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송봉준 기자)
경남교육청이 학교 내 일제잔채 청산을 위한 중·장기교육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학부모단체가 학교 내 일제 잔재를 실태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23일 교육희망경남학부모회가 학교 내 교화·교목·교훈·교가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일제잔재로 지적되는 꽃과 나무를 교화·교목으로 지정한 학교는 143곳이었다.
일본이 원산지이며 일본 철쭉을 개량해 만든 연산홍을 교화로 하는 학교는 68곳, 일본 왕실을 상징하는 국화를 교화하는 학교는 27곳, 일본의 3대 미수로 꼽히고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들어와서 국내에 퍼진 대표적인 수종인 히말라야시다(설송)이 교목인 학교는 42곳 등이다.
또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조두남, 이흥열, 현제명, 김동진, 최남선 등 친일인사가 작사·작곡한 교가를 쓰는 학교는 20곳이나 됐다.
친일·친독재 행적으로 논란을 빚은 유치환, 이은상의 곡을 교가로 지정한 학교도 22곳으로 파악됐다.
특히 교가 분석 결과, 성차별적인 내용과 전 근대적이고 현실에 맞지 않는 교가가 다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성차별적 내용은 여성의 경우 수동적 이미지나 꽃에 대한 비유, 여성성 강조, 성역할을 고정하는 경우가 많았고 남성의 경우 씩씩하고 용맹스러움, 굳세며 큰 뜻을 지니고 이끌어 가는 남성성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았다.
전 근대적인 내용은 나라에 충성하고 성실한 일꾼이 되자는 계몽적 내용, 인재를 양성해 나라를 발전시키는 개발 시대의 철학이 반영된 내용, 모교 제일주의·경쟁주의 이념을 부추기는 내용이다.
교육희망경남학부모회는 지난 9월부터 한 달 정도 천여 개 초·중·고등학교 홈페이지 등을 통해 실태 조사를 했다.
이와 관련해 교육희망경남학부모회는 이날 경남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사회에 뿌리박힌 일본 잔재를 뿌리뽑지 못하면 민족은 병들고 정의는 사라질 것이다"며 "잘못 끼워진 첫 단추를 과감히 청산해야만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이 땅은 평화로울 것이다"고 밝혔다.
학부모회는 "이번 학부모들의 친일 잔재조사 작업이 학교 내 친일의 그늘을 거둬 내는 출발이었으면 한다"면서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학부모회는 그러면서 "경남교육청은 좀 더 강력하게 학교 내 친일 잔재청산에 힘을 쏟고 빠른 시일 내에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를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남교육청은 지난 4월 전 교육기관을 대상으로 일제잔재 청산 대상과 소녀상 설치, 역사동아리 운영, 3·1운동 정신계승 민주시민교육 현황 등 우리 얼 살리기 교육사업 현황을 조사했다.
경남교육청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3·1운동 정신계승과 일제잔재 청산을 위한 중·장기 교육사업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