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엄마 뱃 속에 있던 시윤양은 올해 10살이다. 지난 19일 세종호수공원 바람의 언덕에 설치된 '노무현의 자전거'를 타고 즐거워하고 있는 시윤양 모습. (사진=신석우 기자)
5월이면 생각나는 사람, 노무현. 올해로 서거 10주기.
노 전 대통령의 도시 세종시는 그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5월 세종에는, 노란 바람이 분다.
◇ "뱃속 아기가 벌써 초등학생""뱃속에 있던 아가가 벌써 10살이 되었어요. 벌써 10년이라니 느낌이 새롭네요. 아이를 키우면서 불의를 보면 맞서고 힘없고 약한 사람들을 도와줘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했어요. 그래서 그런지 학교에서 친구간 다툼이 있을 때 약한 아이 편에서 중재하는 경우를 볼 때가 있는데, 그런 모습을 볼 때면 깨어 있는 시민의 출발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해요."
비 내린 지난 19일 세종 호수공원 바람의 언덕을 찾은 '시윤 엄마' 허 모씨의 목소리가 어느 새 촉촉해졌다.
◇ "연기군민에서 세종특별자치시민으로"홍석하 행정수도완성세종시민대책위 위원장은 사실상 세종시의 '산증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허허벌판이었던 충남 연기군 시절부터 관습헌법에 우여곡절을 겪을 때, 또 지금까지도 '행정수도'를 위해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원주민을 몰아내는 게 아니라 그 분들이 첫 시민으로 만들자는 게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계획이었습니다. 도시 빈민으로 전락할 수도 있었는데, (지금은) 금싸라기 땅에 영구임대주택을 지어준 덕에 세종시의 원주민 재정착률이 전국 최고 수준이에요.
보상과 관련해서도 농사만 짓던 사람들이 머리 깎고 단식하고 감옥을 가도 들어줄까 말까했던 것들을 주민 눈높이에서 해결해줬어요. 도시를 일방적으로 내려앉히지 않았습니다. 은혜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세종에 여전히 많습니다.
정책적 측면에서도 지방 문제와 관련해 임시 봉합이 아닌 근본적 처방이 필요하다고 인식한 첫 대통령이었잖아요?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 해소, 국가경쟁력 확보를 아우르는 신행정수도 공약은 각별할 수 밖에 없고 그 분의 철학 역시 여전히 존경합니다.
지금도 세종시 원주민이라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잊지 못할 겁니다. 아침에 절 열 번씩 해야 한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에요. 대의를 챙기면서도 원주민에 대한 애정도 깊었던 분입니다. 원주민이라면 누구나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저마다의 감회를 갖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연기 군민에서 세종특별자치시민이 된 홍 위원장의 말에서 세월의 흔적만큼이나 깊은 울림도 묻어났다.
세종호수공원 산책로에 새겨진 그리움. (사진=신석우 기자)
◇ "대전광역시민에서 세종특별자치시민으로"인근 시도에서 세종으로 이주한 시민들도 많다. 대전시의 경우 인구 유출을 걱정할 정도.
세종시청 공무원 김 모씨는 "일상에서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거대 담론이 느껴지는 경우는 드물어요. 하지만, 문득문득 뿌듯함은 있어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계획했던 도시가 이 만큼 완성 와중에 있고, 그 곳에 살고 있다는 데 자부심이 들기도 하죠. 삶으로서 기여를 하고 있는 거니까"라고 말했다. 대전에 살던 김 씨는 최근 가족과 함께 세종에 둥지를 틀었다.
◇ "추진 단장에서 세종시장으로"
이춘희 세종시장은 "권위를 내려놓고 토론을 즐기셨던, 민주주의를 몸소 실천했던 분이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시고 일하면서 제 소신을 마음껏 펼칠 수 있었던 기억이 있어요. 세종시는 노 전 대통령의 뜻을 기려 호수공원 바람의 언덕에 균형발전 상징공원을 조성해 지역주의 청산과 모든 국토가 골고루 잘 사는 국가균형발전 정신과 의미를 이어가려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 "국회의원도 시장도 교육감도 노무현의 사람들"하지만 세종시는 여전히 노무현의 도시다. 당시 이춘희 행정수도 추진 단장은 재선의 세종시장이 됐고 이해찬 국무총리는 역시 재선(再選)의 세종시 지역구 국회의원이자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가 됐다. 두 번째 임기를 수행 중인 최교진 세종교육감은 노무현재단 대전세종충남지역위원회 공동대표다. 세종시는 여전히 노무현의 사람들이 많은 노무현의 도시로 평가받는 이유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지금은 헌법 개정 전 단계에서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집무실 설치 논의가 진행 중인데, 이를 위한 노력과 함께 시민에게 주권을 돌려 드리는 '시민주권 특별자치시' 조성으로 노무현의 민주주의를 실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