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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재난은 난생 처음"…세월호 '지겹다'는 세상에 맞선 연대

사건/사고

    "누구나 재난은 난생 처음"…세월호 '지겹다'는 세상에 맞선 연대

    세월호 참사 5년7개월만 검찰 '본격 재수사'
    유가족 "진상규명에 피해자 참여 보장" 호소
    4.16재단, '재난 피해자 권리 강화' 국제포럼
    해외 연사도 "피해자 관점서 아픔 해결해야"

    지난 4월1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문화제에서 세월호 유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세월호 참사 5년 7개월 만에 검찰 특별수사단이 꾸려지면서 재수사에 속도가 붙고 있다. 온갖 따가운 시선과 편견에 맞서 그동안 끈질기게 싸워온 끝에 얻어낸 재수사인 만큼, 희생자 유가족들은 두번 없을 기회라는 심정으로 마지막 여정에 올랐다.

    특히 유가족들은 이번 만은 꼭 피해자의 참여가 보장되고, 자신들의 관점에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기를 호소하고 있다. 과거 발생한 국내 사회적 참사 피해자들과 해외 단체에서도 이들의 염원에 힘을 보태고 나섰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과 시민들이 뭉쳐 출범한 4.16재단은 지난 21일 경기 안산시 한양대학교 에리카캠퍼스에서 '재난 피해자 지원과 권리 강화'를 주제로 국제 포럼을 열었다. 피해자 입장에서 참사를 조명하는 국제 행사가 우리나라에서 열린 건 이례적이다.

    행사에는 세월호 사고를 비롯해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2011년 춘천 대학생 봉사자 산사태 매몰 ▲2017년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등 참사 희생자의 유가족들이 자리했다. 영국·프랑스·뉴질랜드의 참사 피해자 지원 단체 관계자도 참석했다.

    모두 참사의 당사자이자 이를 가까이서 지켜본 이들이다. 국내외 재난 사례가 발표될 때마다 현장에는 엄숙하고도 슬픈 분위기가 감돌았지만, 연대의 뜻을 공유하며 한자리에 모인 터라 저마다의 표정에서는 의지를 다지는 강한 인상이 빛났다.

    이들은 참사의 책임자이자 일종의 가해자인 국가가 사고 수습과 보상의 주체가 되면서 정작 피해자들은 진상 규명과 지원 요구 등 어떤 과정에도 참여하지 못하는 현실을 입 모아 꼬집었다.

    최희천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피해지원국장은 "현행 재해구호법을 보면 국가가 재난 피해자들에게 지원해야 할 내용만 나와 있지 피해자가 어떤 걸 요구할 수 있는지는 전혀 기재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관심사는 오로지 국가의 임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지 여부에만 있어 왔다"며 "재난 피해는 인간 존엄성에 대한 훼손이다. 공급자 중심의 지원을 떠나 피해자 관점의 인권 기반적인 접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사참위는 단원고 학생이던 고(故) 임경빈군이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된 직후 가까스로 맥박이 돌아왔는데도 임군이 아닌 해경 간부들이 헬기를 타면서 20분 거리인 병원까지 4시간41분이나 걸려 도착, 결국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사참위는 당시 해경 지휘부인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김수현 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 ▲김문홍 전 목포해양결창서장 ▲이재두 전 3009함장 등 4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 특수단에 수사 요청했다.

    지난 11일 출범한 검찰 특수단은 "백서를 쓰는 심정으로 제기된 모든 의혹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특수단은 15일 사참위와 면담한데 이어 17일에는 목포신항에서 처음으로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과 면담했다.

    4.16재단은 지난 21일 경기 안산시 한양대학교 에리카캠퍼스에서 '재난 피해자 지원과 권리 강화'를 주제로 국제 포럼을 열었다. (사진=4.16재단 제공)

     

    이날 포럼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은 특수단의 재수사를 반기면서도 이번 만큼은 편견 없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진정으로 받아들여 달라고 부탁했다.

    토론자로 나선 장훈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희생자 유가족들은) 모두 난생 처음 자식 잃은 부모가 됐다"며 "그런데도 세상은 아직도 자식 잃은 우리 부모들을 세월호 쓰레기다, 지겹다, 시체팔이를 한다며 심장을 갈기갈기 찢고 있다"고 울먹였다.

    이어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사회적 강자도 범죄자도 아닌 피해자다. 피해자로서 당연한 권리를 요구하고 있다"며 "유가족들이 주체적으로 결정한 내용들이 비록 자신의 신념과 다르더라도 부디 이해하고 존중해주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장 위원장은 끝으로 ▲세월호 참사 유가족의 진상규명 주체 세력 인정 ▲진상규명 과정에 피해자 참여권 보장 ▲재판 과정에 사법부의 피해자 참여 허락 ▲언론의 피해자 진상 규명 의견 전달 등을 요구했다.

    포럼에 참석한 해외 연사들도 힘을 보탰다. 영국 재난활동지원단체 'Disaster Action' 앤 에이어 대회협력담당은 "피해자를 징징대는 가족이 아닌 존엄성을 가진 인격체로 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프랑스 참사 피해자 연대 모임 'FENVAC' 소피아 벤아집 이사도 "피해자들이 연합해 공론의 장에 참여하면서 어물쩍 넘어가려는 정부에 저항해야 한다"며 "그래야 사랑하는 가족의 희생이 헛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 특수단은 출범 11일만인 지난 22일 해경 본청과 서해지방해경청, 목포·완도·여수 해양경찰서 등을 동시다발 압수수색했다. 사참위가 폭로한 임경빈군의 이송지연 의혹을 본격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으로 알려졌다.{RELNEWS:right}

    특수단은 조만간 전·현직 해경 관계자들을 불러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할 계획이다. 참사 당시 세월호 구조 현장의 지휘 과정이나 의사 결정에 위법 사항이 있었는지도 주요 규명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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