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에서 발생한 학교폭력 사건과 관련해 해당 학교가 가해학생과 부모 등의 인적사항을 제공하지 않으면서 소송이 6개월째 지연되고 있다.
피고의 인적사항을 알아야 소장을 보낼 수 있는데, 현재 가해학생과 학부모에게는 소장조차 보내지 못한 상태다.
법원은 해당학교에 3번째로 인적사항을 요구하는 한편 충남도교육청에도 사실조회서를 보냈지만, 교육청마저 정보 제공을 거부할 경우 소송이 제대로 진행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관련기사: CBS 노컷뉴스 18. 3. 21 '피해자 있고 가해자 없는 학폭··"차라리 가해자가 낫다")27일 법률구조공단 천안출장소와 대전지법 천안지원 등에 따르면, 학교 폭력을 당한 준우(가명·11) 측은 지난해 9월 가해학생 5명과 이들의 학부모, 교장, 교감, 담임 등에 대해 정신적·신체적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법률구조공단 측은 소장을 보내기 위해 가해 학생과 학부모 등 피고의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인적사항에 대한 사실조회를 법원에 신청했다.
사실조회신청서란 원고 소송대리인이 특정 사건과 관련한 사실조회를 법원에 신청하는 내용의 문서를 말한다. 피고가 특정돼야만 소송이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원이 지난해 9월 처음으로 보낸 사실조회서에 대해 지난해 11월 중순 답변을 보내온 학교 측은 정보 제공을 거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법률구조공단 관계자는 "학교 측은 가해학생 4명에 대해선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개인정보에 대해 동의하지 않아서 주지 못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해자 및 친권자들이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았고, 교직원에 대해서도 주민등록번호는 주지 않고 주소도 학교 주소를 줬다"며 "사실상 아무것도 주지 않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교 측에서 사실조회서 회신은 보내왔지만, 소장을 보내기 위한 정보를 아무것도 주지 않은 셈이다.
이에 법원은 최근 학교에 또다시 사실조회서를 보냈다. 이번이 세 번째다.
충남도교육청에도 가해학생과 학부모 등 피고의 인적사항을 요구하는 사실조회서를 보냈다.
하지만 학교와 도 교육청에서 정보제공을 거부할 경우 뾰족한 수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법원의 계속된 인적사항 요구를 거부한다 해도 법적으로 강요할 수 있는 수단은 없기 때문이다.
법률구조공단 관계자는 "교장, 교감, 담임 등 학교 관계자 5명에 대해선 소송이 진행될 것"이라면서도 "가해자와 가해자 학부모에 대해선 하나도 파악이 안 됐다. 학교로 보내는 방법은 있을 수 있지만, 끝까지 모른다고 하면 소송이 진행되긴 어려워 보인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어 "학교 측은 개인정보보호법상 가르쳐줄 수 없다고 하는데 개인정보 보호법에도 재판 진행을 위해서는 가르쳐줄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18조에 따르면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정보주체나 제3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개인정보를 목적 외 용도로 이용하거나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쓰여 있다.
그중에는 '법원의 재판업무 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가 있다.
이에 대해 해당학교 고위 관계자는 "학교 입장에선 그분(가해학생 측)들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며 "최대한 중립적이고 신중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법원에서는 임의로 정보 제공을 해도 된다고 하지만 학교 입장에선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대전법원 천안지원 한 판사는 "(해당학교에서) 회신이 오긴 했지만 불충분한 부분이 있어 다시 사실조회서를 보냈다"고 말했다.
학교와 교육청에서 정보 제공을 거부할 경우 소송이 종결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선 "(소장이) 송달 안 된다고 끝나는 건 아니"라며 "그런 식으로 허무하게 끝나게 하진 않을 거고,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해서 수단을 취하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