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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2013년 3월 '진실의 문'은 입을 열까



뒤끝작렬

    [뒤끝작렬] 2013년 3월 '진실의 문'은 입을 열까

    너무나도 이상했던 검경의 '인사(人事)'
    경찰의 '김학의 사건' 수사에 외압 있었나…진실게임 양상
    '朴레이저'가 결국 '김학의 사태'를 키웠다

    6년만에 이른바 '김학의 성 접대 사건'이 저잣거리에서 다시 회자되고 있다. 앞서 2번의 수사때는 없었던 김학의 전 차관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도 실시됐다. 세상이 바뀐 것은 분명해보인다. 그렇다면 베일에 가려졌던 사건의 실체도 이제 속시원히 드러날 수 있을까.

    2013년 3월은 지금 생각해도 정말 이해안되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이른바 '성 접대 동영상'에 등장한다는 인물이 법무부 차관에 떡하니 임명됐고, 1주일만에 자진 사퇴하는 초유의 일이 이어졌다.

    여기다 임기 1년을 못 채운 경찰청장이 갑자기 교체되는가 싶더니 새 수장은 경찰의 '김학의 동영상' 수사팀을 모조리 갈아치웠다. '야만'에 가까운 일들이 버젓이 자행되는데도 정작 '브레이크'를 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2013년 3월 이전에는 어떤 일이 있었나

    박근혜 전 대통령(왼쪽), 김학의 전 차관 (사진=자료사진)

     

    2012년 12월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당시는 한상대 검찰총장이 '검란(檢亂)'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 검찰총장이 공석이었다.

    내심 박 대통령은 김학의 대전고검장을 차기 검찰총수에 앉히고 싶어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두 사람의 친분은 선대(先代)인 부친 때부터 시작됐다고 하는데, 어쩌면 이런 '사심(私心)'이 불행의 '씨앗'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2012년 12월 서초동은 박근혜 대통령의 뜻과는 전혀 딴판으로 돌아갔다. 서울 서초경찰서 고소 사건으로 인해 이른바 '김학의 동영상'은 꿈틀대고 있었고, 이미 강남권에 유통됐다는 얘기도 들려왔다.

    2013년 2월 초, 검찰총장후보추천위는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로 채동욱 서울고검장, 김진태 대검 차장, 소병철 대구고검장을 추천했다.

    후보추천위는 검찰의 중립성 확보 차원에서 2011년 개정된 검찰청법에 따라 신설돼 그때 처음 가동됐는데, 김학의 고검장이 후보군에 들지 못하면서 청와대로선 시쳇말로 '스텝이 꼬이는' 신세가 됐다.

    ◇ 너무나도 이상했던 검경의 '인사(人事)'

    (일러스트=연합뉴스)

     

    그렇다고 박근혜 청와대는 검찰총장 후보군에서 떨어진 김학의 고검장을 내버려두지 않았다. 2013년 3월 13일 법무부 차관에 지명한 것이다.

    '성 접대 동영상'을 차치하더라도 통상적인 검찰의 인사 관행을 고려하면 이 역시 '파격'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보통 곧 검찰총장이 정해질 예정이라면, 그 뒤에 전체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하면서 차관도 결정하는 법인데 왠일인지 검찰총장 보다 이틀 먼저 차관이 지명된 것이다.

    김학의 차관과 검찰총장 후보들 간의 사법연수원 기수에 대해서도 여러 말이 흘러 나왔다.

    대개 법무부 차관은 검찰총장보다 후배가 임명됐는데, 연수원 14기인 김학의 차관을 지명하다보니 추후에 임명될 검찰총장과 동기이거나 선배가 되는 형국이 된 것이다.

    김 차관은 당시 총장 후보였던 채동욱 서울고검장, 김진태 대검 차장과 동기이고 소병철 대구고검장보다는 한 기수 선배였다.

    또한 황교안 당시 법무부장관은 김 차관보다 연수원 1기수 선배였지만, 경기고 1년 후배이기도했다. 한마디로 법무부 차관이 전혀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이뤄진 '럭비공 인사'라는 말이 많았다.

    경찰수장 교체도 전격 단행됐다. 2013년 3월 15일, 당시 김기용 경찰청장이 급작스레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아직 임기를 채 1년도 못 채운 시점이었다.

    새 경찰청장에 이성한 부산지방경찰청장이 곧바로 내정됐는데, 이 역시 예상한 사람이 많지 않았다.

