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교 모녀 투신소동을 해결한 한 경찰관이 언론에 보도된 내용이 사실과 맞지 않거나 왜곡되었다고 밝혀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일촉즉발 상황 속에서 경찰 위기협상팀이 딸의 이름을 불러 분위기를 반전시키거나 가족일상사 얘기로 거리를 좁혔다는 게 상당 부분 틀렸다는 거다.
울산동부경찰서 전하지구대 손영석(43) 경위는 11일 CBS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언론에 보도된 울산대교 모녀 투신소동 내용이 상당 부분 사실과 맞지 않다"고 했다.
손 경위는 지난 7일 오후 4시 32분쯤 '울산대교 위 중간지점에 여성 2명이 신을 벗은 채 난간을 넘어 서 있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했다.
손 경위는 여성 2명이 모녀 사이라는 것을 확인한 뒤, 첫 대화를 시작으로 두 사람이 난간 안으로 넘어오기 전까지 현장에 있었던 경찰관이다.
위기협상팀 요원이 현장에 도착한 것은 신고접수 이후 최소 50분~1시간 20분 뒤였다.
손 경위가 먼저 라포(rapport)를 형성해서 뒤에 도착한 요원들은 접근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라포는 상담이나 교육 등에서 신뢰와 친근감으로 이뤄진 인간관계로, 상대와 친숙함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말한다.
손 경위는 최초 모녀에게 접근하니깐 딸은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고, 엄마는 울면서 "죽지도 못하냐, 가까이 오지말라"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울산대교 60 m 높이에 바닷바람이 강하게 불어서 논리적으로 정상적인 대화가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모녀와 5 m 떨어진 난간에 몸을 반 이상 기대고 까치발을 들어서 고함을 쳐야 겨우 얘기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즉, 언론에 보도된대로 위기협상팀 요원이 "000야~"라고 딸의 이름을 불러 반응을 보인다든지 요원이 자신을 편하게 호칭하라면서 거리를 좁히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
오히려 해당 요원이 점퍼를 가져다주려 모녀에게 접근했다가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손 경위는 "한 요원이 추우니깐 점퍼라도 입으시라고 (모녀가 타고 온) 차에서 가져왔다고 하자 어머니가 '차에 그런 잠바가 없다, 사기꾼'이라며 흥분하면서 난간 뒤쪽으로 더 물러갔다"고 했다.
이후 해당 요원이 뒤로 빠지게 되자 대화를 주도하며 수습을 하게 된 건 손 경위 이었고 요원들은 손 경위를 도와 보조역할을 하게 되었다.
대치상황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딸이 '아빠한테 미안하다, 아빠가 보고싶다'는 말을 할 때를 놓치지 않고 손 경위가 기지를 발휘했기 때문.
손 경위는 "평소 밖에서 식사하자고 한 적이 없는 저희 아버지께서 며칠 전에 이번 어버이날에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자고 먼저 얘기를 한 장면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빠가 보고싶다'는 딸의 말을 놓치지 않고 내일이 어버이날인데 아버지와 좋은 추억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냐면서 계속해서 딸을 설득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딸이 아빠와 통화하고 싶다고 하자 손 경위는 안전이 확보되면 그렇게 해주겠다고 했고, 난간 안으로 넘어오는 딸을 요원들이 거들어줬다.
이어 아빠와의 통화로 안정을 찾은 딸이 "괜찮다"고 하자 이 모습을 본 어머니도 손 경위의 부축을 받아 난간 안으로 들어오면서 상황이 종료됐다.
기존 보도된대로 위기협상팀 요원들이 차에서 발견한 수첩에서 가족여행을 하는 그림을 보고 딸에게 아빠, 엄마나 사춘기 얘기를 해 도움이 다소 되었더라도 결정적인 건 아니라는 거다.
손 경위는 "상당수 보도에서 딸의 이름을 부르고 수첩속 그림을 보여줘 분위기가 바뀌고 사태가 해결되는 등 마치 동화속 이야기처럼 그려지는 것이 우려된다. 이는 많은 사람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혹시 모를 긴급상황에 대비해 5시간을 꼼짝하지 않고 주어진 임무를 묵묵히 수행한 동부경찰서와 남부소방서, 해양경찰서 관계자들의 수고가 퇴색되질 않길 바라는 마음 뿐"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울산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최초 현장에 도착해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주도적인 역할을 한 사람은 손영석 경위가 맞다. 손 경위 후배인 위기협상팀 요원들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면서 "언론에서 대화로 사람을 구한다는 '위기협상팀'의 역할만 너무 부각되고 부풀어진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