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끝나면서 임명 시기를 두고 숙고에 들어갔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일부터 5박 6일 일정으로 동남아 3개국 순방을 마친 뒤 6일 오후 귀국해 13호 태풍 '링링'에 대한 대비 상황을 점검하고 피해 확산 방지를 당부했다.
이후 이날 밤 늦게까지 열린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 관련 보고를 받으며 임명 여부와 시기 등을 고민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미얀마 국빈 방문 시점이었던 지난 3일 조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 재송부를 6일까지로 기한을 설정해 요청했지만 청문보고서는 제출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7일 0시부터 조 후보자 임명이 가능해졌고, 인사청문회 이후 여론 추이를 살피며 임명 시기 등을 저울질하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7일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기자회견과 인사청문회를 거치면서 조 후보자 본인의 불법 사실은 나오지 않았다"며 "임명 기류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이 인사청문회 막바지에 조 후보자 딸의 동양대 총장 표창장 위조 의혹과 관련해 조 후보자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전격 기소하면서 문 대통령의 막판 고심이 깊어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은 지난 달과 이달 초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각종 자료를 분석해 정 교수 기소에 충분한 증거자료를 확보했다고 판단하고 6일 밤 이례적으로 사건 당사자 소환 조사 없이 기소를 결정했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조 후보자 가족을 향한 검찰의 전방위 압수수색에 이어 예상하지 못할 정도의 빠른 수사 속도, 그리고 정 교수 기소 등 '검찰 변수'가 부담이다.
문 대통령도 시중 여론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부인이 불법 행위로 기소된 마당에 조 후보자가 검찰총장을 지휘할 수 있는 법무부장관에 임명되는 게 맞느냐'는 반대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유한국당 나경원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소된 아내의 남편이 검찰 인사권을 쥔 법무부의 수장이 된다는 것은 한마디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문 대통령의 임명 철회 혹은 조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하지만 조 후보자에 대한 문 대통령의 신임이 절대적인 데다, 장관 후보자 청문회를 앞두고 검찰의 전격적인 압수수색과 후보자 부인에 대한 이례적 기소 등 '검찰 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아 문 대통령이 조만간 결심을 굳힐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청와대 내부 분위기도 "언제 국민이 검찰에게 무소불위의 칼춤을 추라고 위임한 적이 있던가? 미쳐 날뛰는 늑대마냥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물어뜯겠다고 입에 하얀 거품을 물고 있다"(청와대 선임행정관) 등 검찰을 향한 시선이 곱지 않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이 순방 도중 전자결재를 통해 국회에 재송부 요청을 했을 당시부터 임명 결심을 굳혔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야 정치권이 국회 청문회 증인 채택 범위를 둘러싸고 이견을 좁히지 못할 때부터 청와대는 대통령의 법적 권한을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청와대 강기정 정무수석은 지난달 30일 "국회 청문회 개최 여부와 상관없이 3일을 포함해 재송부가 결정될 것이다. 문 대통령은 법이 정하는 절차대로 진행하실 것"이라고 못박은 바 있다.
당시 국회의 역할과 별도로 대통령에게 주어진 법적 권한을 최대한 사용해 부당한 압력에는 단호히 맞서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됐다.
결국 관심은 문 대통령이 조 후보자 임명을 재가하는 시점에 쏠린다.
가장 유력한 임명 시기는 문 대통령이 순방 후 청와대 업무에 공식 복귀하는 9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날 예정된 국무회의에 조 후보자가 법무장관으로 첫 등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검찰의 강제수사와 이례적 기소 등과 무관하게 조 후보자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일요일인 8일 전격적으로 임명을 재가할 수 있다는 조심스런 전망도 나온다.
인사청문회가 자정을 넘겨 끝나면서 7일 하루 정도는 여론 추이를 살피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현실론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개각 때마다 후보자 대다수를 국회 재송부 요청이 만료되는 바로 다음날 임명했다.
강경화 외교부장관과 김상조 전 공정위원장, 이효성 방통위원장, 홍종학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유은혜 교육부 장관, 조명래 환경부 장관 등 대부분의 후보자가 재송부 요청 다음날 임명됐다.
예외라면 2017년 7월 10일까지 재송부 시한이었던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과 올해 1월 19일이 재송부 시한이었던 조해주 중앙선관위원회 상임위원이 각각 사흘과 닷새 후 임명된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