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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정당

    '하루 1시간' 일하는 의원님들의 해외출장

    날짜 늘려잡고 아무 일정 없는 날도 다반사…외유 막자는 목소리 커져

    국회의원 배지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사례1
    여야 의원 3명은 지난해 4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후 영국의 경제상황 등을 점검하기 위해 스웨덴과 영국, 스코틀랜드 등 유럽 3개국 출장을 다녀왔다. 6박8일의 일정이었지만 보고서 상에 기록된 주요 일정은 1일 1건에도 못 미치는 5건이었다. 5건 중 4건은 기관장 또는 의원 면담으로 3건은 1시간30분, 2건은 2시간이었다. 총 업무시간은 8시간30분으로 이동일을 제외하면 하루 업무시간은 1시간30분이다.

    #사례2
    야당 의원 2명은 조류독감(AI) 방역실태 조사를 위해 2016년 12월부터 2017년 1월까지 프랑스와 덴마크를 다녀왔다. 농축산물 도매시장, 세계동물보건기구, 수의검역청, 소·돼지 도축장 등 업무관련 시설 방문 위주의 일정은 출장 목적과 부합했다. 다만 이들은 토요일에 출발해 현지에서 첫 일정을 일요일에 시작했다. 공식 일정 명칭은 '사전 대책 회의'였지만 사전회의는 말 그대로 출장 전에 이뤄지는 회의. 사실상 휴일이었다. 중간에 파리에서 코펜하겐으로 1시간50분 이동하는 날이 있었는데 이날은 오전 오후에 어떠한 일정도 없었다.

    #사례3
    여야 의원 4명은 2017년 6월 해외진출 기업의 국내복귀 정책연구를 위해 6박7일의 일정으로 대만·일본을 방문했다. 대만에서 일본으로 이동한 요일은 토요일 저녁. 주말 이틀 간 일정은 전혀 없어 타이베이에서 하루, 도쿄에서 하루, 이틀을 쉰 셈이다. 두 나라 모두 가까운 거리에 위치했기에 굳이 중간에 주말을 넣을 필요가 있느냐는 문제제기가 가능하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외유성 출장 의혹이 불거지면서 그간 국민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국회의원 해외 출장의 적절성 문제가 여론의 수면 위로 부상했다.

    CBS노컷뉴스가 국회사무처에 공개된 의회외교활동 내역을 취재한 결과 피감기관이나 외부기관의 후원이 아닌 국회사무처가 주관한 출장 또한 그 내용이 부실했다.

    주요 일정을 하루에 1~2건만 잡아 1일 4시간 이내로 일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정 중간에 주말 등 휴일을 집어넣거나 근거리 이동일임에도 아무런 일정을 잡지 않아 불필요하게 출장기간을 늘리는 일도 다반사였다.

    정치권 일각은 이같은 부실 출장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며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솔직히 말하자면 해외출장의 대다수는 놀러가는 성격이 짙다"며 "의원외교의 성과를 내고 의정활동에 도움이 되는 출장만 나갈 수 있도록 엄격하게 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을 기화로 전수조사를 통해 출장 내역과 내용을 공개하고 문제가 있는 부분은 제도적으로 개선해 나가자는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김기식 원장 파문이 국회 전체의 신뢰문제로 확산됐고 SNS에서는 이와 관련한 가짜뉴스까지 범람하고 있다"며 "국회의장이 직접 나서서 피감기관 비용으로 해외출장을 간 사례를 전수조사해서 국민들 앞에 낱낱이 밝힐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평화당의 유성엽 의원도 같은 날 YTN라디오를 통해 "300명 모든 의원의 해외 출장 내역을 국민 앞에 떳떳하게 공개하고 책임질 부분은 책임을 져야 한다"며 같은 주장에 나섰다.

    민주당도 앞서 전수조사의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김 원장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도구적 성격이 짙었다면 김 원장 사퇴를 당론으로 요구한 평화당과 정의당의 주장은 상대적으로 진상규명에 방점이 찍혀 있다.

    앞서 민주당은 한국당이 김 원장의 19대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 지원을 통한 외유성 해외출장을 질타하자 자체 조사를 통해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또한 한국공항공사의 지원을 받아 출장에 다녀왔다고 맞불을 놓며 출장 내역에 대한 전수조사를 하자고 주장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출장 내용을 전면 공개할 경우 이에 부담감을 느낀 피감기관이 필요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일임에도 적극적으로 국회의원들에게 출장을 권유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당 소속 의원들의 출장 내용을 둘러싼 정쟁이 더욱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김 원장의 사퇴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12일 청와대가 19·20대 국회에서 16개 피감기관의 지원을 통해 이뤄진 해외출장을 조사한 결과 한국당 94건, 민주당 65건이 있었다며 한국당이 더 문제라는 식의 입장을 내자 한국당은 "청와대가 입법부를 사찰했다"며 강하게 맞대응에 나섰다.{RELNEWS:right}

    그렇지만 문제가 드러난 해외출장 제도는 부작용을 감수하고서라도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점차 확대되는 모습이다. 노 원내대표는 "정쟁이 두려워 진실을 덮어서는 안 된다. 지금처럼 각 당이 자기에게 필요한 것만 공개하는 방식의 싸움을 계속하면 정쟁의 늪에서 헤어나기 힘들 것"이라며 "출장 내용을 공개하는 과정에서 (출장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옥석이 가려짐으로써 제대로 된 출장인지 외유성인지를 충분히 구분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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