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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기업 폭력,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경제 일반

    유성기업 폭력,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노조의 임원 폭행 사건에 '십자포화' 정치권·보수언론
    7년 전 노조원 수십명 중상 입고 목숨까지 잃을 때는 외면
    조합원 절반 가까이 우울증 고위험군…아직도 계속되는 노조탄압

     

    유성기업 노조원의 임원 폭행사태에 보수언론과 여야 정치권이 노조를 '조폭'에 비유하며 입을 모아 비난하고 나섰다.

    하지만 사측의 노조탄압에 노동자 수십 명이 중상을 입어 정신질환 후유증에 시달리고 목숨까지 잃을 때에는 수수방관하던 이중 잣대를 다시 살펴야 한다는 반박이 나온다.

    ◇"조폭 노조" 정치권·보수언론, 유성기업 폭행에 연일 비판 퍼부어

    현대자동차 부품업체인 유성기업의 충남 아산공장에서 지난달 22일 일부 노조원들이 회사 김모 상무와 노사교섭과 관련해 말다툼을 벌이다 폭행을 저질렀다.

    사건 발생 다음주인 지난달 27일부터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민주노총 조폭노조"라며 노조 때리기에 나섰다.

    한국노총 출신인 자유한국당의 김성태 원내대표와 임이자 의원은 각각 "떼법만 난무하는 민노총 공화국", "민주노총은 귀족노조를 넘어서 조폭노조"라며 비난했다.

    다음날 같은 당 김무성 의원도 "모두가 문재인 대통령 책임"이라며 정부 책임론에 무게를 실었고,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민주노총이 권력에 취해 세상을 자기들 것처럼 여기고 촛불청구서를 들고 국회와 검찰 청사까지 점거하겠다는데 문 대통령과 정부는 이를 방조했다"고 주장했다.

    바른미래당도 논평을 내고 "결국 기득권이 된 거대 노조와 그 노조에 빚진 정부 여당이 비상식적이고 무법적인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비난했고, 하태경 의원은 이번 사건을 기획폭행이라 주장하며 노조에 대해 "적폐끝판왕"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보수언론은 사건 직후부터 유성기업 노조에 대한 공격적인 기사를 쏟아냈다. "‘촛불 갑옷’ 두르고 무법 자행하는 민노총", " '무법천지 노조 공화국'" 등의 제목이 신문 지면을 수놓았다.

    일부 언론은 '1시간 집단 폭행'이 일어났다고 보도했지만, 이후 1, 2분~8분 사이에 폭행이 일어났다고 슬그머니 말을 바꾸기도 했다.

    정부·여당도 노조의 책임을 묻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런 일도 절대로 다시 발생해선 안 되며 저지하지 못한 경찰에도 큰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고, 고용노동부 이재갑 장관은 "노사관계에 있어 불법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지도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노동자 죽고 머리가 터져나가던 지난 8년, 정치권·보수언론 어디 있었나

    하지만 유성기업 노사갈등이 폭발했던 7년 전 여름, 상황은 정반대였다.

    애초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밤 10시부터 아침 8시까지 해야 하는 10시간 밤샘근무를 강요하는 주야2교대 대신 낮에 일할 수 있도록 주간 2교대로 바꿔달라고 2010년 회사에 요구했다.

    이듬해 1월부터 노사는 교섭을 이어갔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노조가 파업과 공장 점거농성을 벌이자 사측은 직장폐쇄와 대량해고, 용역폭력으로 대응했다.

    2011년 5~6월은 유성기업에서 일어난 노사간 폭행 사건이 극에 달하던 시기다. 다만 피해자와 가해자는 정반대였다.

    2011년 5월 18일 새벽, 회사가 고용한 용역직원은 대포차량을 몰고 인도로 돌진했다. 불이 꺼진 차량에 조합원 13명이 치여 나동그라져 귀가 찢어지고 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차를 몰던 용역직원은 그대로 도망쳤다가 차량 지문감식으로 신원이 드러나자 경찰에 자수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 사고를 '단순 교통사고'로 처리했고, 대신 같은 달 24일 물대포와 헬기를 동원해 노조원 수백명을 강제 연행했다.

    다음 달인 2011년 6월 22일에는 노조 집회 현장에 수백명의 용역직원이 난입해 소화기통과 돌맹이 등을 집어던지고 각목 등을 휘두르며 노조원을 폭행하기도 했다.

    2011년 한 해 동안 사측이 투입한 용역폭력으로 다친 유성기업 노조원은 무려 58명, 이들에 대한 상해진단을 합치면 무려 125주에 달한다. 소화기 등에 맞아 두개골과 광대뼈가 박살난 노동자 2명은 1년 동안 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당시 야당인 6개 당 의원들이 현장을 직접 찾아 인권유린을 규탄했지만,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보수언론 역시 사회면 한귀퉁이에 '노사 충돌'이라며 양비론식 기사를 내놓고, 경제면에는 "유성기업 파업으로 피해는 눈덩이", "국산차 생산 타격 우려" 등 노조 비난 기사만 내놓았다.

    한광호 열사 추모와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 유성기업 유시영 회장 구속 등을 요구하던 오체투지 집회(출처:페이스북 '유성기업 노동자들과 함께'https://www.facebook.com/chumo317)

     

    ◇아직도 계속되는 유성기업 노조잔혹사…진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

    유성기업의 노조탄압은 그 뒤로도 계속됐다. 34명이 해고됐고, 약 2백명이 출근정지 등의 중징계를 일상처럼 받았다. 2년 전에는 사측의 법적 대응과 징계를 견디다 못해 유성기업 노조원 한광호 열사가 스스로 목숨까지 끊었다.

    2015년 정신건강 실태조사에는 노조원 중 43%는 우울증 고위험군에 속했고, 9명은 산업재해 승인까지 받았다.

    최근 실시된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 결과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노조 내부에서는 53%로 고위험군이 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번 임원 폭행 현장에 있던 조합원 7명 중 대부분이 고위험군에 속한다.

    심지어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 시절 일어난 사측의 조직적인 노조탄압에 청와대와 국정원, 경찰청이 가담했단 증거서류도 발견됐지만, 자유한국당도 그 전신인 새누리당도 이에 대해 단 한 번도 사과조차 한 적 없다.

    "상전이 하인 때리면 뉴스가 안 된다. 하인이 상전 때리면 뉴스가 된다" 유성노조가 임원 폭행 사건을 사과하면서도 전후 맥락도 함께 살펴달라고 호소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용납할 수 없는 폭력'을 막기 위해서는 이번 임원 폭행사건의 진상 뿐 아니라 8년에 걸친 유성기업의 노조파괴의 뿌리까지 밝혀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속노조 도성대 유성기업 아산지회장은 "폭력은 어느 상황에도 발생하면 안된다. 사과가 우선이고, 책임도 지겠다"면서도 "지난 8년 동안 단 한번도 쳐다보지도 않던 사람들이 1, 2분의 폭행으로 경천동지할 일처럼 얘기한다"며 안타까워했다.

    도 지회장은 "이재갑 노동부 장관도, 이해찬 대표도 수차례 유성기업 사태를 해결해달라고 질의서를 보내고 면담도 요청했지만 답변도 없었다"며 "이제 와서 폭도처럼 비판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최근 언론보도에 대해서도 "김 상무가 전치 12주 부상을 입었다는데, 여러 부위에 최고 전치 4주 부상을 입은 걸 따로 계산해 합쳐 12주라고 한다"며 "노조가 비노조원을 대상으로 사내에 칸막이를 쳤다고 하는데, 사측이 제품 공정별로 세운 칸막이인데 악의적으로 보도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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