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연합뉴스)
청와대는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일본 정부가 추진 중인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 소재 수출 규제 움직임에 대해 맞대응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앞서 전날 일본 경제산업성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에칭가스, 리지스트 등 3개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을 포괄수출 허가제도 대상에서 제외하는 심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국내 반도체 업계는 해당 소재를 수입할 때마다 일본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해 반도체나 스마트폰 생산 및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청와대는 주무 부처인 산자부를 통해 일본의 이같은 조치를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대상으로 삼고 엄격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을 제외하고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실제로 2일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은 이틀 전 판문점 북미 정상회담 평가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지만, 일본 수출 규제 관련 언급은 하지 않았다.
청와대가 이처럼 '로키(low-key)'로 대응하는 이유는 오는 21일로 예정된 일본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국내 정치용 성격이 다분한 아베 내각의 의도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계산이 깔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문제는 감정적으로 대응해서 풀릴 문제가 아니다"라며 "정부와 기업이 동시에 대응해야하는데 청와대까지 나서면 오히려 쟁점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차분하지만 엄격하게 대응하는 게 지금 우리 정부의 기본 스탠스"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다른 관계자 역시 "정부 부처에서 원보이스(한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며 "일본의 그런 움직임은 우리가 예상한 시나리오에 이미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의 불합리한 수출 규제에 대해서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전날 수출상황점검회의에 참석해 "일본 정부가 발표한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제한 조치는 우리나라 대법원에 판결을 이유로 한 경제보복 조치"라며 "WTO 제소를 비롯해 국제법과 국내법에 의거해 필요한 대응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국가 간의 문제이기 때문에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조심스럽다"며 "앞으로 수입 다변화와 국내 생산설비 확충, 국산화 개발 등도 하나의 방안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