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인헌고등학교 앞에서 열린 '인헌고등학교 학생수호연합' 소속 학생들의 기자회견에 많은 보수단체 회원 및 보수 유튜버들이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학생수호연합은 일부 교사가 '편향적 정치사상'을 학생들에게 주입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시교육청이 정치 편향 교육 논란이 불거진 서울 인헌고등학교에 대해 특별장학을 실시한 결과 "교원들이 교육적으로 문제가 될 특정 이념이나 사상을 강제로 가르치거나 정치 편향적, 정파적 교육을 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인헌고에 대해 주의, 경고 등 행정처분이나 특별감사를 의뢰하지 않기로 했다고 교육청은 21일 밝혔다.
교육청은 인헌고 일부 학생들이 교사들의 정치 편향적 교육을 문제 삼자 지난달 22일부터 약 한 달 동안 특별장학을 실시했다. 교내 마라톤 대회 때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반일(反日) 구호를 외치게 했다거나 수업시간에 '조국 뉴스는 가짜다', '너 일베냐' 등의 발언을 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사실 관계 확인에 나선 것이다.
교육청은 인헌고 전체학생 441명에게 무기명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노(NO) 재팬' 등의 내용을 담은 선언문 띠 제작과 마라톤 구호 제창에 강제성이 있었다고 답한 학생은 118명이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교사로부터 '조국 뉴스는 가짜다'라는 말을 들었다는 학생은 29명, '너 일베냐'는 질문을 받았다는 학생은 28명이었다고 밝혔다. 다만 "응답자들의 분포는 특정반이나 학년에 집중돼 나타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교육청은 이를 토대로 교사와 심층면담을 통해 특정 사상을 조직적·의도적·지속적으로 강제했는지, 어떤 맥락에서 발언을 했는지 등을 살핀 결과 "전후맥락상 교사의 발언을 법적·행정적 징계 대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성격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반일(反日) 구호 복창 교육은 "사회적 통념에 따른 것"으로, '일베 발언'도 "(일베에서) 민주화를 '비추천, 부정'의 의미로 사용하는 점을 언급하며 일베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등 사회 통념 수준에서 교육적으로 지도한 발언"이라고 본 것이다.
교육청은 "학생들의 시각에서 교사들의 일부 부적절한 발언이 있었다"면서도 "이에 대해 교사가 사과를 하는 등 자율적 해결노력도 있었다는 걸 확인했다"고 밝혔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번 논란에 대해 "'누가 더 잘못했는가'라는 관점이나 법적 행정적 처벌의 문제로 접근하지 않고 성찰적 변화와 그동안의 모호한 상황에 대한 새로운 규범과 규칙 정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논쟁적 사안을 다룰 때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의 기준은 무엇인지, 해당 기준을 교육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등 다양한 규범·규칙을 만들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교원단체들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보수성향 교육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은 교육청의 특별장학 결과에 반발하며 국회가 '정치편향 교육' 논란에 대한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학교, 교실의 정치편향 교육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데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미온적 대처와 수수방관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