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CBS의 학교급식전자조달 시스템(eaT) 실태를 집중 점검해 보는 연속보도. 6일은 두 번째 순서로 '무한경쟁 입찰방식'의 허점을 이용해 최소한의 시설기준도 충족하지 못한 채 가족과 직원 명의로 여러 개의 급식 납품업체를 설립 운영하는 실태와 문제점에 대해 보도한다. [편집자 주]
지난 5일 광주 북구의 한 건물
이 건물에는 학교급식 납품업체 두 곳이 나란히 위치해 있다.
사업자 명의와 상호만 다를 뿐 간판의 형태나 전화번호가 유사한 점을 고려할 때 사업주가 다른 사람의 명의로 급식 납품업체를 하나 더 차린 곳으로 추정된다.
급식 납품업체로 낙찰받을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한 개의 업체라도 더 보유하고 있는 것이 유리해서다.
이 업체 뿐만 아니라 광주지역 대다수 업체들이 가족 명의, 직원 명의, 지인 명의로 급식 납품업체를 여러 개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운영하는 학교급식전자조달시스템인 'eaT시스템'이 무한경쟁 입찰 방식이기 때문이다.
일정한 조건만 갖추면 '복불복'으로 낙찰이 이뤄지기 때문에 업자가 업체를 많이 가지고 있을 수록 낙찰받을 확률이 높아지는 구조다.
광주 북구의 한 건물에 사업자 명의와 상호만 다를 뿐 간판의 형태나 전화번호가 유사한 급식납품업체가 나란히 위치해 있다.(사진=광주CBS 조시영 기자)
광주지역에서 급식 납품업체로 등록된 업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이런 방식으로 탄생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실제로 광주시교육청이 eaT시스템을 도입한 첫 해인 지난 2013년 89개였던 광주지역 급식 납품업체는 2018년 현재 389개로 무려 440%나 증가했다.
급식 납품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어느 순간 바로 옆에다 간판도 사무실 구조도 비슷한 업체를 차려놓고 입찰은 따로 한다"며 "1층에 만들고 2층에 또다른 업체를 만들어도 aT는 문제가 없다고 하고, 특별히 결격 사유만 없으면 업체를 설립하는 데 걸림돌이 없으니 급식 납품업체가 난립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물론 정상적으로 업체를 운영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상당수의 업체가 등록할 때만 제대로 된 시설을 갖출 뿐, 이후에는 시설 자체를 허술하게 관리해 급식 납품업체의 시설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aT의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급식 납품업체 관계자 B씨는 "급식 납품업체라는 곳이 달랑 책상 하나 냉장고 하나 있는 곳도 있다"며 "aT가 업체 등록만 해주고 사후에 신경을 전혀 쓰지 않으니 문제가 되는 업체가 늘고 있는 추세다"고 말했다.
한 업자가 많게는 10여 개의 업체를 운영하고 있어서 이런 업체들은 어느 업체가 낙찰받더라도 관리업무와 자금 관리, 배송 뿐만 아니라 가장 중요한 업무인 식자재 구입도 공동으로 하고 있다.
특정 업자가 여러 개의 납품업체를 운영하는 경우가 다반사로 발생하면서 학교 급식 업체 선정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입찰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광주에서는 올해 단 8개의 급식 납품업체만이 공동보관과 대리납품 등으로 적발됐을 뿐이다.
이에 따라 eaT시스템을 운영하는 aT가 양적 성장에만 집중하지 말고 철저한 납품업체 관리로 학생들에게 안전한 급식이 제공될 수 있도록 입찰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