다,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그런데 오늘 미디어오늘의 정철운 기자가 그 언론인 접대 금액이 적힌 출금전표를 확보해서 단독 보도했는데 내용이 상당히 충격적입니다. 한번 연결해 보죠. 미디어오늘의 정철운 기자 안녕하세요.
◆ 정철운> 안녕하세요.
◇ 정관용> 어떤 자료를 어디서 확보하신 겁니까?
◆ 정철운> 2006년 9월부터 한 10월 사이에 MB측에서 주요 일간지 방송사 기자들을 상대로 접대를 한 구체적인 내역이 담긴 전표랑 문서 같은 것을 확인을 하게 됐습니다.
◇ 정관용> 그게 검찰이 압수수색한 자료에 포함돼 있었던 모양이네요.
◆ 정철운> 그거는 말씀드리기가 좀 어렵고요. 저희가 이걸 확보한 시기는 검찰의 영포빌딩 압수수색이 있던 그 전후 시기이기는 한데요. 아무튼 이 자료는 저희가 영포빌딩에서 확인을 하게 된 자료입니다.
◇ 정관용> 영포빌딩에서 확인된 자료다.
◆ 정철운> 그렇습니다.
◇ 정관용> 거기에 그러니까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직접 기자들을 만났다는 겁니까? 어떻게 됐다는 겁니까?
◆ 정철운> 여기 보면 출금전표를 보면 전표를 작성한 사람이 등장을 하는데요. 이 사람이 그 당시에 서울시장 보좌관을 했던 사람입니다. 이 사람이 기자들을 접대한 것으로 추정이 되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리고 기자들 실명도 다 등장을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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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철운> 기자들 실명이 다 등장하고요. 그 해당 기자를 몇 월 며칠에 만나서 얼마를 썼다, 그 부분까지 다 등장이 되고 있습니다.
◇ 정관용> 몇 월 며칠 만나서 얼마 이런 식으로까지?
‘조 아무개씨 접대비’란 이름으로 작성된 기자 접대 명단 (사진=미디어오늘 홈페이지)
◆ 정철운> 예를 좀 들어보면 2006년 9월 14일에는 중앙일보 강 아무개, 연합뉴스 이 아무개, KBS 남 아무개, SBS 김 아무개 등 4명의 기자와 만나서 103만 원을 썼다고 적혀있고요. 10월 2일에는 한국일보 유 아무개 정치부장과 또 한국일보 기자 2명과 만나서 14만 원을 쓴 뒤 뒤이어 80만 원을 썼다 이렇게 또 기록이 나와 있습니다. 그리고 10월 10일에는 조선일보 권 아무개 기자와 만나 40만 원을 썼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날짜와 금액이 적시가 돼 있습니다.
◇ 정관용> 지금 예로 들어주신 걸로 보면 액수도 그냥 간단히 식사하고 헤어진 게 아니네요.
◆ 정철운> 좀 비싸게 드신 것 같습니다.
◇ 정관용> 해당 언론사들의 무슨 공통점이 있나요?
◆ 정철운> 일단 저희가 확보한 자료만 비춰봤을 때는 두 언론사 소속 기자들의 이름이 자주 등장하는 점이 눈에 띄었는데요.
◇ 정관용> 어떤 언론사요?
◆ 정철운> 보수 언론사요. 흔히 보수 언론사라고 불리는 조중동이라고 하죠.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기자들의 이름이 자주 등장을 했고요. 그냥 추정해 보자면 지금과는 좀 다르게 조중동의 영향력이 훨씬 강했던 만큼 좀 더 관리를 열심히 하려 했던 것 아니냐 이렇게 생각이 들고요. 그리고 또 당시에는 당내 경선이 또 중요하지 않았습니까? 보수층으로부터 지지를 위해서 보수언론사 기자들에게 신경을 썼던 것이 아니냐 그렇게 추정이 되고 있습니다.
◇ 정관용> 2006년 가을이면 당내 경선이 시작되기는 전이죠?
◆ 정철운> 맞습니다. 서울시장 임기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대통령이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서던 시기입니다.
