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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칼럼] 김원봉의 조국은 어디인가?

    문영기 칼럼

    군복 차림의 약산 김원봉 (사진=KBS 다큐영상 캡처)

     

    약산 김원봉이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영화 '밀정'과 '암살'을 통해 항일무장투쟁을 이끈 전설적인 독립운동가로 드라마틱하게 재조명을 받았던 것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정쟁의 대상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현충일 추념사가 시발점이다.

    야당에서는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한 김원봉을 서훈 대상자로 상정하기 위해 압박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사실 문재인대통령의 현충일 추념사에는 김원봉을 서훈대상자로 재고하자는 언급은 찾아 볼 수 없다.

    무정부주의자나 혹은 좌,우익등 다양한 이념적 스펙트럼을 가진 독립운동가들이 이념과 정파에 상관없이 모두 한마음으로 일제에 맞섰다는 것이 추념사의 취지이다.

    이 추념사를 두고 일부 단체에서 김원봉을 재평가하고 서훈대상자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으면서 정치권의 논란이 확산됐다.

    (사진=청와대 제공)

     

    논란을 불러올만한 인물을 굳이 거론하면서 정쟁의 빌미를 제공한 것도 잘한 일은 아니지만, 문제될 만한 내용이 크게 없는데도 과다하게 이념공세를 가하는 야당의 모습도 한심하다.

    국민여론도 김원봉의 독립유공자 서훈에 대해 찬성 약 43%, 반대 약 40%로 팽팽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청와대는 10일 김원봉의 서훈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하고 정부 수립 후 반국가 활동을 할 경우 포상에서 제외한다고 한 독립유공자 포상 조항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논란을 지켜보면서 320억원의 막대한 현상금을 내 걸 정도로 일제가 두려워했던 독립운동가가 되찾으려 했던 조국은 과연 어디였을까 하는 씁쓸한 생각을 하게 된다.

    해방된 고국 땅에서 일제의 악질 경찰에게 고문과 모욕을 당하도록 만든 남한인가, 아니면 유일 독재 체제를 완성하기 위해 그를 이용만하다 버린 북한인가.

    적어도 김원봉은 해방 후에 어떤 정치적인 목적을 이루거나 영향력 있는 자리를 얻기 위해 목숨 건 무장투쟁을 벌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박차정 의열단원(왼쪽)과 의열단장 김원봉 결혼사진.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한반도의 남쪽에서 친일파의 신분세탁 도구로 악용된 좌익이라는 굴레는 그에게 쓰라린 좌절을 안겼고,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북한에서도 그는 버림을 받고 말았다.

    더 한심스럽고 안타까운 것은 해방 후 좌우익간의 이념대립과 같은 양상이 70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 치도 변함없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독립운동이 그 자체로 평가받지 못하고 지금까지 이념의 잣대가 적용되는 것은 정말 불행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그때와 똑같이 고국으로부터 환영받지 못하고 있는 비운의 독립운동가는 편히 몸 누일 곳을 아직도 찾지 못한 채 어딘가를 떠돌고 있을 것 같아 마음 한 구석이 먹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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