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조국 수석 페이스북 캡처)
정부여당이 '친일 프레임'으로 자유한국당을 압박하면서 정국의 주도권을 잡아가는 모양새다.
최근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친일 프레임'을 전면에 내걸면서 한국당 압박 수위를 한껏 올리고 있다.
선봉에는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이 서 있다. '비서는 입이 없다'라는 여의도 정가의 통설과는 다른 상황이다.
조 수석은 최근 10일 동안 일본과 관련한 게시물만 40여 건을 올렸다. 하루에 5건 정도를 올린 셈이다.
조 수석은 21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일본의 궤변을 반박하기는커녕, 이에 노골적 또는 암묵적으로 동조하면서 한국 대법원과 문재인 정부를 매도하는 데 앞장서는 일부 한국 정치인과 언론의 정략적 행태가 참으로 개탄스럽다"라고 비판했다.
당에서는 이인영 원내대표가 한일 경제.외교 갈등을 한일 축구경기에 비유하며 "우리 선수나 비난하고 심지어 일본 선수를 찬양하면, 그것이야말로 신(新)친일"이라고 비판했다.
여권이 '친일 프레임'을 전면에 꺼내 든 것은 그만큼 여론전에서 유리한 전략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인영 원내대표가 '신 친일'이라고 비판한 것은 굉장히 잘한 일"이라고 평가하며 "상당히 설득력 있는 얘기로 국민들께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은 반등하는 분위기다.
YTN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5~19일 전국 성인 2505명을 상대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0%포인트)를 실시한 결과, 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51.8%를 기록했다.
지난주보다 4.0% 포인트 오른 수치로, 최근 8개월 만에 최고치다.
민주당도 지난주보다 3.6% 포인트 상승한 42.2%를 얻었다.
반면 한국당 지지율은 하락세로, 지난주보다 3.2% 포인트 떨어진 27.1%로 나타났다.
일간(日間) 집계로 보면, 한국당 지지율은 지난 15일 31.3%에서 16일 28.2%, 17일 26.7%, 18일 26.0%, 19일 25.9%를 기록하는 등 하락세가 뚜렷하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일단 한국당은 반발하고 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청와대와 생각이 조금이라도 다르면 죄다 친일파라고 딱지를 붙이는 게 옳은 태도냐"며 "친일, 반일 편 가르기 하는 게 과연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냐"고 성토했다.
하지만 그동안 한국당의 행보를 보면, 친일 프레임에 당할 만한 빌미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나경원 원내대표의 발언이다.
나 원내대표는 올해 초 해방 이후 설치됐던 '반민족 행위 특별 조사 위원회'(반민특위)를 두고 "국론분열을 가져온 게 있다"고 비판했다가 '토착왜구'로 역풍을 맞은 바 있다.
문제는 내년 총선까지 친일 프레임이 유효 하느냐다.
일본의 경제보복과 친일 프레임은 여권에 양면성을 갖는다.
당장은 내부결속을 통해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오르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정작 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경제 분야에서는 악재이기 때문이다.
특히 PK(부산·경남) 지역을 비롯한 일부 지방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은 경기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서 일본의 경제보복까지 덮친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일본의 경제보복이 계속해서 길어진다면 결국 여당에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선거에서 경제 문제는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을 정도로 중요한 문제여서 대응을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도 사안의 심각성은 인지하고 있다.
당은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를 통해 외신기자간담회를 추진하거나 일본 경제보복의 논리를 반박하는 등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사석에서 기자들에게 "지금 상황에서는 누가 뭐라고 해도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일본의 경제보복 대응"이라며 "국가적 위기로 보고 하나로 뭉쳐 대응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