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이 27일 오후 제373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가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육탄방어를 뚫고 의장석에 착석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 토론)가 29일 자정 종료됨에 따라 다음 수순은 오는 30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 처리 절차다.
여야는 이날 대오를 정비하며 막바지 정지작업과 여론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으로선 '4+1'(민주·바미 호남계·대안신당·민평·정의) 일각에서 이탈 조짐이 생겨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비례민주당 창당 가능성 등 민주당을 제외한 '3+1'이 기처리된 선거법 개정안을 통해 얻을 것이 없을 것이란 점을 부각시키며, 범(汎)여권 단일대오의 균열을 노릴 전망이다.
필리버스터로 실시한 여론전은 여야 모두 큰 성과 없이 마무리가 된 모양새다. 지난 27일부터 26여 시간 동안 여야 의원 13명이 본회의장 찬반 토론에 나섰지만, 크게 주목을 끌지 못했다. 주말 사이 실시된 데다가 의원들 대부분이 자리를 비우면서 토론자 혼자 떠드는 맥빠진 필리버스터가 됐다.
지난 필리버스터는 한국당 김재경 의원의 발언을 시작으로 같은 당 강효상 의원이 마무리했다.
자유한국당 김재경 의원이 27일 오후 국회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방해)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중 정태옥 의원은 "공수처가 생기면 윤석열 검찰총장이 구속 1호가 될 것"이라며 "공수처가 바로 '귀태'(鬼胎)다. 귀신이 살아 태어나는 게 공수처, 태어나지 말아야 할 조직이 바로 공수처"라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검찰은 검사 2천300명, 수사관 7천명 조직이고 공수처는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짜리 조직"이라며 "큰 조직의 권력 남용은 괜찮고, 작은 조직은 독일 게슈타포(나치 비밀경찰)라고 하는 것은 견강부회"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본회의 법안 통과 의결정족수(148석) 사수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보면서도, 만일의 경우에 대비한 표단속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4+1'이 보유한 의석은 157석에 같은 범여권 무소속 의원들을 합치면 164석에 달한다. 정족수를 채우는 데 어렵지 않다고 보지만, 민주당 조응천·바른미래당 주승용 등 몇몇 의원들이 최근 공수처안에 대해 공개적인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한국당은 군소정당 일각에서 나오는 반대론을 '밥그릇 싸움'의 일환으로 보고 선거법 처리의 부정적 결과를 적극 홍보할 방침이다. 지난 28일엔 문희상 국회의장이 선거법을 상정하는 과정에서 국회법 위반 등을 저질렀다며 사퇴결의안을 제출했고, 형사고발 조치를 예고했다.
또 검찰이 고위공직자 비위 첩보를 공수처로 우선 보고하게 한 수정안 내용을 정권 보위를 위한 '독소조항'으로 규정하고, 장외집회를 통한 여론전도 펼 예정이다.