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윤영석, 이장우, 김태흠, 성일종 의원과 이창수 충남도당위원장이 5일 오전 국회 본관 앞에서 '문재인 좌파독재정부의 의회민주주의 파괴 규탄 삭발식'을 가진 뒤 먼저 삭발한 박대출 의원과 함께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자유한국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지정에 반발해 집단삭발에 지도부 전국순회까지 나서는 등 투쟁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강경대립 이후 선거제 개편 관련 협상을 비롯한 출구전략 마련을 동시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3일 한국당 여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최근 당내에서는 정부여당과의 관계를 강공과 협상으로 나눠 동시에 진행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구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물론 이들 비주류 온건파의 주장이 당장은 '강공일변도' 기조의 주류 강경파에 의해 비공개 의원총회 등에서 대부분 저지당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당 의원들이 집단삭발에,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전국을 돌며 대국민 여론전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도 이런 기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렇게 당분간 정부여당과, 특히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다가도 결국에는 다시 원내로 들어와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게 안팎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한국당의 한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장외투쟁 올인은 국민이 원하는 게 아니다"라며 "원내투쟁을 병행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는 분이 많고, 지도부도 무작정 장외투쟁만 하자는 건 아니다"라고 털어놨다.
출구전략으로는 사법개혁특위에서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법을 여야 4당과 합의해주는 대신, 정치개혁특위에 오른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쪽으로 협상력을 집중하는 방안이 꼽힌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여야 4당 합의안 가운데, 지역구에서 아깝게 낙선한 후보자 일부를 비례대표로 선출하는 '석패율제' 정도를 받아주면서 연동형 비례제를 약화하거나 무산시키는 방안도 거론된다.
연동형 비례제 하에서는 거대양당의 의석수가 줄어들 게 자명하기 때문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이해관계가 비슷하다는 점에서 이런 협상이 가능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한 초선 의원은 "한국당, 민주당 의석 깎아서 정의당에게 바치는 지금의 선거법 개정안 대로라면 민주당은 의석 70~80명짜리 중견정당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공수처법을 어느 정도 양해해 주고 대신 선거법에서 양해를 좀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민주당으로서도 추가경정예산을 거쳐 국정감사나 본예산 정국까지 가는 데 있어 협상의 파트너는 다른 군소정당이 아니라 제1야당인 자신들일 수밖에 없을 거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국회법 85조의2의 2항에는 "위원회가 지정된 안건(신속처리대상안건)에 대한 대안을 입안한 경우 그 대안을 신속처리대상으로 본다"고 돼 있다. 또 95조에는 "의안에 대한 수정동의는 30명 이상의 찬성 의원과 연서하여 미리 의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패스트트랙의 요건이 상임위 180일(안건조정위 소집의 경우 90일), 법사위 90일 등으로 돼 있기 때문에 이 기간 안에 대안의 상정이 가능하고, 패스트트랙이 종료된 뒤 본회의에서 수정하는 방식도 존재한다는 얘기다.
이미 사개특위에 민주당(백혜련안)과 바른미래당(권은희안) 등의 엇갈린 공수처법이 상정돼 있는 만큼 어차피 협상과 수정의 필요성이 남아 있기도 하다.
다만 내부적인 힘을 결집시켜 여당과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당장의 대응은 강경일변도일 것으로 전망된다.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은 1일부터 이어진 전국순회 투쟁을 이날도 광주·전북 전주 등에서 이어갈 예정이다.
4일에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라는 이름의 3차 장외집회를 연 뒤 청와대 방향 행진까지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