◇ 정관용> 이렇게 접대한 것 말고 다른 비용들도 있다면서요?
◆ 정철운> 그렇습니다. MB 측이 기자들에게 사실상 촌지를 준 문건도 저희가 확인을 했는데요. MB 측은 2006년 7월 26일 동아일보 박 아무개 기자 연수 격려 이런 명목으로 100만 원을 지출했다, 이렇게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7월 27일에는 조선일보 윤 아무개 기자 연수 격려 명목으로 역시 100만 원을 썼다고 적혀 있었고요. 같은 해 10월 4일에는 중앙일보 최 아무개 기자에게 추석 귀향비 명목으로 50만 원을 줬다 이렇게 적혀 있기도 했습니다.
◇ 정관용> 연수 격려금, 귀향비, 그야말로 촌지로군요.
◆ 정철운> 그렇게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확보하신 자료가 2006년 9월부터 10월 딱 두 달치라고 그랬죠.
◆ 정철운> 그 8월에 쓴 내용도 있어서요. 굳이 따지면 한 세 달 조금 안 됩니다.
◇ 정관용> 그런데 그 시기의 자료만 확보했다 뿐이지 아주 빈번하게 이루어졌다면 일상적으로 계속해 왔다는 것 아닐까요?
'뇌물·다스 횡령'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새벽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황진환기자)
◆ 정철운> 그렇게 봐도 무방할 것 같은데요. 제가 기사를 쓸 때 이거는 빙산의 일각으로 봐야 된다, 제가 그렇게 표현을 하기도 했거든요. 상식적인 추론일 수밖에 없는 게 접대를 2006년 가을에만 하고 끝냈을 리는 없으니까요. 점점 더 심해졌을 것으로 보이고 또 이제 2007년 대선에 돌입하면서 아마 기자들에 대한 접대는 더욱 심해지지 않았을까, 그렇게 추정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실명까지 거론된 언론인들한테 혹시 연락을 해 보셨습니까?
◆ 정철운> 연락을 해 봤습니다.
◇ 정관용> 뭐라고들 하던가요?
◆ 정철운> 조선일보 기자는 기억이 안 난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고요. 동아일보 기자는 받은 적이 없다 이렇게 주장을 하고 대부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받은 적이 없다, 부인을 했습니다.
◇ 정관용> 12년 전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현직 언론인으로 활동하는 분들도 상당수 있겠죠?
◆ 정철운> 대부분 현직이고요. 그중에는 정치부장을 거쳐서 논설위원을 맡고 있는 기자들도 있고요. 또 종합편성채널에서 뉴스 앵커를 거친 기자도 있습니다.
◇ 정관용> 이게 12년 전 이 증거를 가지고 혹시 해당 언론인들에 대한 법적 처벌도 가능할까요?
◆ 정철운> 지금 만약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김영란법으로 처벌이 가능할 걸로 보이는데요. 하지만 2006년 사건을 좀 소급 적용이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뇌물죄 적용이 가능할 수는 있는데 대가성을 인정하는 게 좀 쉽지 않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입니다. 그런데 이제 오늘 이 기사와 관련해서 수천 개의 댓글이 달렸는데요. 많은 누리꾼들이 분노를 하시더라고요. 이 분노의 근원이 어디인지 생각을 해 봤는데 금액 자체는 사실 크지 않을 수도 있거든요. 억대도 아니고 천만 원대도 아니고. 하지만 이제 10여 년 전 이명박 당시 후보겠죠. 불법자금에 대해서 취재하고 질문해야 되는 기자들이 사실상 불법자금으로 접대를 받으면서 여론을 호도한 셈이거든요. 그런데 그 당시에 여론을 호도했던 기자들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고 여전히 언론계에 남아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오늘 이 기사를 읽은 분들이 좀 댓글을 통해 많이 분노하신 것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분노는 함께하지만 법적 처벌의 가능성은 지금으로서는 대단히 낮다, 이 말씀이군요.
◆ 정철운> 그럴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정철운> 네.
◇ 정관용>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