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이인철(40) 씨. (사진=가족 제공)
"아들이 실종된 지 이제 1년이 넘었습니다. 이제는 아들의 시신이라도 찾아서 영혼을 좋게 보내주고 싶은 심정뿐입니다."
실종된 이인철(40) 씨의 아버지 A 씨는 이번 추석만 생각하면 걱정부터 앞선다. 7살 손주와 6살 손녀에게 이번에는 어떤 거짓말을 해야 될 지 난감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진 1년 넘게 실종된 아들이 돈 벌러 외국에 나갔다고 거짓말을 해왔다. 너무 멀어서 통화도 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A 씨는 손주와 손녀가 점점 커가는데 아이들에게 걸맞게 새로운 거짓말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인철 씨의 집. (사진=가족 제공)
아들과 이혼한 뒤 자신들의 엄마와 함께 사는 손주와 손녀는 할아버지 집 2층에 있는 아빠 방을 '아빠랜드'라고 부른다. 3달 전에 찾아온 손주는 할아버지를 아빠랜드에서 나가게 한 뒤 혼자 침대에 엎드리고 한참을 축 늘어져 있었다고 한다.
손주는 곧이어 소파에 놓여 있던 아빠 옷들을 한껏 끌어안은 뒤 "아직도 아빠 냄새가 나. 할아버지, 아빠 보고 싶어. 전화 한 번만 해보면 안 될까"라며 떼를 부렸다.
그럴 때면 A 씨는 가슴이 찢어졌다.
아들 걱정에 불면증도 찾아왔다. 이제는 수면제 없이는 잠을 자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실종 6개월이 지나자 언론의 관심도 사라졌다.
아들과 함께 15년 동안 힘들게 일궈온 음식점은 기울었다. A 씨는 혹여나 자신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말을 할까 봐 지인들뿐 아니라 친척들까지도 연락을 끊었다.
아들을 찾기 위해 용하다는 점집도 찾아다녔지만, 소용이 없었다.
A 씨는 "아들이 살아 돌아오면 좋겠지만, 실종 1년이 지난 지금은 살해돼 암매장됐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한 때 나쁜 마음을 먹기도 했지만, 아들이 원치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제는 하지 않는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인철 씨는 지난해 8월 31일 저녁부터 연락이 끊겼다. 경찰은 실종 신고 3개월가량 만인 지난해 12월 강력사건으로 전환하고 제보를 받기 위해 일선 파출소와 지구대에 전단을 배포했다.
그런데 유력한 용의자가 지목됐다. 그건 바로 이인철 씨와 평소 가깝게 지내던 동생이자 카센터 업주 B 씨.
이인철(40) 씨가 실종된 후 발견된 차량. (사진=가족 제공)
이인철 씨의 차량도 실종 48일가량 만에 카센터에서 불과 약 100m 떨어진 뒤편 공터에서 발견됐다. 카센터 안과 밖에 설치돼 있던 폐쇄회로(CC)TV와 저장매체도 제거돼 있었다.
B 씨는 23일 동안 유럽여행도 떠났다. 거짓말탐지기 조사는 응하겠다고 했다가 변호사를 선임한 뒤 거부했다.
모든 의심은 B 씨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에 경찰은 B 씨의 주거지와 카센터 등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수색과 감식을 벌였다.
그런데 이인철 씨의 혈흔을 비롯해 범죄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B 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인철 씨가 실종되기 전인 8월 중순쯤 친구들과 대마를 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CCTV와 저장매체를 철거했다"며 "차량은 카센터 인근에 주차돼 있는지 몰랐다"고 진술했다.
실제로 B 씨는 대마 양성 반응이 나왔다. 알리바이도 확인됐다.
하지만 경찰은 모든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있다. 특히, B 씨가 중요한 단서인 CCTV 저장매체를 카센터 바로 앞에 버렸다는 점이다. 그런데 B 씨는 고물을 수거하는 할아버지가 이를 가져갔는데 누군지 모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남양주의 한 야산에서 120여 명의 인력과 수색견을 동원해 대대적인 수색도 벌였지만, 성과를 얻지 못했다.
이인철 씨를 봤다는 제보를 받고 부산까지 내려가 2박 3일 동안 지목된 남성을 찾아냈지만, 다른 사람으로 확인돼 항의도 받았다.
지금까지 휴대전화와 신용카드 사용내역 등 이인철 씨의 생활반응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이인철 씨 가족 못지않게 우리도 답답한 심정"이라며 "살아있을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고 수사 중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인철 씨는 키 175cm, 몸무게 약 70kg으로 표준 체격이다. 콧수염과 뚜렷한 이목구비가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