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전국 68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아베규탄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아베 규탄 3차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박종민기자
"적반하장 아베정권 규탄한다! 강제동원 사죄하라!"
3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거리에서 시민들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민주노총, 한국진보연대, 한국 YMCA 등 전국 68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함께한 '아베 규탄 시민행동 3차 촛불 문화제'의 한 장면이다.
폭염경보가 내려진 무더운 날씨였지만, 주최측 추산 1만5000명이 집결했다. 지난달 27일 열린 1차 촛불 문화제에 비해 약 6배 많은 단체가 모인 것이다. 이들은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 대상국)에서 배제하기로한 일본을 한 목소리로 규탄했다.
'보이콧 재팬'이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 차림의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전쟁범죄 사죄·배상하라!', '독립운동은 못 했지만 불매운동은 해야 한다' 등이 적힌 손팻말도 다수였다.
참가자들은 일본에는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 철회를, 우리 정부에는 단호한 대응을 주문했다. 이들은 "일본은 자신들의 침략과 식민지배의 역사를 반성하기는커녕 한국을 자신들의 경제 군사적 하위 파트너로 길들이려한다"며 "문재인 정부는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즉각 파기하고 일본이 출연한 10억 엔을 반환하라"고 주장했다.
3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전국 68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아베규탄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아베 규탄 3차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깃발을 들고 있다. 박종민기자
행사에 참석한 정의기억연대 한경희 사무총장도 "평화와 인권을 세우는 일 조차 일본은 부당하게 개입하며 방해하고 있다"며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사법 판결을 이유로 경제 보복을 하는 행태는 그 정점"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의기억연대는 일본의 공식적 사죄와 법적 배상 요구하는 일을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비판하는 발언도 나왔다. 이날 한국당 당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했다는 한 시민은 "일본이 경제보복을 밀어붙이는 것을 두고 나경원 원내대표는 우리나라의 친북과 반일 때문이라고 했다"며 "저는 일제 침략에 고통 받은 모든 분들이 제대로 사죄받는 날을 기다리며 반일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정치권도 힘을 보탰다. 사전 행사에 참여한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결정은 총칼 대신 경제를 앞세운 제2의 침략전쟁"라며 "이런 일본에 정확하게 우리 정부가 맞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참가자들은 집회를 마친 후 일본 대사관 앞에서 아베 정권을 규탄하는 내용의 대형 현수막을 펴는 퍼포먼스 등을 진행했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약 1000명을 현장에 배치했지만 돌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