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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폭등 떠받치는 유동성 '대책 없어 더 고민'

경제 일반

    집값 폭등 떠받치는 유동성 '대책 없어 더 고민'

    서울 한남동 고급빌라 임차인 모집에 하루만에 7조 몰려
    부동자금 1117조원 사상최대, 부동산으로 몰려
    여당 내부조차 "부동자금 줄이지 않으면 부동산 못잡아"
    과잉 유동성 회수하는 금리인상 주장도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서울지역 부동산 가격이 단기간에 유례없이 폭등하면서 정부가 추가 부동산 종합대책을 곧 발표하기로 하는 등 서울 부동산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시중 부동자금이 사상처음으로 1100조원을 돌파하는 등 유동성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그동안 실패를 거듭했던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약발을 발휘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고급 아파트 임대보증금으로 7조 몰리는 '사건'

    지난 7월 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들어서는 고급 임대주택 '나인원 한남'의 임차인 모집이 시작되자 신청 당일 모두 1800명이 신청서를 냈다.

    평균 5.5대 1의 경쟁률로 '로또'로 불리는 강남 등 서울지역 타 아파트 청약에 비해 훨씬 낮은 경쟁률이지만 이날 임차인 모집은 일대 '사건'으로 통한다.

    이유는 341가구로 구성된 이 아파트의 가장 낮은 임대보증금이 33억원, 가장 비싼 곳은 48억원으로 신청자 기준으로 무려 7조원의 돈이 한꺼번에 몰렸기 때문이다.

    7조원은 가구당 7억원짜리 아파트 1만가구 전체의 분양대금과 맞먹는 액수다.

    ◇시중 부동자금 사상 최대…부동산 앞으로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올해 6월말 현재 시중 부동자금 잔액은 1117조 3565억원으로 6개월여 만에 45조원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중 유동성을 판단하는 공식지표인 한국은행 M2(광의통화)도 지난 1월 2555조원을 기록하며 1년 사이 153조원 늘어났다.

    단기 자금화 가능한 돈이 시중에 그만큼 많이 풀려 있다는 뜻으로 이 돈이 갈곳을 찾지 못하고 부동산에 몰리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7조원이 한꺼번에 몰린 나인원 한남 임차인 모집 사건을 단순히 현금 부자들만의 돈잔치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굳이 수십억원짜리 고급 주택이 아니더라도 정부의 대출규제에도 불구하고 서울지역에서 분양하는 아파트 단지 대부분에 돈이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국세청 한 관계자는 "아파트 청약자를 대상으로 조사해 보면 탈세 혐의자도 제법 있지만 그보다 실제로 현금을 쌓아두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어서 우리도 놀랄 정도"라고 말했다.

    ◇"생산적 투자로…" 말은 좋지만 대안 없어

    이같은 과잉 유동성 문제 해소를 위한 고민은 이미 본격화됐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달 30일 취임후 첫 당.정.청 회의에서 정부를 향해 과잉 유동성 해소를 주문했다.

    이 대표는 "시중 여유자금이 너무 많아 투기 자금이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생산적인 투자를 유도하는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출신인 같은당 최운열 의원 역시 지난 7일 당.정.청 전원회의에서 "시중에 풀린 1117조원의 유동 자금을 줄이지 않고선 부동산 가격 급등을 잡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문제는 부동산 투기자금으로 흐르고 있는 부동자금 등 과잉 유동성을 소위 '생산적 투자'로 돌릴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데 있다.

    부동산을 대체할 수 있는 대표적인 투자처로 꼽히는 주식시장의 경우 미.중 무역전쟁 등 대내외 변수로 인해 최근들어 맥을 못추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월 코스피 거래대금은 5조 2264억원으로 9조543억원을 기록한 지난 5월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올해 1월 8조 6681억원을 기록한 코스닥 거래대금 역시 지난 8월 3조 5370억원으로 절반 넘게 줄어들었다. 이는 한마디로 현상황에서 투자처로 주식시장의 매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아파트값이 뛰던 참여정부 때는 주식시장도 좋아서 대통령이 부동산 대신 주식시장에 투자하라고 권유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주식시장 자체가 좋지 않아 대안으로 주식을 권유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빚내서 집사라' 잘못된 정책 바로잡을 때"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부동산을 대체할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렵다면 금리 인상을 통해 시중에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 자체를 회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감위 부위원장을 역임한 윤원배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전세계적으로 기축통화를 가지고 있는 미국을 제외하고 양적완화를 통해 성공한 나라는 없다"고 잘라 말하며 금리 인상을 주문했다.

    그는 "과도한 유동성은 부동산 가격 폭등의 원인일 뿐만 아니라 가계부채를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증가시켜 국제금융 기구들 마저도 우리 금융시장의 파탄을 걱정하고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경기가 좋지 않아 금리인상이 어렵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빚내서 집사라'는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시중에 과도하게 유동성이 풀렸고 이제는 이를 바로 잡아야 할 시점"이라며 "잘못된 방향인줄 알면서 계속 그냥 놔두는 것은 모두 같이 죽자는 얘기일 뿐"이라고 말했다.

    윤 명예교수는 "금리인상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은 생겨날 수밖에 없다"면서 "지금 세수나 재정자원이 어느정도 여유가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통해서 지원하는 방법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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