    ◇ 경찰의 '김학의 사건' 수사에 외압 있었나…2013년 3월의 진실은?

    김기용 전 경찰청장 "김학의 의혹' 내사 전 청와대 보고" (일러스트=연합뉴스)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지난달 25일 '김학의 사건' 재수사를 권고하면서, 당시 청와대의 외압 여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경찰 수사를 당시 청와대가 막으려 했다는 의혹을 밝혀달라는 것이다.

    이에 수사단이 이 부분도 들여다보기로 하면서 자연스레 경찰과 당시 청와대 사이에 '진실 게임'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일각에서 제기된 의혹이 요지는 이렇다. 박근혜 정부가 김학의 전 차관의 동영상을 인지한 뒤 경찰을 눌러 내사를 중단시켰다는 것이다.

    반면 당시 청와대 민정라인은 "경찰로부터 어떤 내사 보고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과연 누구의 말이 맞는걸까. 이 부분 역시 향후 수사단이 명백히 밝혀야하는 큰 기둥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과거 2번의 검찰 수사에서는 언급된 적도 없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우선 경찰은 2013년 3월 초 청와대 민정라인에 동영상 첩보를 보고한 데 이어 동영상이 언론에 보도되기 전날(3월 13일)에는 청와대에 "동영상을 확보했다"는 사실까지 얘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청와대측은 3월 초에는 말 그대로 첩보 수준의 보고였고, 3월 13일 보고는 김학의 차관을 법무부 차관으로 지명하자 그제서야 '동영상 확보' 운운하는 얘기를 꺼내 스스로 '순수성'을 의심케 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어찌됐든 2013년 4월, 경찰의 '김학의 사건' 수사팀은 거의 해체 수순을 밟는다. 새로 바뀐 이성한 경찰청장은 4월 첫 인사에서 경찰청 수사국장, 수사기획관은 물론 범죄정보과장과 특수수사과장도 모두 교체한 것이다. 총수가 바뀐만큼 인사 요인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수사 핵심 보직을 4개월만에 바꾸는 것도 늘상 있는 일은 아니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임기 초반 고위직 인사에서 경찰 수사 때문에 망신을 당했다고 보고 경찰에 '본때'를 보이려는 의도였다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청와대가 경찰의 보고를 묵살하고 수사까지 방해하면서 '김학의 지키기'에 나선 것인지, 아니면 경찰이 '김학의 동영상'을 손에 쥔 채 정권과 또 다른 '딜'을 획책한 것인지는 향후 수사단이 밝혀내야할 숙제로 남았다.

    ◇ 박근혜 정부의 '오만'이 화를 키웠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자료사진

     

    다만 '김학의 사건'과 관련해서 간과해서는 안되는 지점이 있다. 바로 2013년 3월은 박근혜 정부가 막 출범한 시기였다는 점이다.

    대통령의 권력이 '서슬이 퍼렇다'고 할만큼 강한 때였기에, 청와대에서는 대통령의 의중대로 이른바 '김학의 사건'도 처리되기를 바랐을 것임은 인지상정이다.

    '동영상'속 인물이 누구인지가 특정되고, 이런 사람이 차관에 임명돼서는 안된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어느 누구도 감히 나서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고는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 유명한 '레이저 눈빛'앞에 모두들 땅밑만 바라보고 있었다.

    '김학의 사건'을 2번이나 무혐의 처리해준 검찰도 이 부분에선 자유로울 순 없다. 일단 한솥밥을 먹었던 선배 검사에 대한 사건 처리에 있어서 팔이 안으로 굽은 측면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더 큰 부분은 검찰 역시 '청와대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이 아닐까.

    이와 관련해 한 검사는 "당시 '김학의 사건'은 검찰 내에서도 금기시 되는 그런 느낌이 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사는 "그때 '김학의 사건'을 무혐의가 아니라 적어도 성매매 혐의 등으로 기소를 했으면 지금처럼 3번째 수사까지 가는 상황은 안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첫 강제수사 등 수사단의 행보에 속도가 붙으면서, 진실에 한발짝 더 다가설 수 있을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013년 3월의 '진실의 문'이 열린다면, 어쩌면 최종 종착지는 권력을 제것인 양 함부로 휘둘렀던 '누구'가 될지도 모르겠다.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가 없는 사건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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